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사상 최초의 여자 황제였던 측천무후는 황위를 찬탈하고 반대파를 무자비하게 처형한 것으로 악명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200여 명의 황제 중 유일한 여성 황제이다. 당나라 멸망 이후 문치주의와 유교 시스템을 중심으로 성리학적 정치체제가 마련되었던 송나라와 이후 명나라의 유학자들에 의해 부정적인 평가를 많이 받았다.
중국 당나라 고종 이치(李治)가 병에 걸려 국사를 돌볼 수 없자 나랏일을 그의 아내 무측천이 모두 결정했다. 그렇게 무측천은 점차 조정의 대권을 장악해 나갔다. 서기 683년, 고종이 병으로 사망하자, 무측천은 중종과 예종을 황상에 앉혔지만, 중종과 예종은 어머니가 시키는 데로만 하는 꼭두각시 황제에 불과했다. 7년 후, 67세의 무측천은 예종을 폐위시키고 자신이 성신 황제(聖神皇帝)가 되어 국호를 주(周)라 하고 연호를 천수(天授)로 고쳤다. 역사는 이 왕조를 무주(武周)라고 기록하고 있다. 무측천은 이로써 중국 역사상 최초로, 유일하게 스스로 국호와 연호를 세운 여황제가 되었다.
측천무후의 신하였던 내준신(來俊臣, 651-697)이 지은 것이 "나직경(羅織經)"이다. 여황제 측천무후는 "죄를 조작하여 선량한 사람을 함정에 빠뜨리는 것이 이 책을 지은 목적이니 세상 사람들이 읽지 못하게 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나직경은 소실되었다가 발견된 것을 마수취안이 새로 정리하였다고 한다. 확인할 수 없으니 믿지는 못하더라도 인정할 수밖에.
사실 제목에 낚여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책의 내용은 제목과 다르게 재미가 떨어진다. 내가 이렇게 전개되는 책을 지루하게 생각하여서 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책에는 남의 모략에서 살아남는 법에 대한 것은 새길 만하다. 책의 내용은 별로 없고 목차 부분에 나와있는 구절은 맘에 와닿는다.
남을 모략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모략을 당하지 않고자 한다면 한 번은 읽어 보면 좋다.
음모는 술책도 있고 효과도 있지만 한계가 있기 때문에 큰일을 이룬 자는 예로부터 단 한 명도 없었다. _노신
권모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고, 중국의 지모는 본질적으로 지극히 심오한 문학이다. 몸과 마음으로 이 문화를 깊이 받아들여야만 자연스럽게 안으로는 성인의 도를 도모하고 밖으로는 지혜를 모색하는 경지에 이를 수 있고 진정으로 성인의 도와 지혜를 겸비한 모략가가 될 수 있다.
관계의 기술 - 사람을 상대하기
자주 속임을 당하는 사람은 타인에 대한 관찰이 깊지 못하기 때문이다. 착하기만 한 사람들이 있는데, 악한 자들은 바로 그 점을 이용하여 사리사욕을 채운다.
일을 미리 예측하지 못하고 적을 무정하게 대하지 못하면, 스스로를 보전할 수 없어서 위해를 당하게 된다.
다른 사람에게 베푼 은혜에 반드시 좋은 보답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오직 실력만이 중요하다.
남을 쉽게 믿지 않아야 이지(理智)를 잃지 않는다. 상대의 좋고 나쁨을 통찰하고, 나아가 이용할 수 있어야 상대를 굴복시키고 통제할 수 있다.
섬김의 기술 - 윗사람 섬기기
역대로 고위층은 대부분 허영심이 강하고 오만한 인물이었다. 그들은 충성스럽고 정직한 자를 좋아하고 소인을 멀리한다고 자처하지만, 진정으로 그런 행동을 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탐관오리나 아첨을 일삼아 자가 아무 능력이 없어도 그저 충성하고 순종하기만 하면, 통치자 눈에는 적어도 후환 거리가 될 염려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출세 가도를 달리는 사람을 보면 대체로 윗사람의 심리를 잘 간파한다. 윗사람의 속내를 정확히 알아내서 미리 근심을 덜어주기 때문에 윗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관운의 탄탄대로를 달릴 수 있는 첫째가는 비결은 윗사람의 속셈을 잘 헤아리는 것이다.
