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번주까지였던 재택근무가 돌아오는 수요일까지 연장됐다. 재택근무 초반에는 사실 뭔가..되게 무기력하고 이상했다. 일을 안하는것도 하는 것도 아니고, 출퇴근의 경계가 모호해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무엇이든 적응하기 마련이다. 이 생활도 목요일쯤 되니까 굉장히 즐기고 있었다. 와이프도 일이 줄어서 화/목은 아예 출근하지 않는다. 그래서 출근 안하는 날에는 집 근처 친정으로 가서 장모님을 챙기고 함께 산책도 다녀오면서 내 업무 시간을 온전히 혼자 있게 만들어준다. 그러다 보니 일단 출퇴근하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여러 가지 싫은 상황들을 하나도 겪지 않는 것이 매우 좋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 회사 가서 우리 팀장님 보는 것이었다. 뭐...이 분이 인간적으로 싫은 건지... 솔직히 모르겠다.(솔직히 싫은 것 같다. ㅎㅎㅎ 물론 그분도 날 좋아하진 않을 것이다.) 사실 인간적으로 싫어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어차피 일 아니었으면 안 만났을 사람인데 인간적으로 싫어할 필요 있겠는가? 작은 일 하나도 쉽게 결정하지 못해서 이것저것 다 물어보고 이 사람 저 사람 엄청 귀찮게 하면서 결국 자기 마음에 드는 선택하는 이 사람을 안 보니까 참 좋다.
두 번째로 좋은 것은 회사와 내 삶이 거리를 더욱 멀리 하게 된 것이다. 이건 내 마음속 거리를 의미한다. 전에 친한 동료들이랑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내 선배 한 명과 후배 한 명은 회사를 거의 본인 자체와 동일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 느껴지는 스트레스를 온전히 주말까지 이어가고 집에서도 집과 회사와 삶의 단절 없이 고민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참 안타까웠다. 나 역시 솔직히 퇴근 후 회사 일을 완벽히 손절하지 못한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직장에서 뭔가 하겠다!! 혹은 뭔가 되겠다!!라는 생각을 지우고 나니까 회사생활 자체에 큰 미련이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퇴근 후의 내 삶을 만들어가면서 회사는 말 그대로 "돈 벌기 위해 가는 곳"으로 내 마음속에 의미를 축소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 조금씩이나마 내 온전한 삶을 만들어 가는 중 생긴 것이 재택근무이다. 내 삶으로부터 회사를 좀 더 멀리 떨어지게 만들어준 재택근무... 나에겐 참 고마운 존재이다.
결국 코로나는 언젠가 해결될 것이고 다시 일상은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이번 재택근무는 나에게 있어 회사 그리고 직장생활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들어준 좋은 기회였다.
앞으로도 회사에 있는 순간만큼은 열심히 할 것이다.(내가 가진 모든 능력을 다 써도 부족한 것은 항상 생기기 마련이고 실수도 하기 때문에 내가 일을 하는 동안만큼은 내 모든 것을 녹여내야만 한다.) 다만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시키거나 무엇인가 얻기 위한 억지스러운 행동들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회사는 회사일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좀 더 마음을 비우는 것이 회사와 나의 인연을 더 오랫동안 유지시켜 줄 것이다.
남은 재택근무야.... 우리 남은 3일 동안 더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