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살다 보니 배신감이 급 나를 엄습할 때가 있다.
그러나...
나의 부모가 그랬듯이 나 역시 자녀들의 약속에서 늘 배신당하는 역할이라는 것을 안다.
며칠 전 휴일.
나만 외출하고 남편과 아이들만 집에 있던 날.
딸들이 해야 할 과제는 미루고
하루 종일 티브이와 넷플릭스와 떨어질 줄 모르고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기대주인 둘째마저 미루고 미루고 있었다.
드디어 폭발!!
둘째에게 언성을 높이고 일장연설을 한 뒤
2부는 큰딸에게
이렇게 나의 감정이 폭발할 때
오은영 교수님의 조언 따윈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사준 거 다 가져와!!
11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에
큰 딸에게 폭풍 카톡을 보냈다.
지금 다시 보니 좀 유치하다.
어쩌다 보니 우린 가끔 이렇게 대화를 한다.
직접 얼굴 보고 대화를 하면
감정이 더 격해져서 이 방법이 좋을 때도 있는 것 같다.
아이가 나름 논리 정연하게 반박하면
3초가량 할 말이 없어진다.
저 말들 속에 맞는 말이 너무 많아서.
우린 이렇게 분기별로 한 번씩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많은 것들을 쏟아낸다.
이것마저 없다면
마음속에 담아두고 어찌살꼬.
뭐라 말하지 않아도
너무나 편한 사이라 상대방의 감정에 생채기를 내는 것이
습관처럼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흔한 모녀의 말싸움을 통해서도
크고 작은 생채기들이 한꺼번에 치료되기도 하지 않을까.
말을 하지 않고 담아두기보다
더 큰 골이 생기기 전에 홍수처럼 서로 쏟아낸 후
어색하게 손 잡아주는 것
어쩌면 이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