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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루장 Jul 21. 2021

나름대로 책을 고르는 눈을 키워야한다

책 잘 고르는 방법 同書男Book

나쁜 책은 아무리 조금 읽어도 해롭다.

좋은 책은 아무리 많이 읽어도 부족하다.
나쁜 책은 정신의 독약이나 다름없다.
_톨스토이


자신을 위해 책을 선택하는 일은, 좋은 책이란 무엇인지 배우고 정보를 취합해서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일에서 시작된다. 어떤 책을 선택할지에 대한 고민은 책을 읽은 내내 계속하는 고민이다. 그러한 점에서 베스트셀러는 선택의 또 다른 한 방편이다.


책을 선택함에 있어서 베스트셀러 목록은 널리 애용하는 자료이긴 하지만, 올바른 독서를 위한 길잡이로는 가장 빈약하다. 그것이 판매량을 반영한다 하더라도, 품질이 아니라 대중성을 나타내는 자료일 뿐이다. 그럼에도 베스트셀러 목록은 당대의 기호를 반영하는 지침이며, 오늘의 독서 인구가 가지고 있는 사고 체계에서 ‘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길잡이이다. 우리의 전반적인 책 읽기를 상징하는 최소한의 공통분모라고 할 수 있다.


하루에도 수 많이 쏟아지는 책, 그 많은 책 중에서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저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다. 대부분 제목에 끌리거나, 표지가 맘에 들거나, 신문 서평이나 블로거 서평에 이끌리거나, 남이 많이 읽는(읽는다고 하는) 베스트셀러 중에서 선택한다. 출판사로서는 독자에게 책의 낙점은 무수히 많은 궁녀가 있는 궁궐에서 임금의 성은을 입는 것과 흡사하다. 많은 궁녀가 있지만, 성은을 입는 궁녀는 매우 적다. 간혹 의외의 성은 입는 궁녀도 있지만 첩지를 받지 못하고 임금의 기억에서 금세 사라진다.


책을 읽기 전까지 선택을 잘했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출간된 책 전부를 읽을 수 없으니) 가장 바람직한 것은 관심분야의 책을 모두 읽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신문이나 인터넷 서점이나 블로거 서평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싫거나 나쁘다고 느낀 책은 많은 이가 서평을 쓰지 않는다. 90 퍼센트 이상이 좋은 내용일 경우가 많다. 좋은 평가 속에서 옥석을 가리는 눈을 키우는 것 또한 독자가 가져야 할 덕목이다.


장정일은 “좋은 책을 읽는 방법은 먼저 나쁜 책을 읽지 않는 것”이라 했다. 나쁜 책도 읽어봐야 나쁜 책인 줄 안다. 많이 읽어야 한다. 하지만 정작 염려하는 것은 좋은 책 선택이 아니다. 책의 내용을 활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염려한다. 책에 나온 내용이라고 모두 진실이 아니다. 저자의 가설로 시작해 가설로 맺는 책이 많다. 하지만 어설픈 책 읽기는 모두 진실로 받아들여 잘못된 사고가 굳어지는 경향도 있다. 이런 책 읽기는 읽지 아니한 만 못하다.


제임스 사이어는 《어떻게 천천히 읽을 것인가》에서 독서의 목적을 “단지 정보를 얻겠다는 생각으로만 책을 읽는 행위는 원색적으로 표현해서, 독서라는 예술의 매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이다. 그렇더라도 그런 독서를 최소한으로 줄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정보를 얻을 때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정보를 얻는 경우는 거의 없다. 누락되거나 과대평가된 ‘편집된’ 정보를 보여주기 십상이다. 이것은 곧 정보를 얻기 위해 읽을 때는 비판적으로, 즉 일정한 관점을 가지고 읽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 책을 모두 읽지도 못하는 것은 물론이며 매번 책 고르기에 성공하지도 못한다. 내 나름 확고한 책 선택 기준이 있는 게 아니다. 단지 관심이 가는 책을 발견하면 메모하거나 온라인 서점 보관함에 담아 둔다. 기억력에 한계가 있기에 기록이 제일 먼저이다. 이렇게 쌓인 책 중에 절반 정도를 구매하니 보관함에서 없어진 수많은 책이 있다. 장정일의 말처럼 그 책은 내가 읽지 않았기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책이다.


책을 잘 읽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잘 고르는 법도 매우 중요하다. 그 방법을 내 것으로 만들려면 다른 이의 좋은 방법도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10분의 힘을 믿어라》에서 이내화는 수많은 책을 무턱대고 읽을 수 없기에 대개는 필요한 책만 찾아 읽는 방법을 설명한다.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책을 선별하는 전략, 최소한의 책 고르는 방법이 ‘동서남북同書男Book이다.


