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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아는 일본이야기
by 비상곰 Jul 03. 2018

라멘 지로 빠지다

줄 서서 먹는 라멘집 이야기



노란색 간판

요코하마의 어느 상점가. 언제나 사람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는 라멘집이 있다. 줄이 길게 늘어져 있다는 것은 맛집이라는 확실한 증거. 호기심이 생긴다. 먹어보고 싶었다. 줄이 짧은 한가한 때가 있을까 싶어 가보곤 했지만 언제나 길게 늘어져 있었다. 기다리지 않고서는 먹을 수가 없는 곳.

‘라멘 지로’다.

줄서서 먹는 라멘집 '라멘 지로' 요코하마 칸나이점



라멘 지로

라멘 지로는 도쿄, 수도권을 중심으로 40개의 지점이 있고(2017년 기준) 도쿄에 있는 케이오대학 미타 캠퍼스 근처에 본점이 있다.  '야마다 타쿠미'란 사람이 1968년부터 케이오 대학 학생들을 상대로 영업을 시작하여 5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푸짐한 양과 야마다 씨의 성품이 학생들에게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기다리는 사람들은 A,B,C 세개의 그룹으로 나뉜다. 



30명의 기다림

줄 서 있는 사람은 거의 다 젊은 남자. 혼자 혹은 둘, 가끔 그룹 단위로 기다리고 있다. 가끔씩 여성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30분 정도 기다리면 되겠지 했다가 1시간이 되어간다. 너무 쉽게 봤나 보다. 도무지 줄이 줄지가 않는다.  줄 서기 시작한 지 30분이 넘어가니깐 포기하고 싶어 졌다. 춥고 지루하고 다리도 아프다. 그래도 지금까지 기다린 것이 아까워서 오기로 계속 버티고 있다.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30명이 넘는데 좌석은 10석,  자리에 앉고 주문하고 먹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최소 20~25분. 그러면 1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학포기자인 내 머릿속에서 나온 계산이라서 맞는지는 모르겠다.


시간을 보내는 방법

같이 온 사람들끼리 대화하거나, 스마트폰에 집중하거나, 그냥 멍하니 있거나,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기다리고 있다. 난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자동차를 구경하거나 먹고 나오는 사람들의 얼굴을 관찰하기도 했다. 다들 매우 만족한 얼굴들이다. 아… 나도 빨리 먹고 싶다!!!


5번째가 되다

드디어!!!  내 앞에 4명만 남았다. 점원이 와서 면의 양을 묻는다. 메뉴판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면의 양부터 물으니, 순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 그래서 그냥  “후츠~~” (보통)라고 대답했다. 점원이 대충 알아들은 눈치다. 나중에 봤더니 면의 양은 대, 소가 있었다. 

주문은 식권 발매기에서 한다. 기계에 돈을 넣고 라멘을 고른다. ‘ 소’ (小)를 누르니깐 플라스틱 식권이 나온다.

이곳에는 라멘을 만드는 사람과 라멘을 먹는 사람 뿐! 


1시간 만에 입장

기다린 지 1시간!! 드디어 자리에 앉았다. 옆의 사람과 어깨가 살짝살짝 닿을 정도로 바짝 붙어 앉게 된다. 낡고 좁고 정리되지 않은 가게 안. 구석의 짐을 정리하면 몇 사람 더 앉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리정돈, 인테리어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그런 것은 나만 신경 쓰고 있는 듯했다. 이곳에는 라멘을 만드는 사람, 그리고 라멘을 먹는 사람, 두 부류밖에 없다.  대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오직 “후루룩” 뿐이다.

스미마셍~~ 지나갑니다~~~ 



닌니쿠 이래마스까?

잠시 후, 면을 삶고 있던 점원이 나에게 묻는다.


“오캬쿠상, 닌니쿠 이래마스카? “  (손님, 마늘 넣습니까?)

"닌니쿠 이래마스카?"  마늘을 넣겠냐고 묻고 있는 중^^


갑자기 마늘을 넣겠냐고 묻는다.

당연히 넣죠~ 난 마늘을 좋아하니깐 

그래서


“하잇!” (네!) 


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라멘이 나왔다.  드디어 나왔다. 

챠슈가 입에서 녹았다. 

 


‘후루 루루 룩’

훌륭하다.

맛이 없을 수가 없다.
너무 맛있다. 추운 날 1시간이 기다려서 라멘을 먹는데 어떻게 맛이 없을 수가 있겠나!!! 

살짝 짭조름한 국물과 탄력 있는 면, 그리고 입에서 살살 녹는 두툼한 챠슈.

쫄깃쫄깃!!!!!



닌니쿠 마시 마시 야사이 마시 마시

그렇게 먹고 있는데 면을 삶던 점원이
옆의 손님에게도 묻는다.
“오캬쿠상 닌니쿠 이래마스카? "




그랬더니 옆의 남자가 이렇게 대답한다.
“야사이, 아부라, 카라매”

또 옆의 손님은 이렇게 대답한다. 




“닌니쿠 마시 마시, 야사이 마시 마시” 


이건 뭐지????
그들만의 언어로, 마치 암호 같은 말로 대화를 하고 있다. 주문할 때 고유의 방식이 있는 듯했다.  


배부르다
배부르게 먹고 나왔다. 기본 메뉴로 먹었지만 절대 양이 적지 않았다. 맛있었지만 또 1시간을 기다려서 먹을 거냐고 묻는다면 ‘글쎄..’라는 답이 나올 것 같았다.


지로의 매력

엄청난 감흥은 없지만 뭔가 끌리는 것이 있었다. 항상 사람들이 줄서서 먹는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이것저것 찾아봤다. 역시 예사 곳은 곳이 아니었다. 검색하다가 엄청난 문장과 만났다. 

‘지로는 라멘이 아니라, 지로라는 음식이다’



헉; 뭐지. 이곳은?! 

뭔가 반응이 심상치 않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찾은 평가들은 정리해보았다. 



*수도권에서 절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라멘집이다.
*양이 엄청나고 칼로리도 2000이 넘는다.
*한두 번 먹은 것 만으로는 좋은 것을 모르지만, 알게 될 무렵에는 중독된다.
*그냥 계속 먹는 명상의 한 종류 같은 느낌.
*디플레이션 시대이기에 배불리 먹고 싶다.
*몸에 나쁜 정크푸드를 많이 먹는 쾌감.
*지로의 라멘이 특별히 맛있는 것은 아니지만 먹지 않을 수 없다.
*라멘을 좋아하지 않지만 지로는 좋아한다.

지로리안

이런 지로의 매력에 빠져있는 열정적인 팬들을 [지로리안] 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105만 명 정도라고 하는데, 이는 수도권의 20~40대 남성 5명 중에 1명이라고 한다. 지점마다 맛이 조금씩 다르기에 돌아다니면서 먹은 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소통하며 즐긴다고 한다.


또 기다릴 수 있다

지로가 먹고 싶어 진다. 

처음에는 평범한 느낌이었는데 나중에 생각나는게 너무 신기하다. 

이번에는 챠슈 5장 있는 것으로, 닌니쿠 (마늘) 도 잔뜩 넣어서 먹어봐야겠다. 토핑에 아부라 (지방)도 추가해야겠다. 1시간 정도는 이제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초기증상

몸이 갑자기 지로를 원한다면 ‘지로리안’이 되는 초기 증상이라고 하던데 나에게도 살짝 그런 증세가 보이는 것 같다. 


주문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야사이/닌니쿠/아부라!!


라멘지로 어떻게 먹을 것인가 : 라멘지로 입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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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직업일러스트레이터
비상곰의 브런치입니다. bisang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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