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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루장 Aug 02. 2021

책 읽기보다 사람됨이 먼저이다

먼저 사람이 되어라

공자는 “제자는 들어와서는 효도하고, 나가서는 공손하며, 신중하고 미더우며 여러 사람을 두루 사랑하여 어진 이를 가까이하라. 그렇게 행하고도 여력이 있다면 글을 배울 것이다.” 즉 젊은이는 집에서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를 존중하며 일처리를 할 때는 신중하고 신용을 지킨다. 또한 사람을 다정하게 대하고 좋은 사람을 벗 삼되, 이를 잘 행하고도 여력이 있으면 책을 읽고 글을 배우라는 뜻이다.

 

자하子夏 공자의 관점을 계승하여 “현명함을 현명하다 여기고 용모를 중히 여기지 않으며, 부모를 섬김에는 그 힘을 다하고, 임금을 섬김에는 그 몸을 다하며, 친구와 사귐에는 말에 신의가 있어야 한다. 비록 배움이 없다 해도 나는 이런 사람을 반드시 배운 사람이라 할 것”이라 했다.

 

사람됨을 기본으로 하지 않는 독서는 나쁜 습관을 만들기 쉬우며, 학문이 늘면서 나쁜 습관은 점점 깊어질 뿐이다.

 

첫째, 무례함이다.

사람이 가장 먼저 습득해야 할 것은 예의이며, 이는 글자를 익히기 전에 받아야 할 교육이다. 그러나 어떤 이는 많은 책을 읽고 난 후 도리어 이 기본이 되는 배움을 잊어버린다. 옛말에 “사람을 만나면 나이를 줄이고, 물건을 만나면 가격을 더하라”라고 했다. 남의나이는 좀 적게 말해야 하고, 남이 산 물건은 좀 비싸게 말해야 남을 기쁘게 한다는 뜻이다.

 

둘째, 오만함이다.

학문이 경지에 이를수록 더 겸손 해져야 하는데, 어떤 이는 반대로 학문을 배운 것이 특권이라도 되는 양 자만하여 남을 눈 아래에 둔다.

 

셋째, 동정심 부족이다.

독서의 목적은 의학을 배움과 같이 본래 세상을 구하고 사람을 이롭게 하는 데 있다. 그러나 어떤 이는 책을 많이 읽을수록 마음속에 ‘나’라는 글자만 커지고 타인의 삶이나 희로애락에는 도통 관심을 두지 않는다.

 

넷째,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한다.

독서는 원래 이치를 밝게 깨닫고자 함이다. 무엇 때문인지 어떤 이는 학문이 높아질수록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못한다. 글을 읽는 사람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을 강변하고, 검은 것을 희게 둔갑시키는 데 능하다. 어떤 이는 법률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여, 그들의 글이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도리어 민심을 어지럽힌다.

 

책을 읽고도 옳고 그름을 가리지 못하고 개인의 욕심과 자신의 권위만을 생각하며 세상의 안위와 백성의 고초를 돌보지 않는다면 쓸 데 없는 공부를 한 셈이다. 이런 사람의 재능은 마치 사람을 해치는 날카로운 칼과 같아 남을 해치고 자신을 해치니, 책을 읽지 않는 것만 못하다.

 

그래서 현인賢人은 거듭 강조한다. “사람 되는 일이 책을 읽는 일보다 중요하다”라고.


나는 누구일까?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필요한 책만 골라 읽는 실용 독서법을 실천했다. 필요한 상황에서 필요한 책만 집중적으로 읽기 때문에 전문성을 키울 수 있었다. 여러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읽는 다독파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어렵다. 나처럼 특정 분야를 파고드는 실용 독서법은 전문가가 되기에 좀 더 유리하다.

 

나는 성공하려면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라고 말한다. 책을 읽더라도 이 책 저 책 뒤적이는 어중간한 책 읽기가 아니라 특정 분야의 책을 집중해서 읽는 확실한 책 읽기를 해야 해당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

 

나는 필요한 책만 골라 빠르게 읽는 속독파이다. 속독은 많은 분량의 책을 순식간에 읽는다. 나는 속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동기와 학창 시절에는 온종일 어머니를 돕느라, 대학 때는 새벽부터 아르바이트하느라, 회사에 입사한 이후에는 국내외 건설 현장을 뛰어다니느라 도무지 책 볼 시간이 없었다. 억지로 시간 내 빠르게 읽지 않으면 책과 담을 쌓고 지낼 판이었다. 특히 회사에서 간부로 올라갈수록 책은 고사하고 커피 한 잔 마음 놓고 마실 시간 여유가 없기에 새벽 출근 전, 차 안, 비행기 안에서 자투리 시간을 내어 속독으로 책을 읽었다.

 

나는 원래 머리가 좋고 집중력이 강해 단시간에 많은 분량을 소화했다. 단시간에 최대 효과를 내는 속독법은 내 국정 운영 스타일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집권 초기 쇠고기 파동이나 세종시 문제, 4대 강 개발 추진 과정에서 빨리 판단하고 빨리 효과를 내려는 ‘속독 리더십’이 발휘되었다. 이러한 리더십은 단기간에 효율적인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나는 누구일까?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이런저런 일로 책 읽을 시간이 없어 읽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대지만 결국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집권 내내 ‘빨리 판단하고 빨리 효과를 내려는’ 행위도 공부 부족이 원인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람의 품격을 그가 읽는 책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마치 그가 교제하는 친구로 판단되는 것과 같다. _새뮤얼 스마일즈

 

그가 읽은 책으로 그 사람의 품격을 알 수 있다. 꼭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 게 아니다. 어떻게 읽고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 공부하지 않는 자가 위치에 맞지 않는 자리에 앉으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준다.


먼저 사람이 되어라.


덧_하나

후웨이홍, 《왼손에는 명상록, 오른손에는 도덕경을 들어라》, 라이온북스

대통령의 독서법


덧_둘

국가인권위원회가 2005년 제작한 인권영화 <별별 이야기> 중 여섯 번째 이야기 <사람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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