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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산프로 May 04. 2019

전 직장의 재입사 제안

 내 이직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난 지 얼마 안돼서 꿈을 꿨다. 내 첫 번째 직장으로 돌아가는 꿈이었는데 왜 이런 꿈을 꿨는 몰랐지만 굉장히 사실적이었던 꿈으로 기억했던 날 점심에 전 직장에서 전화가 왔다.


너가 했던 업무 그리고 지금 니가 있는 회사에서 했을법한 업무에 딱 맞는 채용이 있을 예정인데 다시 돌아올 생각있니?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직은 돌아갈 역량이 안된다고 최대한 정중하게 거절했다. 사실 그 회사를 나오면서도 언젠가 돌아간다는 생각은 했었다. 엄청난 커리어를 쌓고 임원으로 돌아온다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아직은...아직은 돌아갈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 회사에서 나한테 어떤걸 바랄지 대충은 알고 있고, 아직은 내가 그 기대를 충족시킬만한 퍼포먼스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돌아가지 않은 것도 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살면서 입사 제안을 두 번 받아봤는데...다 내 첫 번째 회사 선배들이었다. 각자 다른 곳에서 자리를 잡은 사람들도 있고 아직 그곳에 남아서 더 높이 올라간 사람들도 있고... 어떻게 생각하면...그냥 큰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거지만...어쨌든...나쁜건 없지 않은가.


 지금 회사를 그만두고 싶은 이유는....내가 더 성장하고 싶은 방향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부족한게 많지만....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기가 막히게 잘 해낼 수 있는 반열에 오르면 오를수록 다른 곳으로 가기 힘들어질 것 같다. 다른 협회로 가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고 더 늦기 전에 나한테 붙어있는 스포츠라는 한계를 넘어 마케팅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싶다.


 더이상 사업비 정산할 때 수당 지급할 때 지급명세서가 없어서 인정이 되니 안되니 그러고 싶지도 않고, 중계 편성을 어떤 경기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싫고, 대회 개최한다고 지방 돌아다니면서 어디서 하면 좋을지 현장 답사하는 것도 싫고, 지자체 만나서 후원금 얘기하는 것도 정말 정말 싫다.


 행사한답시고 밥도 못 먹어 가면서 인터컴 차고 화면 운영하는 것도 싫고, VIP라는 사람들(내 기준에서는 VIP도 절대 아닌 그런 사람들) 오면 이동 동선 짜서 자리 안내하는 것도, 마지막에 수백 명 단체사진 어떻게 찍을지 고민하고 앉아있는 내 자신이 미치도록 싫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다.


 물론...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면 어딜 가도 할 수 있다는 그런 진리도 있지만.. 그냥 지금 하기 싫어 미치겠는데 어떻게 하냐..... 진짜 돌아버리겠는데..... 진짜 당장 죽어도 아쉬운거 하나 없을 정도로 너무 싫다. 아..어떻게하지...존버...존버..못하겠는데...


 그래서 내 나름대로 결단을 내렸다. 어차피 그만두는 것보다는 훨씬 덜 위험하기 때문에 도전해보고 싶다. 진짜 실행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의 퇴사로 억지로 끌려온 지금의 부서를 나와 다시 예전 부서로 가고 싶다. 그래도 예전 팀에서 일할 때 훨씬 재미있게 일했고 더 열심히 했다. 성장한다는 기분도 들었고... 더 큰 그림을 그려나갈 방향도 상상하며 일했으니까. 이번 연휴에 고민해보고.. 다음 주나 다다음주쯤에 한 번 얘기해보려고 한다. 과연... 어떻게 될까? 난 얘기를 할 수 있을까? 난 팀을 옮길 수 있을까? 못 옮기고 그대로 있으면 지금 팀장이랑은 어떻게 지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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