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을 구하다 보면 우리의 사소한 일상에서도 도를 찾을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죽음을 생각하기엔 이르지만 어떻게 죽는 것이 ‘이상적인 죽음’인가를 늘 생각한다. 와타나베 쇼이치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죽음은 책을 펴놓은 채 잠든 듯 숨을 거두어 있는 것을 아내와 딸이 발견하는 것이라 말한다. 평생 책을 사랑한 사람이니 책과 함께 죽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노학자 와타나베 쇼이치가 인생의 후반을 좀 더 지적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그 마지막이 이상적인 죽음에 관한 것이다. 후반을 지적으로 사는 이유가 이상적인 죽음을 맞이하기 위함이다. “시대와 개인에 따라 이상적인 죽음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아마도 그 모습은 한 사람이 살아온 평생의 모습과 닮아 있을 것이다. 꿈에 그리는 이상적인 죽음을 위해 오늘 하루도 신중하게 채워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셰익스피어는 “5월의 싱그러운 환희 속에서 눈을 그리워하지 않듯, 크리스마스에 장미를 갈망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와타나베 쇼이치는 이를 다시 “5월에는 5월 만의 환희가, 크리스마스에는 크리스마스만의 즐거움이 있다”라고 말한다. 여생의 환희는 불로, 불사에 있는 게 아니다. “천천히 흘러가는 여생의 시간에는 그 시간만의 지니는 즐거움이 있다. 지적인 호기심을 꺼뜨리지 않고 무언가에 집중해 자신을 맡길 때 여생의 시간은 빛난다. 진정한 불로, 불사란 바로 여기에 있다”라고 말한다.
제목이 말하듯 ‘지적으로 나이 드는 법’이란 무언가에 집중해 자신을 맡길 때 찾아온다. 자신이 집중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이상적인 죽음을 맞이하며 나이 먹는 법이라 알려주고 있다. 사람이란 ‘영웅도 천재도 결국 나이를 먹는다.’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어떻게 나이를 먹어가느냐가 중요하다.
에도시대의 유학자 샤토 잇사이의 《언지만록》의 글귀를 들려준다. “청년에 배우면 장년에 큰일을 도모한다. 장년에 배우면 노년에 쇠하지 않는다. 노년에 배우면 죽더라도 썩지 않는다.” 이 중에서 “장년에 배우면 노년에 쇠하지 않는다”를 강조한다. “장년의 배움의 경지는 일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배움이 아니며 평생 즐겁게 배우고 익히는 것, 이것이 노년을 풍요롭게 만드는 공부임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일러준다.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도道를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활쏘기에도 도가 있다. 과녁을 맞히려고 의식하면 할수록 과녁을 빗나간다. 화살은 쏘아서 날아가게 하는 게 아니라 화살이 날아가 과녁에 꽂혀야 한다. 활을 놓으면 화살은 자연히 날아간다. 내가 쏘는 것이 아니라 화살이 날아가서 맞아야 한다.
바람은 계산하는 게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 _최강병기 활
활쏘기뿐 아니라 눈에 보이는 현상이나 기교보다 그 안에 숨어 있는 의미에 집중해야 한다. 깨달음을 구하다 보면 우리의 사소한 일상에서도 도를 찾을 수 있다. 지적 여생이 추구하는 길도 바로 그러한 길이다.
덧_
와타나베 쇼이치, 《지적으로 나이 드는 법》, 위즈덤하우스, 2012년 1월 초판 1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