매사 경직되게 시비곡직을 따지는 관리는 용납되지 않아서 갖가지 비난을 뒤집어쓴다.
치인의 기술 - 아랫사람 다스리기
아랫사람이 내 속을 모르게 하라. 또 거리를 둔 채 쉽게 대해주지 마라. 이렇게 하는 것이 바로 아랫사람을 다스리는 것이다.
총명한 상사는 왕왕 아랫사람의 승진을 늦춘다. 굶주린 들개는 항상 더 많은 사냥감을 포획하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권위를 보여주고 어떤 때는 은혜를 베풀어라. 이 양자를 조화롭게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윗사람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문제이다.
높은 벼슬과 부귀영화야말로 사람의 의지를 소멸시키고 다른 생각 없이 충성을 다하도록 만드는 수단이다.
아랫사람이 재능을 믿고 으스댄다면, 그를 다스리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을 그의 내면 깊은 곳의 두려움을 장악해서 이용하는 것이다.
통제의 기술 - 권력을 다루기
권력을 획득하려면 반드시 용기와 담력이 있어야 한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모와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권력을 얻고 싶으면 먼저 권력을 얻는 데 필요한 능력을 갖춰야지, 그렇지 않으면 백해무익해서 헛고생만 하고 만다.
정당한 명분이 없는 일은 설득력이 없어서 저항을 부르기 마련이다. 권력 쟁탈에서도 정당한 명분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지혜로운 권력자는 자신을 위해 이익을 챙기는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도 덕을 베풀어 인심을 얻는다.
권모술수는 음모와 속임수를 벗어나지 못한다. 다만 매우 실용적이고 효과적이라 설사 성인군자라 해도 감히 경시하지 못한다.
제압의 기술 - 적을 누르기
적은 적의 신분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가장 위험한 적은 항상 친구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기적인 사람의 안주에는 이익이 훌륭한 명성보다 훨씬 실제적이다.
투기하는 자는 늘 이익의 크고 작음으로 적을 가늠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내린다.
열쇠는 적의 약점을 잡는 데 있으니, 이 점만 장악한다면 적을 쉽게 굴복시킬 수 있다.
적에 대하 행동할 때 가장 꺼려야 할 점은 우유부단하고 생각만 많은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선수를 빼앗기고 수동적이 위치에 처하게 된다.
치부의 기술 - 부귀영화 굳히기
책략은 부귀를 낳으니, 멈출 줄을 알면 영원히 부귀를 보존할 수 없다.
낡은 사람을 없애고 새로운 사람을 자기 심복으로 쓰는 것은 새로운 주인이 가장 받들어 행하는 신조이다.
군주에게 아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가 총애하는 사람들도 반드시 잘 사귀어 두어야 한다.
관료 세계 속에서도 관계의 그믈이 어디에나 펼쳐져 있다. 따라서 일만 따질 분 그 속의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는다면 필연코 남의 원한을 사게 되어 모든 것이 불안해진다.
총애가 가져다주는 위험과 가난이 가져다주는 위험을 경시하지 말아야 한다.
방어의 기술 - 자신을 보호하기
명분에 매달리는 군자의 성향은 실제로는 화를 초래하는 근원이다.
명철보신의 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강적을 만들지 말고 사람의 목표물이 되지 않는 것이다.
부드러운 칼로 죽이는 것은 왕왕 가장 놀라운 효과가 나타낸다.
항변을 해도 전혀 소용이 없는 상황에서는 능동적으로 잘못을 승인하고 억지라도 죄를 인정하는 것이 액운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삶을 찾는 하나의 방법이다.
