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학생들’이냐 ‘많은 학생’이냐 이것이 문제로다
그동안 별생각 없이 읽었는데 얼마 전부터 눈에 거슬려 책을 읽기 어렵다. 책뿐 아니라 인터넷의 글도 읽기 어렵다. 그동안 별 탈 없이 읽었던 텍스트인데 새삼스럽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했다. 한데 어설프게 안 것이 화근이다. 오늘 읽은 책은 복수를 ‘충실히’ 사용하고 있다. 그것도 너무너무 충실하다. 번역물이라 하더라도 많이 거슬린다.
번역물도 거슬리는데,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한 많은 저자가 ‘~들’을 사용하고 있다. 복수를 사용했다고 문법이 틀린 것은 아니다. “국어는 수(數)의 범주가 확립되어 있지 못하여 체언에 ‘-들’이 잉여적으로 붙는 경우가 있으므로 문법적으로 잘못되었다”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굳이 복수를 뜻하는 ‘~들’을 사용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안 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어를 영어처럼 사용하고 있다.
성性도 그렇지만 수數 역시 한국어 문법에서는 체계적인 범주가 아니다. 단수(홑셈)나 복수(겹셈)를 나타내는 형태가 구별되기도 하지만, 그런 수 표기가 문법적으로 중요한 구실을 하지 않는다. 예컨대 한국어에서 의자라는 단수 명사와 의자들이라는 복수 명사가 형태적으로 구분된다고는 할 수 있지만, 그것이 문법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_고종석, 《국어의 풍경들》, <‘~들’, 수의 곡예사>
고종석은 자신의 책 제목을 “국어의 풍경들”이라 했을까? 국어의 풍경, 국어의 풍경들 어감이 다르긴 다르다. 그럼에도 ···
우리말에서는 이야기의 앞뒤 흐름으로 복수임을 짐작할 수 있거나 문장 속에 있는 다른 어휘로 복수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경우 ‘들’을 붙이지 않는다. 복수에 꼬박꼬박 ‘들’을 붙여 쓰는 것은 영어식 표현이다. ‘들’ 자는 군더더기로 문장을 늘어뜨리고 읽기 불편하게 만든다. 영어를 배우면서 에 밴 복수 개념 때문에 요즘 ‘들’을 남용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_배상복, 《글쓰기 정석》, <‘들’을 줄여 써라>
다음은 사용 예이다. ‘~들’을 사용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눈으로 읽을 때보다 소리 내 읽으면 어감이 더 좋다. 입에도 더 잘 달라붙는다. “수많은 학생들이 광화문에 모였다.”를 보면 ‘수많은’에 복수를 내포하고 있다. 굳이 학생‘들’이라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틀린 것은 아니지만 ‘중복’인 경우가 많다.
상당수 업체들이 ⇒ 상당수 업체가
학자금을 대주지 못하는 부모들이 ⇒ 학자금을 대주지 못하는 부모가
먹자골목에는 음식점들이 늘어서 ⇒ 먹자골목에는 음식점이 늘어서
사람들이 많이 모였네 ⇒ 사람이 많이 모였네, 많은 사람이 모였네
시위로 많은 학생들이 퇴학을 ⇒ 시위로 많은 학생이 퇴학을
저기 의자들이 많은 걸 ⇒ 저기 의자가 많은걸
이 많은 꽃들이 ⇒ 이 많은 꽃이
‘~들’의 접미사와 다르게 의존 명사 ‘들’의 다른 쓰임새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들’을 의존 명사로 보는 경우는 명사 뒤에 쓰여 두 개 이상의 사물을 나열할 때, 그 열거한 사물 모두를 가리키거나, 그 밖에 같은 종류의 사물이 더 있음을 나타낼 때이다. 예를 들면 ‘책상 위에 놓인 공책, 신문, 지갑 들을 가방에 넣다. / 과일에는 사과, 배, 감 들이 있다.’에서 ‘들’은 ‘등’과 같은 의미로서 사물을 열거하면서 그 사물을 모두 가리키거나 그 밖에 같은 종류의 사물이 더 있음을 나타낼 때 쓰이는 의존 명사다. 그래서 앞말과도 띄어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