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루장 Mar 24. 2022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다

역사에 기록되진 않았지만 보스라 칭해지는 (그들은 보스이지만 결코 리더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사람에게는 참모가 있다. 그들이 모시던 보스가 성공하지 못한 것은 그들 자신이 유능한 참모가 아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참모와 2인자는 다르다.


참모가 꼭 2인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만일 2인자를 원하는 참모라면 진정한 참모가 아니다. 참모는 자신이 리더를 선택하지만 대부분 아니 거의 2인자의 전부는 리더가 정해준다. 2인자는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기에 대부분 2인자로 끝나거나 그냥 2인자일 뿐이다. 그 리더가 그것을 바라기 때문이다. 결코 자기를 능가하는 2인자를 원하는 리더는 없다.


참모는 자신이 리더를 선택한다.


자신이 선택하였기에 리더와 대등한 관계를 가진다. 리더가 정해준 2인자와의 커다란 차이점이다. '리더와 참모는 역할과 기능만 다른 파트너 관계'이다. 대부분의 우리가 알고 있는 유능한 참모는 자신의 뜻을 펼치기 위하여 리더를 찾고 선택한다. 그래서 유능한 '참모는 리더를 추종하지 않는다.'


참모에게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 번째, 사람의 마음을 얻는데 주력하라.
두 번째, 자신의 판단에 충실해야 한다.
주관과 객관은 상호 침투해야 하지만, 결론적으로 주관의 객관화가 인생이다. 지더라도 결과를 흔쾌히 수용할 생각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주관에 충실해야 한다.
세 번째, 자리를 탐해서는 안된다.
자리는 음식과 같다.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배가 커진다. 한 번 배가 커지면 계속 많이 먹어야 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따라서 바른 자세로 천천히, 그리고 적당히 먹어야 한다. 자리나 벼슬이나 직책도 과욕은 좋지 않다.
네 번째, 권력을 즐기지 말아야 한다.
무엇인가 이루기 위해서는 권력이 필요하다. 중독되면 끊기 어렵다.
다섯 번째,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일찍 핀 꽃은 일찍 시들기 마련이다. 물론 피어야 할 때는 피어야 한다. 일찍 시들기 두려워 일찍 피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한동안 피지 못하고 있다고 해서 낙담하거나 서두르지 말라는 것이다. 꽃은 언젠가 핀다.


좋은 새는 나무를 가려 깃들고, 지혜로운 신하는 주인을 가려 섬긴다.
양금택목이서(良禽擇木而棲) 현신택주이사(賢臣擇主而事)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지 말고 주저 없이 선택하고 거침없이 살아가야 한다. 정도전은 최영이 아닌 이성계를 선택했다. 순욱은 그의 나이 29살에 조조를 찾아갔다. 그도 함께할 보스를 스스로 선택했다.


귀양을 가 있는 정도전에게 한 촌부가 한 말이다. "그렇다면 그대의 죄목을 알겠노라. 그 힘이 부족함을 헤아리지 않고 큰 소리를 좋아하고, 그 시기의 불가함을 알지 못하고 바른말을 좋아하며, 지금 세상에 나서 옛사람을 사모하고, 아래에 처하여 위를 거스른 것이 죄를 얻은 원인이다." 아마도 이 날 촌부에게 들은 교훈이 되어 훗날 자신이 쓴 《조선경국전》에 이렇게 적고 있다. 나라는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을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 ··· 민심을 얻으면 민은 군주에게 복종하지만, 민심을 얻지 못하면 민은 군주를 버린다.


조선 최고의 참모로 불리는 정도전은 이성계에게 고려왕조를 대신할 새 왕조를 세우는 것이 반역이 아니라 백성을 도탄에서 살리는 새로운 명분을 제공해주었다. 결국 새 왕조를 건설하고 조선 500년의 기초를 닦았다. 그는 난세에 태어나 어려움을 극복한 뛰어난 기획자이자 실천적 개혁가이었다. 물론 이성계가 정도전의 경륜과 비전을 알아보는 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성계의 눈을 뜨게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정도전 자신이었다. 정도전의 끝은 좋지 않았다. 잘못된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역사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는지. 이성계 이후 왕은 정도전 같은 신하가 나오길 두려워했는지도 모른다. 고종 때 복원되기까지 조선 500년 내내 역적으로 살았다. 


자기와 잘 맞는, 자기의 조언을 받아들일 역량이 있는 리더를 선택해서 섬기라. 리더의 정서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것도 유능한 참모의 조건이다. 아무리 당도가 높은 설탕이라도 녹지 않으면 누구도 그 단맛을 알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신의 재능과 정치적 경륜을 활용해 리더를 움직이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낸 참모는 끝까지 리더를 보필하면서 자신을 버릴 줄 아는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직언을 아끼지 않았으며 개혁의 과정에 뛰어드는 과감한 선택도 마다하지 않았다.


참모라고 모두 성공적인 삶을 누린 것은 아니었다. 권력을 누린 이도 있었지만, 리더에게 토사구팽 당해 비참한 죽음을 맞은 이도 많다. 리더와 함께 자신의 목표를 누렸으며 리더를 이끌고 끝까지 참모를 부귀영화를 누린 참모도 있다. 좋은 리더와 참모 간에는 소통도 있지만 긴장도 있다. 참모가 리더의 결정에 추종하기만 한다면 그는 참모가 아니다. 리더가 그를 따르는 부하로만 여긴다면 그 또한 리더가 아니다. 


불신의 싹은 일단 트기만 하면 순식간에 아름드리나무가 된다. 일단 싹이 트면 이미 늦다. 아예 씨앗을 뿌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우는)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을 모든 일에 대해 숨김없이 (윌슨에게) 알렸다. 사전에 알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주위의 이간을 이겨내는 방부제였다. 권력은 나눌 수 있어도 사랑은 나눌 수 없다. 대중의 사랑은 리더의 것이다.


참모의 공통점은 자신이 리더를 선택했다. 리더를 선택하였지만 리더에게 선택받고자 한다면 강력한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 메시지는 구도가 단순해야 하고, 이해가 명쾌해야 하며, 감정이 끓어오르게 해야 한다. 그들의 선택을 돌아보면서 '조직 속의 99%는 모두 참모다. 네 안에 잠자고 있는 참모 마인드를 깨우라'를 곱씹어 보는 것이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이다.


덧_

《1인자를 만든 참모들》 , 이철희, 위즈덤하우스

《제왕의 책사들》 , 신연우, 신영란, 생각하는백성

《조선의 킹메이커》 , 박기현, 위즈덤하우스

매거진의 이전글 삼국지연의는 나관중이 쓴 것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