영원히 순조로운 상황에만 처할 수는 없으니, 원대한 안목이 있는 사람은 이를 염두에 두고 모든 일에 여지를 둔다.
탐색의 기술 - 적을 살피기
통치자는 겉으로는 누구나 충신이 되어야 한다고 격려하지만, 실제로 그가 취하는 인재 등용의 기준과 행동을 보면 충신을 용납하지 않고 간신만을 좋아한다.
역사상 간신이 충신보다 더 운이 좋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 우리는 이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은 말이나 글로 간신을 토벌하고 비난하는 데 습관적으로 도취되어 있지만, 실제 행동을 보면 간신이 하는 짓에 부화뇌동한다.
간신이 윗사람을 생각하는 것은 하나의 수단일 뿐이다. 오직 자기만을 생각하는 것이 그들의 진정한 목적이다.
모략의 기술 - 일을 도모하기
이익을 최상으로 삼고 있다고 전제하면, 관료 세계에는 영원한 친구가 없다.
사건은 항상 어렴풋할 때 기획하고 그 추세와 결말을 예측해야 한다. 그다음 결단을 갖고 행동을 취해야만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책략은 늘 기이함으로 승리를 거두고, 준비하지 않은 틈을 타서 공격하고, 번개처럼 공략하는 방식을 실시해야만 진정으로 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지모와 계책을 써서 사람을 해치는 것이 묘책이긴 하지만, 이 방법이 통하지 않을 때 직접적으로 가해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최후의 선택이다.
심문의 기술 - 죄를 묻기
범죄를 확정할 때 사실에 근거해야 하는 것이 형법의 근본 취지이다. 그러나 이 범주를 일단 벗어나면, 범죄에 대한 처벌은 집권자들이 민중과 정적을 대처하는 일종의 수단이 되고 만다.
육체적으로 상처를 입히고 가혹한 형벌을 가하는 것은 예로부터 혹리酷吏(혹독한 벼슬아치)의 기본적인 수단이다. 그중에서도 정신적인 타격은 다른 방법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효과가 크다.
안건을 신문할 때는 동정심을 베푸는 것을 가장 금기시한다. 이는 혹리와 음모자의 경험담이다.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관료 세계에서 유사시에 대비하는 마음이 업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다.
형벌의 기술 - 적을 처벌하기
음모꾼과 혹리는 목적의식이 강하고 목표가 정확하여 그 위협이 치명적이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은 견뎌내지 못한다.
혹리와 음모꾼이 사람을 괴롭히는 수법 중 말로 하는 폭력을 경시해선 안 된다.
난폭하고 고압적인 정책은 사람을 대세의 흐름에 따르게 만드는 동시에 혹리의 악행에 핑곗거리를 제공한다.
사람을 징벌할 때 그들이 원하지 않는 곳을 공격하면 가장 큰 아픔을 가져다줄 수 있다.
권력을 쥐고 있고 여론까지 장악하면 피해자는 억울함을 호소할 곳이 없어지고 세상 사람도 그 진상을 모르게 된다.
연좌의 기술 - 연좌제로 엮기
억울한 안건, 잘못된 안건에 대해 통치자는 남에게 미룰 수 없는 책임을 갖고 있으며, 심지어 직접적인 원흉이라 할 수 있다.
과도한 위세와 난폭한 권력 밑에서는 설사 지혜가 높은 사람들이라 해도 전혀 쓸모가 없다.
인간관계에서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은 누구에게나 좋다.
친구끼리는 아무렇지 않은 일이라 해도 소인배에게는 큰 음모를 꾸밀 수 있는 사건이 된다.
겉으로 보면 증거도 갖추고 있도 법과 이치에도 맞지만 속으로도 억울한 안건이 많은데, 이것이야말로 억울한 안건을 제조하는 자의 가장 교활한 점이다.
덧_
《모략의 즐거움》, 마수취안, 김영사, 절판
《정적을 제거하는 비책》, 마수취안, 보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