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소녀] 입을 다물기 딱 좋은 기회

by 리카


“아빠.” 내가 말한다.

“나무 좀 봐요.”

“나무가 뭐?”

“아픈가 봐요.” 내가 말한다.

“수양버들이잖아.” 아빠가 목을 가다듬는다.


모르는 사람의 집에 딸을 맡겨두러 가는 아버지와 딸의 대화이다. [맡겨진 소녀]의 주인공인 소녀와 아버지의 대화에서 느껴진다. 소녀가 가장 소녀다와야 할 시기에 그것을 누리지 못하고, 무미건조하게 대답하는 아빠의 목소리와 행동들이 이 아이를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의 집에 맡기게 된 대략적인 상황이 말이다.


클레어 키건 작가의 [맡겨진 소녀]는 그 당시 아일랜드의 시대적 상황을 크게 묘사하고 있지는 않지만, 책 속 대화들을 통해 알 수 있다.

마치 우리 나라의 1960년대 같은.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차가 떠나고 나서 엄마가 말한다.

“아무 일도 아니에요.” 내가 말한다.

“말해.”

“아무 일도 없었어요.” 다른 사람도 아닌 엄마가 묻고 있지만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절대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만큼 충분히 배웠고, 충분히 자랐다. 입을 다물기 딱 좋은 기회다.


아저씨가 웃는다. 이상하고 슬픈 웃음소리다.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넌 아무 말도 할 필요 없다.” 아저씨가 말한다.

“절대 할 필요 없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 두렴. 입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맡겨진 소녀는 학교에 가야 할 때쯤 집으로 돌아간다. 그 과정에서 어떠한 사건이 발행하지만, 이미 그 사건에 대해 이르듯이 엄마에게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정도로 소녀는 자라 있었다. 어쩌면 맡겨진 그 시간 동안 소녀는 너무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엄마나, 무심한 아빠가 생각지도 못할 만큼 자라 버렸는지 모른다. 사람은 깨달아야 한다. 입을 다물기 딱 좋은 기회가 언제인지. 너무 많은 것들을 말할 필요가 없다.




작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나의 게으름을 탓하며…



제목 : 맡겨진 소녀

저자: 클레어 키건

출간일: 202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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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