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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루장 Jul 23. 2021

아이에게 어떻게 책을 읽게 할까

아이에게 올바른 독서 지도란 없다. 단지 부모가 미리 읽어보는 것이다.

‘아이에게 책을 어떻게 읽게 할까’가 많은 부모의 관심사이다. 정작 부모는 어린이 책은 고사하고 자신도 책을 읽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책을 읽으라고 권하고 있다. 저자는 “날마다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책의 홍수 속에서 우리 아이의 독서 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가지고 아이의 독서 지도를 고민했다.


그의 질문은 “독서를 ‘지도’하다니”라는 다른 커다란 질문과 마주한다. 그래서 저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지 “아이 곁에서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책과의 만남에 눈뜨게 해주는 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아이에게 책 읽기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아이에게 “좋은 책만 까다롭게 골라 오랜 시간에 걸쳐 채운 제 책꽂이 하나를 장만해 주는 일”로 자신만의 책꽂이에 “책에 손때를 묻히는 행복감을 알게 해주는 일”이다.


다니엘 페나크는 《소설처럼》에서 “아이가 자연스레 책 읽기에 길들게 하려면 단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즉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했다. 꼭 아이의 책 읽기에 국한한 것은 아니다. 또한 “읽는 것에 대해 조금도 부담을 주지 말고, 읽고 난 책에 대해서 단 한마디도 보태려 들지 말아야” 하며 “책을 읽어주는 것은 선물과도 같다. 읽어주고 그저 기다리는 것”이라 했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눈이 열리고 아이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 차리라는 것을 믿어야 한다. 멀지 않아 곧 의문이 생겨나고, 그 의문이 또 다른 의문을 불러오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말아야 한다”이다. 저자의 “독서를 지도한다”라는 의구심의 답이다. 지리한 기다림의 연속일지라도 그 기다림이 곧 실현될 것임을 믿어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


좋은 동화는 직접 화법에 의존한 교훈보다도 간접 화법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는 지적은 소설을 읽는 성인 독자에게 시사하는 점이 있다. 대다수 성인 독자는 자신이 읽은 소설에 대한 감상을 말할 때, 자신의 느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의 행동이나 서사로부터 교훈을 이끌어 내려고 한다. 까닭은 그런 식의 독후감 작성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정답을 찾아내는 식의 독법은 소설은 물론 영화, 보기까지 만연된 전염병이다. 그리고 그 질병 속에서는 달리 생각할 도리가 없다. 우리는 한 편의 소설을 읽고 천편일률적인 정답을 얻어야 한다. _《독서일기 4》, 장정일


장정일은 책에서 말하는 아이에 대한 책 읽기에 관한 글을 성인에게도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말한다. 아이에게 독후감 또는 감상을 바라는 것이 성인의 그것에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같은 정답을 바라는 것이다.




아이 학교 앞에서 불량 식품을 판다고 TV 뉴스에서 보도한다. 하지만 상업주의에 빠진 어린이 책 시장에 대해서는 왜 아무 말이 없는지. 아이가 먹는 음식에 대해서는 신경과민이다 싶을 정도로 열심인 엄마가 아이 책은 그저 전집으로 사다 안길 정도로 왜 편안한 것만 찾는지. 신문마다 잡지마다 서평란이 있는데, 왜 아이 책에 대해서만은 그런 지면이 없는지 이해가 안 된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어른이 먼저 책을 펴세요.

책을 가까이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어른이 집안에서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면 됩니다. 세 살이 된 아이는 주변 어른의 말과 행동을 흉내를 내며 배우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아이는 어른의 사소한 행동까지 관찰합니다. 책 읽는 습관도 보고 배웁니다. 주변에 책을 가까이하는 어른이 있으면 아이는 억지로 시키지 않아도 책에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책을 가까이하게 됩니다. “책 좀 읽어라.”라는 열 마디 잔소리보다, 그림책 한 권 꺼내 읽는 행동이 아이에게 더 큰 울림을 줍니다. _《그림책 육아》, 정진영


저자는 부모가 정작 중요하다고 느끼는 아이 책에 대해서는 무감각하고 편한 쪽으로만 생각하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는 나뿐 아니라 많은 이가 공감하는 내용이다. 그래서 저자는 “언젠가는 부모가 일일이 간섭하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책을 골라 읽어도 괜찮은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대”하지만 과연 그날이 쉽게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모두 알고 있다. 우리는 “책의 공해 속에서 바르지 않은 읽을거리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는 일이야말로 오늘날 아이들 교육의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어린이의 읽을거리를 상혼들로부터 보호하는 일에 있어, 우리는 아주 엄격하고 단호해야 한다.”


불행하게도 좋은 책을 고르기가 쉽지 않은 우리 어린이 도서 유통 구조와 평론의 부재, 옥석을 가리기 힘든 출판 난립의 현실에서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가 읽을 책을 부모가 미리 읽어보는 일이다. 부모가 읽는 어린이 책은 아이에게 강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독서교육의 출발이다.


다른 그 무엇보다도 저자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에 큰 불안감을 느낀다.


부모나 교사가 아이 독서 지도를 위해서 해야 할 일은 책을 읽고 난 후의 토론이나 독후감 쓰기 같은 것보다는, 좋은 책 고르기에 심혈을 기울이는 일이다. 좋은 책 고르기보다도 이제 더 어려워진 좋지 않은 책의 공해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는 일이다.


이 책은 1997년에 초판이 출간되었다. 저자가 문제점이라 말한 유통 구조, 평론의 부재 그리고 출판의 난립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아마 앞으로도 절대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부모가 미리 읽어 보는 것이 아직도 가장 좋은 방법이다. 책을 읽지 않는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권하는 말도 안 되는 사회가 되지 않기 위해서.


부모가 아이에게 물려줄  있는 유일한 선물은 인생이란 사막을 건너갈  있는 나침반이  독서 습관인지도 모른다. _박산호,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덧_

여기에 말하지 못한 많은 내용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나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특히 아동책과 관련 있는 이에게는 필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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