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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산프로 Dec 09. 2017

두 번째 이직을 결정하기

바로 직전의 마지막 주말

 정신없는 행사가 끝나고 전에 얘기했던 이직을 위한 만남을 가졌다. 처음 받아보는 이직 제안에 기본적으로 내가 들어가서 하게 될 업무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할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가졌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연봉은 아주 소폭 상승하고 직급이 하나 높아지는 조건으로 마무리 됐다. 이제 이번 주말간 생각하고 월요일 오전까지 내 결정을 전달해야 한다. 


 지금 있는 회사와 가장 큰 차이점은 회사의 성격이 되겠다. 지금은 예산을 가지고 공공을 위한 사업을 하는 반면 이직하게 될 회사는 순수한 사기업으로 무조건 이익창출을 해야한다. 완벽할 수 없지만 두 가지 다 겪어본 내가 볼때는 둘 다 장/단이 확실하다. 돈을 받고 일하면 돈을 쓰는 것에서 스트레스 받고, 버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적어도 쓸 때는 확실히 줄어든다. 


 각설하고 내가 이직을 망설이는 이유는 딱 하나이다. 그것은 바로 [이직의 빈도] 이다. 나는 지금 30대 초반(극 초반)인데 지금 회사를 옮기면 세 번째 회사이다. 물론 평생 직장은 없는 시대지만 첫 번째 회사에서 3년, 두 번째 회사에서 2년 딱 채우고 나오는건데...너무 잦은 이동이 아닌가 싶다. 여러 사람들과 얘기해도 결론은 비슷하다. 너무 잦은 이직이라는 것! 그리고 옮기면 오래 있을 자신은 있냐고 물어본다. 솔직히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무조건 5년은 근무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금 회사를 떠나고 싶은 이유는 두 가지 이유는 [행사]와 [소규모 조직의 모호함]이다. 


 첫 번째 이유인 [행사]는 이전에도 말했지만 나에게 정신질환을 가지고 올 정도로 스트레스를 준다. 내가 볼때 행사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된다. 말 그대로 보여주기를 위한 일이고 당췌 왜 이걸 돈주고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심지어 그 일을 하는데 되게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고, 쓸 때 없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예를들면 행사에 참가하는 VIP의전을 위해 지하주차장부터 행사장 자리까지 오는 동선을 사진으로 찍어서 행사계획서라는 문서에 넣어 일주일 전까지 사전공유해주는 일 같은 것이다. 솔직히 내가 생각할때 4~5번 정도 해보면서 경험을 쌓고 정말 중요할 때는 이런 일까지 해야 하는구나를 느끼면 더 안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앞으로 업무를 진행하며 내 모든 것을 걸어야 할 행사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런 것을 내가 다 준비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차피 돈받고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까라면 까야 하지만 행사의 본 목적이 비리 척결과 정책 개선이라면 그거에 좀 더 집중해야지, 제발 현수막 만들고 이동동선 짠다고 밤새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지난 11월은 1,000명 정도 참가하는 2박 3일짜리 행사 한 번에 400명+해외 전문가가 참가한 2박 3일짜리 행사가 있었다. 11월 한 달이 지나니까 몸무게가 4kg이 빠졌다. 스트레스 받고 이런거 둘째치고 그냥 객관적으로 밥을 잘 못먹었다. 행사가면 하루에 한 끼먹어가면서 일하니까 그냥 살이 빠진다. 소화불량, 만성 두통, 약간의 탈모 증세와 만성 무기력증에 정말 버티기 힘들었다. 누구나 다 이렇게 산다지만... 주변을 돌아보면 이런 행사 하는 사람 나밖에 없더라... 물론 다른 종류의 어려움이 있겠지만 다른 대안이 있는데 꼭 이거를 참고 이겨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두 번째 이유[소규모 조직의 모호함]은 업무분장에서 찾아온다. "도움을 요청한다"는 일과 "니가 해"는 명확히 다르다. 도움을 요청할때는 메인을 담당하는 사람이 필요한 일에 대해 서포트를 진행하는 거다. 그러나 "이건 니가 해"는 그냥 자기 할 일을 남에게 던져버리는 것이다. 이건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소규모 조직인 만큼 내 일을 위해 도움을 거절하면 "자기 일만 아는 놈"이 된다. 솔직히 내 일만 아는게 나쁜건 아니지 않는가!!! 내 일을 잘 하고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지 내 일도 못하고 있는데 무슨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가...


 아직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내가 고민하고 있는 회사는 위와 같은 두 가지 불편함은 없애 줄 것이다. 그러나 위 두 가지가 아닌 다른 어려움도 분명히 있겠지... 하지만 일을 위한 일을 하고싶다. 그리고 전에 회사에서 인연을 맺어 내 결혼식 사회도 봐주고 나에게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친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그 사람과 함께라면 의견은 다를 수 있겠지만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2018년 사업계획서를 보고 있으면 숨부터 막히고 이걸 왜 해야 할까 라는...고민을 하고 있는 곳에서 나와 새로운 가능성을 꿈꾸는 곳으로 옮기는 것이 맞을까? 이번 주말이 지나고 돌아오는 월요일에는 내 생각을 결정해서 말씀드려야 한다. 솔직히 가는 쪽으로 마음은 정했지만 지금 이 곳의 비상식적인 업무량이 싫어 도망치는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계속든다. 솔직히 맞다! 그러나 안도망치고 이렇게 많은 일을 다 해내서 나한테 남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문답한다면 도저히 할 말이 없다. 이번에 옮기지 않으면 또 어떻게 1년을 보내 3년을 채우겠지만 솔직히 그 때라고 옮기고 싶은 생각이 안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내가 볼땐 그 때는 1도 고민하지 않고 바로 옮길 것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내가 남들 시선 신경쓰면서 좀 더 버텨보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연봉이 줄어드는 것도 안니고, 더 안좋은 곳으로 가는 것도 아닌데 이정도 일탈은 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어차피 남들 시선 신경쓰고 살아봐야 그 사람들이 뭐 하나 해주는 것 하나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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