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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산프로 Jan 22. 2019

퇴근하고 쓰는 글_사업보고

 오늘은 무척이나 중요한 날이였다. 올해 진행될 사업 및 예산을 1차적으로 설명하는 날이였기 때문에 아침 일찍 세종시로 출발했다. 아무리 교통편이 편리해졌어도 세종시를 간다는건 그날 하루는 무조건 올인하는 것임에 변함은 없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사업이 생각보다 많아서 사업계획서 수정을 많이했고 전담으로 보고 하는 것은 처음이였기에 은근히 긴장이 많이됐다. 오타 엄청 자주 내고 숫자에 약한 나지만 나름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뻔히 물어볼 것 같은 인상률 그리고 증감액 같은 것들은 엑셀로 계산해서 내 별도의 보고 자료를 가지고 갔다. 그리고 사업별 띠지를 만들어서 못쓰는 글씨로 계획서마다 붙여서 보기 편하게 했고, 별첨 자료로 내라고 했던 것들 역시 몇 번씩 전화해서 양식의 수정 가능 여부 및 그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해 나름의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늦은 퇴근을 하고 집에 와서도 띠지를 붙이는 작업까지 다 하고 몇 번의 복기를 완료한 이후에 잠이 들었다. 역시...질문은 생각보다 날카로웠고 그만큼 큰 그림을 관리하면서도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예리함이 나의 업무 역량으로는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똑똑한 사람들이였다. 팀 동료들이 작성했던 계획에 대한 부가 설명을 하고 예산 증감에 대한 이야기에 나름의 부연설명을 하면서..어버버 하는거 없이 잘 끝내기는 했다. 그리고 그쪽에서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문서 작업을 너무 잘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쨌든 1차 회의는 끝났다.


 흠...여기까지만 보면 굉장한 해피엔딩이지만 역시나 회사는 회사. 이렇게 마냥 좋으면 회사가 아니지. 끝나고 나오면서 내 팀장이 했던 말이 있다. "니가 말을 너무 많이해서 오히려 페이스가 말렸어" 흠...뭐 어쩌라는 소리일까...그럼 묻는말에 대답은 해야지...왜 자꾸 뭐 물어보면 대답은 안하고 고개만 까딱거리면서 앉아있으면..그냥 그 정적을 넘기라고? 몇 번씩 다시 물어보는데? 그게 전략이였다면...들어가기 전에 나한테 말이라도 좀 해주지...그럼 나도 뭔가 있겠거니 하고 가만히 있지 않았을까? 뭐...나보다 사회생활 오래 했고 팀장이니까..내가 모르는 수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내가 나대고 온거라면 죄송하다. 그러나 그런게 있으면 좀 얘기를 해주셔야 나도 설치지 않고 가만히 있지 않겠는가...


 그러고 점심까지 다른 부처랑 먹고 오후에는 또 다른 업무보고를 했다. 원래 낄 자리는 아니였는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서 다 참여했더니...긴장이 풀리고 하면서 너~~~무 피곤했다. 그래서 이른 퇴근을 하고 집에 도착해 파파존스 피자에 소주를 곁들여 마시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니 지금이다.


  간만에 생기는 평일의 안피곤한 저녁이라 책도 읽고 나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자세히 다 쓸 수는 없지만..나름의 만족감과 새로운 고민들이 생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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