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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루장 Aug 05. 2021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

물경소사 勿輕小事

유연한 사고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점점 더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는 시대에 유연하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삶을 즐겁고 행복하게 이끌어 준다. 또한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성공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유연하게 생각하지 못하고 틀에 갇힌다면 그 기회를 놓친다. _박종화, 《틀을 깨라


호랑이는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


물경소사勿輕小事 

조그만 일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다하여야 한다.


잡념은 비록 작더라도 무시하고 지나칠 수 없는 것이다. 처음에는 비록 작지만, 그 작은 싹이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은 잡념의 싹이 이성적인 것인지 아니면 탐욕에 의한 것인지 신중하게 판단하고, 이성적인 것이라면 확대시키고, 탐욕에 의한 것이라면 바로 단속해야 한다.


강희문집康熙文集의 맨 앞에 실린 <신기미론愼幾微論>에서 강희제가 한 말이다. 신기미란 마음속에서 생겨나는 작은 잡념들을 신중하고 엄격하게 처리해서 자신을 단속한다는 뜻이다. 흔희 잡념은 쓸데없다. 잡雜이란 말이 들어가서 좋은 뜻을 품은 낱말은 거의 없다. 예전에는 하나만 잘하면 되는 세상이었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지식과 정보가 열려 있는 세상이다. 이른바 잡종(하이브리드)의 시대이다.


잡념이라고 해서 무작정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그저 불쑥 혹은 엉뚱하게, 또는 어쩌다 한가한 틈을 타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라서 일반적으로 난삽하고 어수룩하게 보일 뿐이다. 강희제는 잡념 자체를 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게 탐욕이나 무지에서 나온 것이라면 더 나쁜 결실 맺기 전에 싹을 도려내라는 것이다. 이성적인 것이라면 확대시키라는 말을 잡념이라고 그냥 흘려보내지 말라는 경계의 말로 삼아야 한다. 이성적인 것이라고 반드시 논리적이고 체계적일 필요는 없다. 엉뚱하고 난삽하게 보이는 것도 어쩌면 핵심이 들어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초심 또는 초발심이다.


잡념을 그냥 흩어지게 하거나 탐닉하지 않고, 하나하나 구체적인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갈무리한다. 그렇게 한다면 잡념은 버릴게 아니라 마음껏 누리고 키워야 할 소중한 나의 자산이 된다.


잡스러움, 그것은 나에게 병균이 아니라 고마운 푸른곰팡이이다. 그러니 자유롭고 당당하게 그 잡스러움을 누려라. 그것은 바로 새로운 잡종 자아의 소중한 소양 가운데 하나이다.


실용적이지 못하고 때로는 바보 같은 생각과 행동이 창조의 디딤돌이 되기도 한다. 디딤돌은 정말 쓸데없는 것처럼 보이고 상식적이지도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런 디딤돌이 새롭고 회기적인 창조를 유도한다면 그것은 매우 가치 있는 것이다. 진지함에 매몰되어 있는 사람은 이 디딤돌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때로는 바보 같고 현실적이지 않은 생각이 새로운 창조의 디딤돌이 되기 때문에 이 디딤돌을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_박종화, 《틀을 깨라



덧_

김경집, 완보완심 緩步緩心》, 나무수

박종화, 《틀을 깨라》,  해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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