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역사적인 사건이나 설명이 교묘하게 위장되거나 거짓말로 포장될 경우 이를 알아차리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기에 이 교묘하게 위장된 거짓말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저자의 의도라 생각한다. 하지만 거짓말이라기보다 그것은 ‘위선’, ‘보이지 않는 다른 이면’이다. 위정자가 대중, 인민에게 알려주는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다. 그들이 보여주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 이면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깨어있어야 한다. “인민人民이 책을 읽지 않으면 우중愚衆이 된다”는 장정일의 말처럼 읽어야 한다. 읽어야 속지 않는다.
좋은 재료를 가지고 만든 요리가 국적도 이상한 없는 요리처럼 보인다. 《세계를 속인 거짓말》이라는 제목에 맞지 않는 내용이다. 그러고 보니 좋은 재료가 아니라 좋은 제목에 걸맞지 않은 재료로 구성된 음식처럼 제목, 내용과 주제가 각기 따로 놀고 있다.
세상을 속이려고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거짓말한 것에 우매한 인민이 속은 것이다. 아니 속은 것이 아니라 그렇게 믿은 것이다. 그것이 진실이라 믿은 것이 잘못이다.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오늘은 내일의 어제”가 되기 때문이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까? 아니라는 것은 대부분 사람이 알고 있다. 그럼 왜 콜럼버스를 신대륙 발견자로 인정하고 행사에 이용하는지 알고 있는가? 남미 대륙의 대부분 국가가 스페인어를 사용하는데 브라질은 포르투갈어를 사용하는 이유가 뭘까? 이것이 콜럼버스와 무슨 관련이 있을까? 신대륙에서 수입되어 전 세계로 가장 빠르게 퍼진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링컨은 마지못해 노예해방을 선언했다. 남북전쟁의 근원적인 원인이 노예가 아니다. 링컨은 노예해방을 원했을까? 가끔은 정치보다 펜이 위대할 때가 많다. 남부연합은 노예해방 때문에 분리독립을 선언했을까? 공업이 발달된 북부가 남부보다 전세가 유리했나.
이 이외에도 나폴레옹, 프랑스혁명, 노르망디 상륙작전 등 11개 주제로 ‘거짓말’에 관해 말하고 있다.
그나마 이 책을 읽고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찾아보게 하는 입문서라 생각한다면 많이 나쁘진 않다.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중학교 정도의 아이와 같이 읽고 서로 이야기를 한다면 좋겠다. 처음부터 청소년을 대상이었다면 좋지 않은(나쁨이 아닌) 책이 아닌 좋은 책이라 권했을 것이다. 아쉽다. 저자의 참고문헌은 300여 권이 되는 듯하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 하지 않았다면, 챕터를 줄여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넣었다면, 저자가 말하는 ‘거짓말’과 맞지 않는 부분을 추려냈다면 어떠했을까.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기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주제를 좋아하기에 아쉽다. 좀 많이.....
덧_
《세계를 속인 거짓말》, 이종호, 뜨인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