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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도 높은 책과 많이 팔리는 책

왜 어떤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어떤 책은 조용히 사라질까?

by 비루장

베스트셀러를 위해 좀 오래된 책이기는 하지만 『취미는 독서』에서 말하는 베스트셀러의 6가지 유형을

쇼펜하우어는 근현대의 책은 대부분 독자의 돈을 빼앗으려는 목적밖에 없으며, 작가와 출판사가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고 비판한다. 결국 이런 목적으로 쏟아지는 현대의 책은 독자로 하여금 읽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질 것이라는 조바심을 부추긴다. 이런 종류의 책은 베스트셀러라는 이름으로 더욱 화려하게 포장되어 날개 돋친 듯이 팔려 나간다. 하지만 좋은 책은 소외의 새장 속에 갇혀 크나큰 날개를 펴지도 못한 채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2014년 11월에 쓴 글이다.


이 책(『장사의 신』)은 일본 외식시장 트렌드를 반영하는 인기 잡지 「닛케이 레스토랑」에 2007년 5월 ~ 12월호까지 연재한 「우노 다카시가 알려주는 작은 가게 잘되는 법」을 가필 수정하여 출간한 책입니다.


좋게 생각하면 멋진 기획이다. 잡지에 연재된 기사를 바탕으로 자국이 아닌 타국에서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내가 본 책은 2014년 9월 174쇄 본이다. 2012년 9월 초판 1쇄를 발행했으니 2년 만에 74쇄를 찍었다. 대단한 기획이다. 더 뛰어난 것은 (책의 완성도(?)는 떠나) 시리즈물을 기획했다는 점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팔 기 위한 책이다. 밀도 있는 책 내용보다는 시류에 맞는 적절한 기획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출판사는 완성도 높은 책과 많이 팔리는 책중에서 어떤 책을 선택할까? 어리석은 질문이다. 내가 출판사 사장이라면 무엇을 선택할까. 결론은 나와있는데 사족을 단다.


독자는 완성도 높은 책과 많이 팔리는 책중에서 어떤 책을 선택할까? 또, 어리석은 질문이다. 하지만 쉬운 선택은 아니다. 완성도 높은 책을 선택하는 혜안을 가진 독자가 얼마나 될까? 누군가의 추천에 의해 책을 선택한다. 책을 선택한 이에 의해 다시 책을 선택한다. 그렇다면 많이 팔린 책이 나쁜 책일까? 수많은 독자가 출판사의 마케팅에 놀아나 적게는 몇 만 명 많게는 몇 십만 명이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언가 있기에 그만큼 팔린다. 많이 팔린 책, 베스트셀러가 꼭 나쁜 책은 아니다. 반대로 베스트셀러가 꼭 좋은 책은 아니다.


베스트셀러는 비교적 고정 판매기간에 평균 이상의 판매 성과를 이룬 책이며 대중적 오락성을 가진 전문서적이다. 베스트셀러가 되기 위한 내적 조건으로는 현실적 내용, 읽기 쉬울 것, 흥미 유발 요소 등이며 특별히 유리한 외적 조건으로서는 노벨상 수상, 광고, 영화, 스캔들 등을 갖춘 것이다.


베스트셀러란 대중매체와 출판사 그리고 단맛을 좋아하는 대중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달콤한 초콜릿에 불과하다. -최인호


그럼에도 달콤한 초콜릿이 좋다. 잡지에 연재한 글을 보고 단행본으로 출간할 수 있다는 혜안이 좋다.


잘 팔리는 책을 기획하고 마케팅하고 오프라인 서점에는 매대비를 지불하고, 온라인 서점에는 배너 광고와 굿즈라는 명목으로 사은품을 만들고 있다. 완성도 높은 책과 많이 팔리는 책이란 질문은 무의미하다. 내일이 있어야 또 좋은 책을 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계속 내일은 없다. 자전거 페달을 멈추면 자전거는 넘어간다 쉼 없이 페달을 밟아야 한다. 멀리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100만 부 팔리는 책과 아닌 책의 차이는 뭘까? ‘착한’ 독자를 사로잡느냐에 달려있다. 베스트셀러 독자의 ‘취미는 독서’고, 책 장사에 성공하려면 이들을 ‘어리석은 대중’이라고 얕보면 안 된다.


