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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산프로 Nov 30. 2019

영세 사업자의 MBA 수강 스토리

 온라인 쇼핑몰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집안에 있는 제품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일부 제품들은 내가 쓰고있기도 하지만..아직 다른 제품들은 정말 새것인 상태로 있다. 지인장사 2개 해본게 전부인...내 쇼핑몰...하지만 많은 것들을 배웠기에 후회하지 않는다.


 9월부터 MBA에 다니고있다. 회계나 마케팅 등 사업의 근간이 되는 것들을 학문적으로 배우는게 신기했다. 난 전형적인 문과 of 문과였기 때문에 경영학과 학생들은 20살때부터 이런걸 배운다는게 너무도 신기했다. 또 한 편으로는...되게 반칙같다는 생각도 했다. 20살때부터 이런걸 배우면 비즈니스 감각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이 이걸 어떻게 따라가겠냐...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건 내가 어느정도 사회생활을 하고 사업도 한 번 말아먹고 MBA를 다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쇼핑몰 사업을 Official하게 망했다는 진단을 내렸을때도 그렇고 대학원을 다니면서 얼마전에 느낀 것도 같은데...내가 생각할 때 사업은 "자기가 그나마 제일 잘 알고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비즈니스기 때문에 손익을 낼 수 있는 구조인지 따져보고 내가 가용할 수 있는 능력(자본, 시간 등 모든 유/무형의 자산을 포함)을 고려해야 하지만 그래도 무조건 내가 좋아해야 한다. 솔직히 아이템 하나 잘 잡아서 성공할 사업은...이제 대한민국 아니 온 세상에 없다고 생각한다. 거기다가 좋아하지 않는데 잘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든다. 잘한다는게 워낙 주관적인 말이라...정말 무엇인가를 잘하고 못하고 이렇게 두 개로 나눠서 구분해보면..솔직히 누구 앞에가서 내가 이거 하나 만큼은 잘한다 하기 힘든게...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본인이 좋아하는걸 하면 적어도 꾸준히 할 확률은 높아진다. 나같이 영세사업자의 경우는...자본금도 없고 그렇다고 수익금이 꼬박꼬박 들어오는 그런 것도 없다. 그나마 꼬박꼬박 들어오는건 지금 회사에서 주시는 월급인데...그 월급 받으려면 내가 가진 모든 능력을 다 쏟아부어야 받을 수 있다. 그렇기때문에 아무리 내 부업을 한다고 해도 항상 최고 우선 순위는 현재 다니는 회사가 되어야하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해서 하루에 1시간이라도 꾸준히 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이 필요하다.


 실제로 말아먹으면서도 그랬지만 회계나 마케팅에 대해서 좀 더 계량적인 방법으로 접근해보니까 내 사업은 하면 안되는 사업이었다. 그나마 소비자가를 책정했던 기준 역시 내 인건비 혹은 내가 사용하는 장비들의 내용연수를 적용해서 계산해보면 그냥 숨만쉬어도 적자인 사업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거 다 따지면 할 수 있는 사업은 없겠지만...그래도 그냥 될 수 없는 사업이었다. 특히 나같이 영세 사업자에게는 여러 종류의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마진이 나올 수 없고 타겟팅역시 제대로 할 수 없는 그런 것이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해야한다. 나역시 여기서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형태를 조금씩 수정해가면서 진행한다면 적어도 지금보다는 더 좋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내 쇼핑몰을 더 운영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딱 하나이다. "회사일 보다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팔리지도 않고...뭐하나 마음먹은대로 하려고 해도 턱없이 부족한 자본 그리고...이미 잘못 시작한 스토어 네이밍 부터....바꾸기 시작하면 처음부터 다 바꿔야할 이런 것들에...그렇게 큰 욕심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사업으로 해야한다. 그래야 수익이 나지 않는 시점에도 내가 그래도 조금은 버티면서 해볼 수 있고...그래야 다른 사람들보다 덜 지치고 여러 시도들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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