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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루장 Dec 08. 2021

분류,
분류한다는 것은

분류 [Classification, 分類]

개념의 구분을 사용하는 특수한 경우에 있어서, 구분이 유개념(類槪念)에 포함되어 있는 종개념(種槪念)으로 나누는 것이라면, 분류는 이 구분의 어떤 총계를 가리킨다. 다시 말해 구분이 유개념을 종개념으로 분류하는 것이라면, 분류는 많은 종개념을 합친 것으로 그 방향이 반대이다. 예를 들면 동물이라는 개념은 연체동물, 절족(節足) 동물 등등으로 구분되지만, 이것들은 ‘동물’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분류의 기초를 이루는 것은 문제 되는 각 대상의 본질적 특징인데, 분류에는 자연적(natural) 분류와 인위적(artificial) 분류가 있다. 전자는 각 대상의 본질적 특징의 유사점과 차이점에 기초를 두게 되며, 후자는 대상 사이에 어떤 일정한 질서를 세우는 것을 목적으로 그것에 필요한 특징을 가지고 하게 되는데, 따라서 그 특징이란 그 대상이 가진 본질적 특징은 아닌 것이다. 분류에 있어 멘델레프의 원소 주기표 등은 과학상 특히 중요한 의의가 있다. 그러나 분류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지식의 진보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_《철학사전》, 중원문화



분류는 대상을 이해하는 기본이다. 

분류할 수 없다면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분류가 분류 대상에 개입하려고 하는 순간 분류는 폭력이 된다. 

그물처럼 엮인 세상을 재단하고 분류하면서 우리는 쉽게 폭력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 

그 넓은 스펙트럼을 검은색과 흰색으로 나누려고 하게 된다.


다시 물어보자. 

너는 무엇이며 어떤 분류에 들어가 있느냐? 

이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가 어렵다. 

이런 질문이 폭력적이고 단호하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이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는 폭력성이다. ㉠ 


인종을 구분하는 것은 자의적 판단이 적용된다. “현재 백인이라도 조상 중에 단 한 명이라도 흑인이 있다면 흑인으로 분류한다.”라고 미국 루이지애나 주의 ‘혈통법’에 정의한다. 1970년 “흑인의 피가 32분의 1 이상 섞여 있으면 흑인으로 분류한다”라고 개정하였다. 


도대체 몇 분의 몇 이상이라는 기준은 누가 무엇을 근거로 분류하는 것인가? 32분의 1 이상이면 흑인이라는 주장은 33분의 1이 섞인 사람은 백인으로 분류한다는 말이다. 우스운 일이다. 



영국의 한 작가가 모든 사람을 세 가지 범주, 즉 노동자, 거지, 도둑으로 구분한 적이 있다. 이런 분류는 자존심이 강한 상류층과 부유층의 마음에는 들지 않겠지만, 경제학적으로 볼 때 옳다. 개인이 부를 획득할 방법은 세 가지, 즉 노동, 타인의 증여, 도둑질밖에 없기 때문이다. 



객관식 출제의 주요 방식으로는 선다형, 진위형, 연결형 따위가 있다. 

그런데 그 방식에 공통된 특징은 응답자가 하나를 고르면 나머지는 반드시 틀려야 한다. 

다시 말해 답이 한 문제에 둘 이상이거나, 

진眞도 되고 위僞도 되는 것이거나, 

아무 쪽과 연결해도 맞는 그런 출제는 해서 안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살이의 여러 문제는 반드시 객관식으로 출제되어 있지 않다. 

이것도 답이지만 저것도 답이 될 수 있고, 

어떤 때는 오히려 여러 가지 답을 모아야 제대로 풀린다. 



덧_
㉠ 서현, 《또 하나의 벽돌》, 효형출판

㉡ 박경태, 《인종주의》, 책세상

㉢ 헨리 조지 

㉣ 이문열, 《우리가 행복해지기까지》, 문이당, 1990 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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