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 위하여 서로에게 책을 권하는 사회가 필요하다
좋은 책이란 어떤 책일까?
풀리지 않는 숙제이며 책 읽기를 그만두는 날까지 계속되는 화두가 될 것이다.
정말 좋은 책에는 해답이 없습니다. 그 대신 독자에게 많은 생각을 떠넘깁니다.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해답이 있는 책은 좋은 책이 아닙니다.
해답이 없는 책이 가장 좋은 책입니다.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되고, 읽다 보면 궁금해지는 문제가 산처럼 쌓이고, 어떤 게 맞는 건지 헷갈리는 책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_사노 신이치, 《누가 책을 죽이는가》 (우스떼 마사이, 《수만 가지 책 100% 활용법》에서 재인용)
좋은 책을 찾는 것도 책 읽기의 한 단계이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좋은 책 찾기에 매진해야 한다. 먼저 좋은 책이 어떤 책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다.
간혹 누군가 좋은 책을 정의해 보라고 물어 오면, 나는 서슴없이 읽는 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이 좋은 책이라 말한다. 어떤 책을 읽다 보면, 뚜렷한 이해관계가 없는 사안을 다루고 있는데도 괜스레 짜증이 나고 가시방석에라도 앉은 듯한 기분이 드는 경우가 있다. 돈 내고 책 사보는 이를 이 정도로 만들 만큼 담이 크다면, 그 책은 정말 좋은 책이다. _이권우, 《책과 더불어 배우며 살아가다》
사노 신이치의 “해답 없는 책”과 이권우가 말하는 “읽는 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은 같다. “괜스레 짜증이 나고 가시 방석에 앉”더라도 그러한 책을 봐야 한다. 진실은 늘 불편하다. 말하는 이도, 그것을 듣는 이도.
세계를 변혁하는 책
세계를 해석하는 책
세계를 반영하는 책
세계를 낭비하는 책
모든 위대한 것들은 저 태양처럼 자신 스스로 낭비한다. 그러나 이 책은 자신을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낭비한다. 세계에 산소를 공급하는 나무를 죽이고, 그 나무로 만든 종이에 독을 담아 유포하는 책. 너무 가혹한 말일 수 있지만, 세계의 질병임을 증언하는 책 중에는 아예 독극물로 돌변해서 돌아다니는 책이 있다. 이런 책은 어떤 질병보다도, 어떤 살상 무기보다도 이 세계에 치명적이다
_고병권,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세계를 변혁하는 책”이 가장 좋은 책이다. 해석하고, 반영하기만 하여도 좋은 책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을 낭비하는 책”은 “어떤 질병보다도, 어떤 살상 무기보다도 이 세계에 치명적”이다. 적어도 ‘낭비하는 책’을 알아볼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오늘도 읽는다.
좀 더 좋은 책을 찾고 ‘세상을 낭비’하는 쓰레기를 걸러내는 방법은 단 하나, 책을 읽는 방법밖엔 없다. 읽자. 다른 도리가 없다. 읽을 수밖에. 읽기 위하여 서로에게 책을 권하는 사회가 필요하다.
당신 그리고 나,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책일 경우, 첫눈에는 좋은 책이요, 근사한 책일 때가 많다. 내가 책을 통해 배울 점을 찾는 경우, 그런 책은 독자가 찾아 주지를 않는다. _페터 빅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