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줄어드는 말
나이가 들면 말이 줄어든다는 말이 무엇인지 그 전에는 잘 몰랐습니다. 그저 스스로 말수를 줄이는가 보다, 그렇게 생각했지요.
세월이 지나 불혹도 지나고 나니 조금은 그 의미를 알겠더군요.
나이 들어 말수가 줄어드는 것에는 말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말들도 있구나.
특히 세상의 이런저런 비상식에 혈압을 높이던 기개는 확실히 말을 잃었습니다.
처세를 하는 걸까요? 아마 그럴 겁니다.
나이가 들면 지혜가 깊어지고 신념이 더 분명해져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처신만 느는 것 같습니다. ㉠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라지만 ㉡
현대사회의 문제점 중 하나가 선량한(?) 방관자이다.
하지만 많은 이가 말한다.
침묵은 금이 아니다. 나의 침묵은 누군가에게는 방관이다.
침묵은 동의를 뜻한다 ㉢
악에 대해서 항의를 하지 않는 사람은 악에 협조하는 것이다 ㉣
악의 승리를 위해 필요한 것은 선량한 사람이 오직 가만히 있어 주는 것이다 ㉤
지옥에서 가장 뜨거운 자리는 도덕적인 위기에 중립을 지킨 사람을 위해 마련된 곳이다 ㉥
비판과 행동의 부재는 독재와 억압 그리고 관행이라는 실체가 된다.
종종 침묵은 금이 아니다. 독이 든 거름이다. 그것을 키우는 자양분이 된다.
나이가 들수록 말은 줄고 처신만 늘어가는 모습은 영락없는 선량함을 빙자한 비겁한 방관자의 모습이다.
이제 처신만 마구 늘어가나 보다 했는데
세월이 한참을 흐른 후에도 가슴이 절절하다.
덧_
㉠ 김익수의 감성 편지: 지금은 없어진 메일링 서비스.
㉡ 토머스 칼라일
㉢ 올리버 골드스미스
㉣ 마틴 루터 킹
㉤ 에드먼드 버크
㉥ 단테, 《신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