“왜 어떤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어떤 책은 조용히 사라질까?”


수많은 책 사이에서 독자의 손에 오래 붙잡히는 책은, 단순히 내용이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잘 팔리는 책, 즉 ‘베스트셀러’에는 일정한 유형과 패턴이 있다.

베스트셀러를 위해 좀 오래된 책이기는 하지만 『취미는 독서』에서 말하는 베스트셀러의 6가지 유형을 소개한다. 일본 상황이었음을 이해하고 읽어야 한다.


첫째, ‘고마운 삶의 교훈’을 줄 것. 독서의 왕도는 현대 어르신이 말하는 '고마운 삶의 교훈'이다.

독서의 참맛은 결국 ‘삶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에서 나온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이 시대, 인생의 방향을 알려주는 따뜻한 조언을 원한다.

예전에는 고민이 생기면 스님이나 마을 어른 같은 이에게 길을 물을 수 있었지만, 요즘엔 그런 존재를 만날 일조차 드물다.

이제는 책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삶의 교훈을 알려주는 책이 등장한다.


둘째, ‘쓸쓸한 아버지’의 마음을 울려야 한다. 중년 남성을 뒤흔들어야 성공한다.

중년 남성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는 언제나 강력하다.

조용히, 그러나 깊게 파고드는 서사는 중년층의 큰 호응을 얻는다.

‘쉬고 싶은 아버지’, ‘외로운 아버지’라는 독자층은 분명 존재하며, 이들에게는 “당신은 잘못이 없다”는 위로가 큰 힘이 된다.

이런 책은 소통의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노년의 삶을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단서도 제공한다. 때로는 마음껏 울어도 된다는 다정한 격려를 건네기도 한다.


셋째, 연예인 고백서는 생각보다 인기가 없다

영상 콘텐츠 전성시대에 연예인 책이 잘 팔릴 것 같지만, 의외로 금세 잊힌다.

출간 직후 일시적으로 판매량이 치솟을 수는 있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첫 주에만 화제가 되고 금세 순위에서 밀려나며, 성급한 증쇄는 오히려 손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중은 자극적인 사생활보다 진심 어린 메시지를 더 오래 기억한다.


넷째, 진부한 소재도 포장만 잘하면 새롭다

익숙한 이야기라도 ‘어떻게 보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책이 될 수 있다.

오래된 이야기라도 세련된 외피를 입히면 신선하게 느껴진다.

특히 실용서 시장에서는 내용보다도 ‘어떻게 다듬었느냐’가 중요하다.

건강, 정보, 라이프스타일 등 실용적인 주제는 새롭게 꾸며질수록 독자의 선택을 받는다.


다섯째, 어른을 위한 책도 ‘중학생 눈높이’로

베스트셀러를 보면 복잡한 개념보다는 쉬운 언어, 명확한 메시지가 강세다.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쓰인 책이 더 많은 독자를 끌어모은다.

요즘 독자는 빠르게 이해하고 쉽게 읽히는 콘텐츠를 선호한다.

조금만 복잡해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불만을 터뜨린다. 깊이 있는 내용이라도 친절하게 풀어낸 책이 더 오래 사랑받는다.


여섯째, 온 가족이 함께 읽을 수 있어야 진짜 대세다

진짜 초대형 베스트셀러는 온 가족이 함께 읽을 수 있을 만큼 부드럽다. 따뜻하다. 밝다. 무해하다.

선한 메시지, 극복의 서사, 우화 같은 구조, 그림책 같은 디자인—all ages friendly.

이런 책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마음을 움직이고, 독서의 즐거움을 다시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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