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34] 난 강아지가 무섭거든요.

by 리카

오전이나 저녁 여유시간이 없을 때는 아파트 중앙광장을 걷고 달리기를 반복한다. 자주 걷는 우리 동네 하천은 조금 멀기도 하고 시간적 여유가 없을 때는 마음이 더 조급해져서 그런 날은 아파트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그래서 런데이나 나이키런클럽의 map을 보면 동그라미가 막 그려져 있다.



어디를 가든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나오시는 분들이 많아서 사실 편하게 걷지 못할 때도 많다. 난 강아지나 고양이 등 동물을 무서워하는 편이라 그 친구들을 만나면 전진하지 못하고 얼음상태가 된다. 그 친구들의 크기가 크건 작건 상관없다. 그 자리에 멈춰서 아이들이 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 주변에 강아지들이 있으면 달리거나 걸으면서 계속 뒤를 돌아본다. 날 따라오지도 않는데 내 뒤에 있을까 봐 미리 겁먹고 말이다.


며칠 전 아파트를 돌기로 하고, 런데이를 실행한 다음 이어폰으로 들려오는 가이드대로 걷고 달리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멀리서 작고 하얀 강아지 한 마리가 목줄도 하지 않은 채 달려오는 것이다.


허 걱


난 순간 고민했다. 멈춰야 하나, 아님 그냥 계속 가던 길을 가야 하나.

목줄이 없는 강아지는 열심히 달리면서 짖어댄다. 그 소리가 나에게 더 위협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멀리서 그 주인이 아주 천천히 걸어오면서 반대편 자신의 지인에게 큰소리로 인사를 하고는 나를 보며 말한다.


죄송해요.




끝인가? 엘리베이터나 공공장소에서는 강아지가 불편할 순 있지만, 목줄을 매는 건 예의 아니던가. 정말 화가 났지만, 반려견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인구수가 점점 많아지는 요즘 나같이 동물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은 큰 목소리를 내기가 힘들다. 모든 사람들이 작고 예쁜 강아지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건 아니라는 걸 그분들도 알 텐데. 자신의 아기들이 소중하면 나처럼 좀 무서워하는 사람들에 대한 불편함도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 영혼 없이 던지는 말 한마디 대신.


이런 불편함은 이젠 나의 몫이 되었고, 내가 오히려 피하게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자신들과 반대적인 성향의 부류들도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도 존중받아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회임을 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저도 소중하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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