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의 괴로움》, 딱 제목만큼이다. 우리와 다르게 목조 건물이 많은 일본에서는 책 무게를 견디지 못해 집이 기울거나 무너질 우려가 있다. 물론, 콘크리트 집이라고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다. 무너질 정도의 책을 가진 이가 얼마나 될까? 무너질 염려는 없지만 1,000권이 넘어가면 책은 부담스러운 존재로 바뀐다. 집과 떨어진 공간에 서재를 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공간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가 장서 괴로움의 시작이다.
장정일은 추천의 글에서 “순수하고 무모한 열정의 괴로움”으로 장서가인 저자를 잘 표현하고 있다. 장서가는 순수하다. 무모하다. 장서가는 모두 독서가이다. 그 반대인 독서가는 모두 장서가일까? 둘의 상관관계는 없지만 그럴 확률이 높다. “실제로 확연히 분리할 수 없으며 다른 존재라고 할 수도 없다. 많은 독서가가 장서가요, 장서가가 독서가다. 숱한 장서가의 시초가 독서가였던 것은 다름 아닌 책의 물질성 때문이다.”
저자가 들려주는 교훈 중 기억해야 할 것은 “진정한 독서가는 서너 번 다시 읽는 책을 한 권이라도 가진 사람”이다. 많을수록 독서가에 더 가까울 것이다. “500여 권을 엄선한 장서가 적당하다.”라고 말한다. “500권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100권이든 200권이든 권 수는 조금씩 달라도 상관없다.” ‘양서’ 500권을 정할 수 있는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반복해서 읽고 또 읽는 게 ‘양서’이다. 장정일은 책은 한 번 읽고 마는 게 아니고, 무작정 많이 읽는다고 지혜가 늘지 않는다는 게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대인은 그럴 수 있는 조건을 상실했다.
넘쳐나는 책을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을 사지 않으면 된다. 더는 장서는 늘지 않을 것이고, 장서로 인한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장서는 계속 늘어날 것이며 계속 줄여 가는 작업을 해야 한다. 즉 출구전략을 세워야 한다. 가장 효율적인 전략이 무엇일까? 도서관에 기증하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한 신문기사에서는 기증도서를 반기지 않는다고 한다. 중복된 책이 많을뿐더러 기증한 책을 함부로 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라 했다.
넘치는 장서를 두려워 책을 사지 않는다면 어렵다는 출판 시장을 죽이는 일이 될 터이고, 무작정 산다면 장서의 괴로움은 고사하고 가족의 따가운 눈총을 견디기 어렵다.
한정된 책장을 비울 방안을 찾는 게 가장 급선무다. 여백이 있어야 다시 책을 채울 수 있다. 실천하지 못하고 있지만, 책장에는 항상 여백이 있어야 한다. 빈 곳을 채울 다른 책을 찾거나 여백을 만들 책을 뺄 수 있어야 한다. 여백이 없다면 책은 짐이 되고 부담스러운 존재일 뿐이다.
채우기 위해서는 조금씩 비워둬야 한다.
그게 책장이든 마음이든.
덧_
오카자키 다케시, 《장서의 괴로움》, 정은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