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끝이 집착인가? 집착의 끝이 사랑인가?
차를 탄 남자는 핸드폰을 든다. 핸드폰에서는 낯익은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빌리 홀리데이의 글루미 선데이이다. 끈적거린다. 조금 전 헤어진 여자의 살 냄새가 느껴진다.
꿈이었으리 모두 꿈이었으리
꿈에서 깨어나면 그대는 잠들어 있으리
내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서 그대
조금 전에 헤어진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네”. 무미건조한 목소리다.
“응. 어딘데.”
“언덕을 올라가고 있어요.”
“다 왔네.”
“네” 늘 반복하는 이야기다.
남자가 묻는다. “나 사랑하니?”
여자가 잠시 머뭇거린다. “왜 갑자기 그런 얘길 하세요?”
“아니 그냥 갑자기 묻고 싶어서. 말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돼.”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라디오에선 아직 장마는 아니지만, 비가 많이 올 거라는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런 거 같아요. 그런 말 싫어하잖아요. Like를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았나요?”
“그렇게 이야기했지. Like나 Love나 ‘L’로 시작해 ‘E’로 끝나니 비슷한 거 아닌가.”
어색한 웃음, 잠시 흐르는 침묵이 둘의 대화를 어색하게 한다.
“왜 갑자기” 여자가 다시 물어본다.
“그냥 묻고 알고 싶었어. 갑자기 생각이 나서. 싫은가?” 남자가 말했다.
남자는 무슨 생각으로 여자에게 물어보았을까?
사랑보다는 좋아한다는 말을 즐기곤 했던 남자와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는 각자의 집으로 달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