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 소설가가 되다

by 비상곰
1978년 도쿄 진구야구장
1회말 히로시마 선발 투수 `다카하시`
야쿠르트의 1번 타자는 `데이브 힐턴`
`다카하시`가 던진 첫번째 공을
`힐턴`이 깔끔하게 맞추어서
2루타가 된다
외야석에 드러누워 경기를 보고 있던 하루키
그 순간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래,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지 모른다."
시합이 끝나자 하루키는 신주쿠에 있는 기노쿠니야 서점에 가서
원고지와 2000엔 짜리 만년필을 샀다
그리고 밤늦게 가게일을 끝내고 소설을 썼다
반년이 지나 야구 시즌이 끝날 무렵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라는 작품이 완성되었다 (그 해의 우승은 야쿠르트였다)
작품을 문예지 신인상에 응모한 다음 해 봄, 작품이 최종 심사 후보에 올랐다는 전화를 받는다





1979년 여름 하루키의 작품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그리고 그 책은 무난한 평가를 받았다. 하루키는 서른 살이 되어서, 영문도 모른 채, 소설가가 되려는 의지도 없고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신진 소설가로 데뷔하게 되었다.

하루키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9년





편식하면 안 되고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어린 시절부터 배워왔다. 그래서 지금도 건강을 위해서 당연히 그렇게 하려고 한다. 근데 좀 심하게 편식하는 것이 있다. 바로 소설이다. 책을 그렇게 많이 읽는 것은 아니지만, "소설 한번 읽어 볼까"라는 생각이 들면 어느새 하루키의 소설을 들고 있다.
"아냐 이번에는 다른 것 좀 읽어 보자." "한국 소설이나 아니면 미국 소설은 어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지만 "아직 읽지 못한 하루키 소설이 있는 걸..."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래서 결국 그의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게 된다.

하루키 장편소설 [해변의 카프카] 2002년





하루키의 소설을 처음 읽어 본 것은 2000년 겨울이었다. 다니던 대학 도서관에서 `노르웨이의 숲` (상실의 시대)를 빌렸다. 읽고 난 후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게다가 내용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소설은 뭘 이야기하려는 거지?" 이런 느낌.

하루키 장편소설 [1Q84] 영문판 2009년




그런데 이유를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뭔가 끌리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그 뒤로 다른 소설이나 에세이도 읽어 보기 시작했다. 술술술 잘 읽혔다. 작품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는 잘 몰라도 작가가 소설 안에 담아 놓은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함께 공유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마음이 허전하고 외로워서 닥치는 대로 책을 읽던 시절이었는데 그의 문장들은 그런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하루키가 조금씩 조금씩 나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 작가가 좋아졌다. 하루키의 문장이 좋았고 그의 이야기가 좋았다.

하루키 장편소설 [기사단장 죽이기] 2017년





내가 좋아하는 하루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어떤 이야기를 할까 생각해보았고, 그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는 지도 생각해보았다. 아는 것도 있지만 사실 모르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이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알게 되었다.


어쨌든 내가 아는 하루키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일본 가정식 따라 하기 (두번째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