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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루장 Feb 28. 2022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자기 나라의 영토를 헌법에 명확하게 규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영토는 조약, 매입 그리고 정복 등을 통해 항상 바뀔 수 있는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헌법이 이처럼 엄격하게 영토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북한 지역이 우리의 영토라는 사실을 천명하려는 의도로 이해되며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간접적으로 선언하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또한, 영토를 확정함으로써 더 이상의 영토적 야심이 없음을 천명하는 의미가 있다. 이러한 규정은 방어적 의미가 있다. 외부 세력에 의한 영토 축소의 위협이 발생했을 때, 유력한 대항 자료로 이용할 수 있다. 수많은 외적 침입과 식민지를 겪은 역사적 경험이 이러한 수동적 헌법 조항을 만들게 했는지는 알 수 없다.

헌법 3조는 미래의 우리 영토의 범위를 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헌법하에서는 고토 회복 등의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하기는 매우 어렵다. 만약 러시아가 경제 사정이 좋지 않아 연해주를 한국에 매각한다고 했을 경우, 우리는 연해주 매입에 앞서 헌법을 먼저 고쳐야 한다. 그리고 남태평양에서 무인도를 발견했을 때, 우리는 그 섬을 영토로 만들지 못한다.

헌법 3조는 우리 영토 의식을 압록강과 두만강 이남으로 가두어 놓았다. 한국의 영토가 반드시 압록강과 두만강 이남으로 한정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든다. 역사적으로도 한국의 영토가 압록강과 두만강 이남으로 한정된 경우보다는 그렇지 않은 시기가 더 많았다는 논거가 충분히 의의를 가진다.



간도는 식민지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유력한 영토였다. 지금도 그 가능성이 남아 있다. 그런데 헌법 3조가 이 가능성을 막아놓고 있다. 영토를 압록강과 두만강 이남으로 한정해 놓음으로써 두만강 이북 지역인 간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은 엄밀한 의미에서 불가능하다. 이처럼 헌법 3조는 한국인의 영토 의식에 스스로 족쇄를 채우고 있다. 불필요한 내용을 헌법에 규정함으로써 우리의 영토의식을 축소할 필요는 없다. 결론적으로 헌법 3조는 폐기되거나 수정되어야 한다. 현행 헌법에 영토조항을 규정하기보다 하위 법령에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909년 간도협약으로 지금은 중국의 연변 조선족 자치주가 되어 있다. 조선의 외교권을 장악한 일본이 중국과 간도협약을 체결하여 이 땅을 중국에 넘겨주었다. 과거 제국주의자들이 '100년 시효설'은 협약에 의한 영토 조차가 최대 99년을 기한으로 하고 있다. 100년이 넘어가면 조차가 아닌 영유권을 인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중국이 동북공정東北工程을 통해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자국의 역사로 만들고, 다민족 국가론을 주창하면서 간도의 조선족에게 중국 국민임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간도를 지역적 기반으로 한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가 중국의 역사가 되어버리면 간도는 자연스럽게 중국에 귀속되게 된다. 간도의 영유권이 어디로 귀속되느냐에 따라 그곳을 중심으로 형성된 고구려사 및 발해사의 귀속 문제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중국의 동북공정은 곧 간도 영유권 문제라는 오늘날의 의미로 쓰이게 되며, 이는 거꾸로 우리가 간도 영유권을 주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간도가 가지고 있는 역사의 진실과 함께 그곳이 우리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이 되길 바랄 뿐이다.


덧_

《간도는 누구의 땅인가》, 이성환, 살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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