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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루장 Aug 19. 2021

좋은 책이란 읽는 이를 불편하게 하는 책이다

간혹 누군가 좋은 책을 정의해 보라고 물어 오면, 나는 서슴없이 읽는 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 좋은 책이라 말한다. 어떤 책을 읽다 보면, 뚜렷한 이해관계가 없는 사안을 다루고 있는데도 괜스레 짜증이 나고 가시방석에라도 앉은 듯한 기분이 드는 경우가 있다. 돈 내고 책 사보는 이를 이 정도로 만들 만큼 담이 크다면, 그 책은 정말 좋은 책이다. _이권우, 《책과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

 

제목은 읽는 이를 불편하게 하는 책”이다. 언뜻 생각하면 읽기 불편한 책이 좋은 책일까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달리 생각하면 저자가 정말 ‘담이 크다면’ 좋은 책일 확률이 높으리라고 생각한다. 다시 돌아보니 우리가 좋은 책이라 말하는 대부분이 읽기 쉬운 책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머리를 싸매고 밑줄을 그으며 읽고 또 읽고 한 책을 고전이라 말한다.

 

‘좋은 책이 무엇이냐는 고민은 저뿐만이 아니라 책을 읽는 대부분의 사람이 하고  있다. (책을 만들거나 책을 쓰는 사람, 글을 업으로 하는 사람은 제외하고, 물론 그러한 사람이 모두 다 좋은 책에 대하여 고민을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 또한 제외이다.) 좋은 책을 명쾌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읽는 이의 상황에 따라 느끼는 감정이 다르고, 입맛이 각기 다르듯이 취향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편타당한(이 말이 안 된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지만) 좋은 책에 대한 고민은 모두의 것이라 생각한다. 좋은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책일 경우, 첫눈에는 좋은 책이요 근사한 책일 때가 많다. 내가 책을 통해 배울 점을 찾는 경우, 그런 책은 독자들이 찾아 주지를 않는다. _페터 빅셀


좋은 책을 찾는 것보다 나쁜 책을 골라내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또한 쉬운 작업이 아니다. 읽어 보지 않고 책을 평가하는 것 또한 좋은 책을 죽이거나 나쁜 책이 유통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하여 고병권은 책의 종류에 대하여 4가지로 나누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책은 무엇일까?) 세계를 변혁하는 책, 세계를 해석하는 책, 세계를 반영하는 책 그리고 세계를 낭비하는 책으로 분류한다. 공감 가는 분류이다. 세계를 변혁하는 책은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세계를 낭비하는 책은 쓰지도 만들지도 그리고 읽지도 말아야 한다.


고병권의 나쁜 책에 대한 말을 새기며 좋은 책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독자인 우리가 노력해야 한다.


모든 위대한 것은 저 태양처럼 자기 스스로를 낭비한다. 그러나 이 책은 자신을 낭비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낭비한다. 세계에 산소를 공급하는 나무를 죽이고, 그 나무로 만든 종이에 독을 담아 유포하는 책. 너무 가혹한 말일 수 있지만, 세계의 질병임을 증언하는 책 중에는 아예 독극물로 돌변해서 돌아다니는 책이 있다. 이런 책은 어떤 질병보다도, 어떤 살상 무기보다도 이 세계에 치명적이다. _고병권




아이가 생각하는 좋은 책


나 : 게임 그만하고 책 좀 보지.

아들 : 조금 전에 한 권 봤어. 아빠는 무슨 책 보는데.

나 : 음 이거.

아들 : 무슨 내용인데?

나 : 음...

아들 : 왜?

나 : 지금 잘사는 사람, 못 사는 사람이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지,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아지는지에 대한 내용이야. ··· 

아들 : 그럼 좋은 책이네.

나 : ???



덧_

이권우, 《책과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 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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