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를 만드는 책 읽기
책의 세계에는 세 가지 바보가 있다. 이를 삼치三癡라 한다.
책을 빌려달라고 하는 게 첫 번째 바보요,
남에게 책을 빌려주는 게 두 번째 바보다.
남에게 빌려온 책을 돌려주는 게 세 번째 바보라 했다.
책이 귀하던 시절 옛사람은 빌려 읽고, 베껴 쓰면서 책을 읽었다. 조선 시대 다수의 필사본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간서치看書癡’라 불리던 이덕무는 그의 저서 곳곳에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해왔다. 그는 “책을 읽는 이유는 정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 으뜸이고, 그다음은 받아들이는 것이며, 그다음이 식견을 넓히는 것”이라 했다. 그렇기에 “책을 볼 때 대충대충 넘기고서 책을 다 읽었다고 하면 안 된다.” 그렇다고 꼭 정독하라는 말은 아니다. 정독할 책과 대충 볼 책은 따로 있다. 그 책을 구별할 수 있는 기술도 바로 ‘책 읽기’에서 나온다.
이덕무는 “글을 읽을 때는 시간을 정해야 한다”라며 “그 정해진 시간을 넘기면서 책을 더 읽어도 안 되고, 그 시간을 남기면서 덜 읽어도 안 된다”라고 했다. 미키 기요시는 《독서와 인생》에서 “책 읽기는 독서습관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이덕무가 시간을 정해서 읽으라는 말도 몸에 배도록 습관적인 독서를 하라는 말이다.
책 읽기에 있어 “의심 나는 일이나 의심 나는 글자가 있으면 즉시 유서나 자서를 상고詳考(꼼꼼하게 따져서 검토하거나 참고함.)”해야 한다. 또한 “글 뜻이 어려운 대목은 그때그때 적어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반드시 물어라.” 모르고 넘기는 것은 그가 말하는 대충대충 책 읽기와 다름없다. 하지만 이덕무는 다음과 같이 경계했다. “책을 읽음에 반복해서 많이 읽기만 탐하는 것이 어찌 지혜로운 일이겠는가? 그렇다고 섭렵해야 함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막히고 고루해지는 것이 잘못이란 말이다.” 책을 섭렵하는 것을 옳은 독서법이 아니며 막힘을 넘기는 것을 경계하였다.
이덕무는 “이용촌의 독서법”을 학자가 법으로 삼으라며 공부하는 방법을 말했다.
첫째 경문을 충분히 외워야 하고,
둘째 여러 사람의 학설을 모두 참조하여 같은 점과 다른 점을 구별해서 장단점을 비교해야 하며,
셋째 깊게 생각해서 의심 나는 것을 풀이하되 자신감을 갖지 말고,
넷째 사리에 밝게 분별해서 그릇된 것을 버리되 감히 스스로만 옳다고 여기지 말아야 한다.
옛사람의 책 읽기라 여기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충고이다.
미키 기요시도 책 읽기에 있어 자신을 생각하고 책을 읽으라 했다. “독서에 임해서도 스스로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읽어야 한다. 그 경우 독서는 저자와 자신 사이의 대화가 된다. 이 대화 속에서 독서의 참된 즐거움을 찾아내야 한다.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저자가 대신 생각해 주길 바라며 독서하는 것은 좋지 않다.”
석공 원굉도의 시 <독서>를 독서하는 법을 터득한 것이라 말했다. 참된 독서는 책 속에서 옛사람을 만나 뜻을 배우고 장신과 기운을 기르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모방하거나 흉내 내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야 한다.
독서
_석공 원굉도
책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단정한 차림으로 옛사람을 대하네
책에 쓰인 건 모두 피와 땀이라
알고 나니 정신을 돕네
도끼를 들어 주옥을 깨고
그물을 쳐 고운 물고기를 잡는 듯
나도 한 자루 비를 들고
온 땅의 가시를 쓸리라
덧_
이덕무, 《책에 미친 바보》, 미다스북스
이덕무, 김성동 역, 《사람답게 사는 즐거움》, 솔출판사
미키 기요시, 《독서와 인생》, 범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