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날

우리를 무너뜨리는 건 큰 산이 아니라,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돌부리다

by 비루장


길을 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길을 가던 내가 잘못이냐 거기 있던 돌이 잘못이냐. 넘어진 사실을 좋은 경험으로 받아들이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인생길을 가다가 넘어졌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신이 길을 가면서 같은 방식으로 넘어지기를 반복한다면 분명히 잘못은 당신에게 있다.

—『하악하악』, 이외수


옛사람도 이 사실을 일찍이 간파했다.


人咸跌于垤이요 莫跌于山이라.

“넘어지는 사람은 다 작은 기복에 걸려 넘어지지, 큰 산에 걸려 넘어지는 게 아니다.”


중국 한나라 때의 문장가 양웅이 쓴 『양주목잠』에 나오는 문장이다. 큰 산이나 바위는 도리어 눈에 잘 띄어 미리 조심하게 된다. 그러나 작은 돌부리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고, 작다는 이유로 하찮게 여겨 방심하다가 그만 발목을 잡히는 것이다.


삶도 이와 다르지 않다. 큰 위험 앞에서는 오히려 온 힘을 다해 대비한다. 하지만 “그 정도쯤이야” 하고 넘긴 사소한 일에서 무너진다. 시험에서 놓친 작은 문제 하나가 낙방으로 이어지고, 대수롭지 않게 받은 돈 한 푼이 평생의 족쇄가 되기도 한다.


몸은 특히 정직하다. 젊은 날 무심히 마신 술 한 잔, 대충 먹은 음식 한 끼가 세월이 흘러 병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정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삶의 태도는 결국 말년의 얼굴로 드러난다. 오늘의 작은 부주의가 내일의 나를 만들고, 그 누적된 시간이 마지막의 모습을 결정한다.


넘어지며 흘린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작은 돌부리를 조심해야 한다. 성실하고 정직하게, 눈에 잘 띄지 않는 사소한 것까지 살피는 태도가 인생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오늘 내가 걸려 넘어진 돌부리는 작은 것이었지만, 그 작은 경험이 내 삶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내 발목을 잡는 것은 언제나 큰 산이 아니라 작은 돌부리라는 것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