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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디노 김작가 Nov 24. 2021

내가 먼저 손 내밀어 얻은 행복

만남은 우연히 일어날 수도 있지만
계획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건 남녀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연히 나의 이상형을 만나는 것은

누구나가 꿈꾸는 일이고


나의 이상형(꼭 이상형은 아니라도)을 발견하고

그를 놓치기 싫어서

계획을 짜서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이루어내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난 후자 쪽.






선배였던 남편과의 철저한 계획 속

우연으로 자주 마주치게 되었다.


전공과목에 필요한 것이 있어

동기들에게 물어봐도 될 것을

굳이 좋아하는 선배에게 연락하여

만나기로 해서 첫 만남은 가지고


그 뒤엔 남편의 부탁을 받고 자료를 구해서

다시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이것을 시작으로

작은 것부터 운전면허 취득을 위해 학원을 선정할 때도

정보를 나누어 같은 학원에 등록했다.


물론 연습시간이 달라 만나진 못했지만.

시험 칠 때 극적으로 만나 숨어서 응원도 하고 ^^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난 선배를 좋아한다고

동기들에게 늘 말하고 다녔다.

그때 어렸으니

'내가 좋아하면 됐지 뭐. 남을 왜 신경 써"


이런 마음이 컸던 작은 아이. 


우린 자연스럽게 첫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약속을 정하고.

예쁘게 차려입고

남포동 어느 카페에서 만나 차를 마시고

밥을 먹고... 술은 안 먹고 (남편이 술을 마시는 못한다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키 작은 후배의 철저한 계획 아래

키 큰 선배는 키 작은 후배와 연인이 된 것이다.


시간이 지나 남편에게

예전에 학교에서 이러저러했다 얘길 하니

정말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순수한 것인지... 둔감한 것인지..


여하튼,

우린 그렇게 시작했고,

어느덧 서로의 집을 드나들며 가족들과도 잘 지내게 되었고

5년 정도 연애 후 결혼을 했다.


계산해보니 벌써 20년이 넘었네.


난 아주 감성적이고, 가정적이며

세 딸들에게 나보다 더 이성적이고

멋진 아빠가 되어주는 남편이 감사하다.


사실, 더 감사한 건.

살임을 깔끔하게 못해도

밥상을 7첩 반상으로 해주지 않아도

맛있게 먹어줘서 감사하다.


결혼기념일마다

직접 스테이크와 저녁을 준비해주고

주말엔 늘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해준다.




아무래도

내가 꿈꾸던 이상형을 보자마자

내가 먼저 손을 내밀어 

멋진 남자를 남편으로 만난 것일 것이다.


누가 먼저면 어떤가.

좋은 건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사람의 회사에 취직했다. 내가.

40대 중반에...


(다음회부턴 함께 일하는 일들을 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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