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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루장 May 17. 2023

중국인에게 '3'은 특별한 숫자이다


중국인에게 '3'은 특별한 숫자이다


위, 촉, 오의 삼국 시대가 지금까지 사랑을 받고 줄곧 이야기에 오른 것은 '3'이라는 수와 깊은 관계가 있다. 이야기꾼은 대체로 전란과 분열의 세계를 다룬다. 평화롭고 안정된 시대의 이야기는 들어서 재미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분열된 난세가 아무리 재미있다고 해도 너무 복잡하게 여러 축으로 나눠져 버리면 이야기로 꾸며 내기 어렵다. 반대로 두 영웅의 대결 구도는 자칫하면 단조로워질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그 사이의 셋 정도가 가장 적당하지 않을까.


삼자 정립은 분열과 항쟁의 관계에서는 가장 안정된 성질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두 영웅은 양립하기 어렵지만, 삼강의 정립과 경합은 그 나름대로 구조적인 안정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남녀 간의 삼각관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우리는 이 삼각관계에서 모든 인간관계의 원형을 볼 수 있다.


중국은 숱한 분열과 전란의 시대를 거쳐 왔지만, 세 개의 세력이 정립하여 맞서 싸운 것은 삼국 시대를 빼면 없다. 더구나 삼자에게는 승자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위, 촉, 오 세나라는 통일을 목표로 싸웠지만, 모두 성공하지 못한 채 사라졌다. 이것은 이 시대가 순수한 낭만의 시대로 존재하기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다.


삼국지가 재미있는 것은 과연 어떤 이유일까? 여러 가지 답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들 수 있는 것이 숫자 '3'이다. 《삼국지연의》를 보면 곳곳에 '3'이 이야기 속에 녹아져 있다.


소설 곳곳에 의도적으로 '3'을 사용하였다. 먼저 제목에는 물론이고, 유비, 관우, 장비 세 사람의 의형제를 맺은 도원결의, 이 도원결의를 있게 한 황건의 장각, 장보, 장량의 삼 형제가 나온다. 호뢰관에서 여포와 세 번 싸우다. 도공조가 세 번 서주를 양보하다. 둔초산에서 관공이 세 가지 일을 약속하다. 유비가 공명을 만나기 위한 삼고초려. 공명의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 형주성에서 공자 세 번 계책을 구하다. 적벽에서 삼강三江 어구에서 도망치던 조조가 세 번 웃다. 공명이 조자룡에게 비단 주머니 세 개의 계책을 준다. 공명이 세 번 주공근을 화나게 하다. 공명이 북벌에서 세 성을 지혜로 함락한다. 가유가 한 가지 책략으로 세 현인을 해친다. 


중국인에게 '3'은 특별한 숫자이다. 중국인의 사고방식에 따르면 대개 수라는 것은 1, 2와 3 이상으로 분류된다. 3은 그 이상 무한대에 이르는 모든 수를 대표한다. 또한 중국인은 만물을 창조하는 근본으로서의 도道가 있고 그 도에는 음과 양 둘이 있다. 그 음양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만물이 만들어진다고 본다. 그렇게 해서 이루어진 세계를 더 단순화하여 상징적으로 표현하면 천, 지, 인 즉 삼재가 된다. 이것이 고대 중국인의 세계관이다. <노자>에서도 "도는 1을 낳고, 1은 2를 낳고, 2는 3을 낳는다"라고 했다. 사마천의 <사기> <율서>에서는 "수는 1에서 시작되어 10으로 끝나고, 3에서 이루어진다"라고 하였다. 이것들은 모두 3을 중시하는 중국인의 사고방식을 말해 준다.


중국 무술의 최고 경지는 18반 무예를 통달하는 것이다. 《삼십육계》의 36은 3의 배수 중에서도 가장 꽉 찬 의미로 담고 있다. 36은 3을 12번 더해 이루어지는 수이다. 12 역시 3의 배수로 일 년에 해당하는 달의 숫자다. 12 간지의 수로 이는 시간의 만수이다.


임금 王자의 연원도 3과 무관하지 않다. 하늘 아래 모든 연원이 되돌아가는 곳을 말함이며 원래는 구슬玉자가 원뜻이다. (홍산문명의 玉은 세계 최초, 최고의 玉문화로 옥을 가지고 있는 자가 바로 왕을 의미하므로 왕은 帝보다 오래되었다 볼 수 있다.) 전한 시기 하북성의 유학자 동중서董仲舒가 이르기를 王은 석 삼자의 세 획 중 가운데를 의미한다. 三을 하늘과 땅과 사람을 상징하는 숫자로 보고 있다. 三자 가운데를 연결하여 王자를 만들었다. 공자가 이야기하길 세 개 획을 꿰뚫어 왕이라 일컬었다.


《논어》에서 "하루에 나 자신을 세 번 돌이켜 본다(三省)" 그리고 "맹자의 모친이 세 번 이사한 것" 등 3을 담은 표현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3은 3 이상의 모든 수를 대표하므로, 세 번 돌이켜 보거나 세 번 이사함은 반드시 세 번이 아니라 자주, 몇 번을 의미한다.


三을 하늘, 땅과 사람을 상징하는 숫자로 본다. 天 地 人. 세상을 구성하는 3가지. 세상 이치와 통하고 있다.


덧_참조

김문경,  《삼국지의 영광》 

김종찬의 잼 있는 중국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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