인생은 매우 짧고 그중에서 조용한 시간은 얼마 안 되므로 우리는 그 시간을 가치 없는 책을 읽는데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_존 러스킨



同書男Book


동同 : 동질감


나와 생각이나 사물을 보는 코드가 비슷한 저자의 책을 찾는다. 코드가 비슷하면 저자가 말하는 것을 수용하거나 재구성하기가 편하다. 더러는 편식의 습관이 될 수도 있지만, 모든 책에는 지향하는 방침과 방향이 있다. 이때 나의 지향과 어긋나면 과감히 버린다.


(한쪽에 치우친 독서가 될 수 있다. 음식도 골고루 섭취해야 하듯 책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나름대로 책을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우기 전에는 이 방법도 유효하다. 하지만 내 입맛에 맞는 것만 고른다면 다른 쪽 의견을 무시한 독단으로 빠지기 쉽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책의 참조한 책을 읽는 것이다. 또 그 책이 참조한 책, 이렇게 네트워크 방식으로 책을 넓혀가는 게 좋은 선택을 하는 방법 중 하나이다.)


좋은 책은 좋은 책을 소개하는 책이어야 한다. 한 권의 책이 그 책 속에서 또 다른 좋은 책을 소개하지 않는 책은 닫힌 책이다. _《독서일기 1》, 장정일


서書 : 서평


수많은 책을 전부 읽을 수 없다. 책 고르는 것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데 바로 책을 소개하는 서평이다. 기자는 나름대로 책을 보는 안목이 있고 시대 또는 트렌드에 맞게 책을 소개한다. 이들의 식견을 곁눈질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매주 신문에 실리는 신간 소개를 참고하는 게 좋다.


(신문 서평을 보는 눈을 길러야 한다. 출판사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내보내는 일부 서평도 있다. 신문 서평뿐 아니라 온라인 서평도 참조하면 좋지만 ‘주례사 비평’ 같은 글을 걸러내는 눈을 길러야 한다. 온라인 서점의 서평과 서평 블로거를 참조해도 좋다. 다만, 자의든 타의든 좋은 내용은 글을 남기지만 혹평은 거의 남지 않는 점을 기억해 참조해야 한다.)


남男 : 남의 이야기 (南이라 썼지만, 男이 더 어울린다. 男은 남자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 man과 같은 사람이다.)


주변에 독서에 일가견을 가진 이에게 도움을 받는다. 남의 도움을 받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정기적으로 만나거나 독서 모임 커뮤니티에 참석하여 그들의 열정을 내 것으로 만들자. 원래 좋은 정보는 사람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지인과 만남에서 요즘 읽는 책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메모하라. 그 주에 만나는 사람의 책 중에서 공통된 것부터 먼저 읽으면 된다. 절대 책을 추천해 달라고 하지 마라. 각자의 상황과 독서 능력에 따라 좋은 책도 나쁜 책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은 읽으려고 사는 게 아니고, 산 것 중에 골라 읽는 것이다. _김영하


북Book : 책 선별 (北이라 했지만, Book이 어울린다.)


직접 책을 읽어 나만의 선별 방법을 만드는 일이다. 책 읽는 방법은 수많은 착오와 연습을 통해 체득할 수 있다. 직접 읽는 작업을 통해 습관화해서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어떤 방법이든지 상관없다. 책을 읽는 주체는 ‘나’이다. 나만의 방식을 고수하면 된다.


(앞선 세 가지 방법을 통해 정해졌으면 책을 사라. 언젠가 읽으면 된다. 책을 고르는 방법을 고민하고 알아보는 것은 책을 읽기 위함이다. 단지 책 선별로만 끝나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나만의 책 읽기를 위한 선행작업이었다.)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실질적인 이유는 좋은 책을 찾기 위함이다. 그렇게 좋은 책을 찾았으면 많이 읽으면 된다. _心香


여기에 적은 방법도 자신만의 책 고르기를 위한 방법 중 하나이다. 절대적인 것은 없다. 내가 결정한다. 고르는 것도 읽는 것도 모두 내가 한다. 야구도 3할이면 잘 치는 것이고 4할 선수는 거의 없다. 책 고르기도 매번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재미있거나 유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책을 고르고 산다.


윈드 아주머니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런 실망도 하지 않으니 다행이지.”라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저는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더 나쁘다고 생각해요. _ 《빨간 머리 앤》, 루시 모드 몽고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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