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산프로 Oct 09. 2019

사내 정치

요즘 가만 보면 난 사내 정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상황은 대충 그렇다.


내 팀장이 하고 싶은일이 있다. 솔직히 이거에 1도 공감이 가지 않는다. 그런데 내 팀장이 원하는대로 하는건 살짝 문제가 있는거라서 그렇게 하려면 다른팀 팀장이랑 겁나 싸워야 한다. 그래서 난 선택의 기로에 서있었다. 내 팀장을 두둔해서 다른팀 팀장이랑 겁나 싸울 것인지 아니면...내 팀장이 하려고 하는건 살짝 문제가 있으니 당신은 그렇게 안했으면 한다고 얘기하던지...


최근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너무 많아졌다.


대부분 이런 경우에 난 내 팀장을 따라간다. 그사람이 좋아서가 아니다. 너무 싫어서 그 사람 편을 들어준다. 왜냐면...다른팀 팀장이야 한 번 싸우면 그만이지만...이 미친자는 자기 의견에 반대하거나 그러면 진짜 죽을때 까지 따라와서 귀찮게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자기가 하려는 행동에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경우 그걸 지적할때면 이렇게 하지 않을 경우 정말 아주아주 극히 드문 확률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들먹이며 그렇게 되면 지금의 이 선택이 더 큰 문제라고 따지고든다. 자세히 얘기할 수 없지만...개소리임에는 확실하다. 왜냐면...이 회사에서 그 사람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을 보면말이다.


한 번은 다른 기관에서 용역 입찰을 하는데 나한테 업체 선정 평가위원으로 와달라고 요청이 왔다. 솔직히 되게 좋았다. 뭔가 인정 받은 기분도 났고...항상 평가만 받던 입장에서 내가 하는 입장으로 나를 불러줬다는게 뿌듯하게 느껴졌다. 근데 한 편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팀장이 이 평가에 안보내 줄 것 같다는 느낌 말이다...니 짬밥에는 아직 이른감이 있다...뭐 이런 소리들을 할 것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똑같이 했다. 더 디테일하게는 자기가 이런 보고를 자기 윗사람한테 하면 그 사람도 되게 이상하게 볼꺼라고..니 짬밥에 아직 평가는 이르다며...그래서 갈꺼면 평가간다고 얘기하지 말고 그냥 외근 간다고 하고 가라고 하더라...그래서 그냥 안가겠다 했다. 나도 아직 내 연차에 평가를 간다는게 좀 그렇기도 하고 당신이 말하기 곤란하게 느껴지는걸 내가 당신 아랫사람으로서 하는건 아닌거 같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안간다고 연락하겠다고 하니 또 가지 말라는 것은 아니라며 우물쩡 거리더라. 그래서 그냥 안간다고 했다.


솔직히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고 싶다고 하면 보내줄 것이었다. 하지만..난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저 인간을 더 열받게 할 수 있을까 방법을 생각했다. 나중에 언젠가 지가 나한테 이런 것 때문에 서운했다 하면 그 때 "난 당신때문에 못갔고 이런 피해들이 있었다." 뭐 이런 구조를 들이대며 그 인간과 맞서기 위해서 참았다.


항상 문제는...그렇게 하면 안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를 하고 싶어서 무리할 때 나타난다. 왜 그렇게 사서 고생하면서 살까...그냥 다같이 빨리 퇴근하고 집에가서 쉬면 안좋은걸까?


어쩔 수 없는 일을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지 말고 그 사이에 더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면 안되는걸까? 오늘도 난 그 인간에게 최고의 빅엿을 먹일 날만 기다리며...복수의 칼날을 갈고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감사한 삶이 아닌 재미있는 삶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