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 소설가가 되다
1979년 여름 하루키의 작품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그리고 그 책은 무난한 평가를 받았다. 하루키는 서른 살이 되어서, 영문도 모른 채, 소설가가 되려는 의지도 없고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신진 소설가로 데뷔하게 되었다.
편식하면 안 되고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어린 시절부터 배워왔다. 그래서 지금도 건강을 위해서 당연히 그렇게 하려고 한다. 근데 좀 심하게 편식하는 것이 있다. 바로 소설이다. 책을 그렇게 많이 읽는 것은 아니지만, "소설 한번 읽어 볼까"라는 생각이 들면 어느새 하루키의 소설을 들고 있다.
"아냐 이번에는 다른 것 좀 읽어 보자." "한국 소설이나 아니면 미국 소설은 어때?"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지만 "아직 읽지 못한 하루키 소설이 있는 걸..."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래서 결국 그의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게 된다.
하루키의 소설을 처음 읽어 본 것은 2000년 겨울이었다. 다니던 대학 도서관에서 `노르웨이의 숲` (상실의 시대)를 빌렸다. 읽고 난 후 어땠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게다가 내용도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 소설은 뭘 이야기하려는 거지?" 이런 느낌.
그런데 이유를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뭔가 끌리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그 뒤로 다른 소설이나 에세이도 읽어 보기 시작했다. 술술술 잘 읽혔다. 작품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는 잘 몰라도 작가가 소설 안에 담아 놓은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함께 공유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마음이 허전하고 외로워서 닥치는 대로 책을 읽던 시절이었는데 그의 문장들은 그런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하루키가 조금씩 조금씩 나의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 작가가 좋아졌다. 하루키의 문장이 좋았고 그의 이야기가 좋았다.
내가 좋아하는 하루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어떤 이야기를 할까 생각해보았고, 그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는 지도 생각해보았다. 아는 것도 있지만 사실 모르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이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알게 되었다.
어쨌든 내가 아는 하루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