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기계에 찍히는 숫자도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끔은 거짓말을 해줬으면 한다.
열심히 체중감량에 힘쓰고 있는 요즘, 저울에 오르면 내가 기대하는 숫자가 나타나길 바란다. 그러나, 이 저울은 진실만 알려준다. 가혹하게.
아무리 내가 앞자리가 바뀌길 바랄까. 다만,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예뻐서 기분 좋은 숫자가 나오길 바라는 것일 뿐인데.
남편의 워치로 인바디를 측정할 수 있다. 매일은 아나지만 스스로 체크를 하고 있는데, 어제 밥은 먹지 않았지만, 곰국을 먹어서 체지방이 다시 상승했다고 기분이 다운된 남편. 얼마나 운동과 식단을 열심히 하는지 알기에 체지방이 쑥 올라간 그래프를 보고 얼마나 가슴이 철렁했을까. 에구, 조금 덜 오른 숫자를 만났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동기부여도 더 될 텐데 말이다. 어찌나 진실한지 우리의 마음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통장의 잔고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앞자리가 바뀌든, 뒤에 0이 하나 더 붙으면 좋으련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거짓말을 하지 않는 숫자 덕분에 수고로이 행하고 얻는 것에 대한 기쁨을 절로 알아가는 것 같다. 비록 진실한 숫자는 잠시 아픔을 주지만, 내가 원하는 숫자로 바꾸기 위해 다시 일어나도록 만들어 준다.
0~ 10까지 숫자의 나열에 나의 희로애락이 커지거나 작아지지만, 거짓을 모르는 숫자처럼 진실되게 열심히 나아가야지, 그럼 원하는 숫자들을 만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