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산프로 Mar 09. 2020

재택근무는 나를 행복하게 했다.

 원래 이번주까지였던 재택근무가 돌아오는 수요일까지 연장됐다. 재택근무 초반에는 사실 뭔가..되게 무기력하고 이상했다. 일을 안하는것도 하는 것도 아니고, 출퇴근의 경계가 모호해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사람은 무엇이든 적응하기 마련이다. 이 생활도 목요일쯤 되니까 굉장히 즐기고 있었다. 와이프도 일이 줄어서 화/목은 아예 출근하지 않는다. 그래서 출근 안하는 날에는 집 근처 친정으로 가서 장모님을 챙기고 함께 산책도 다녀오면서 내 업무 시간을 온전히 혼자 있게 만들어준다. 그러다 보니 일단 출퇴근하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여러 가지 싫은 상황들을 하나도 겪지 않는 것이 매우 좋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제일 싫어하는 건 회사 가서 우리 팀장님 보는 것이었다. 뭐...이 분이 인간적으로 싫은 건지... 솔직히 모르겠다.(솔직히 싫은 것 같다. ㅎㅎㅎ 물론 그분도 날 좋아하진 않을 것이다.) 사실 인간적으로 싫어할 필요가 뭐 있겠는가 어차피 일 아니었으면 안 만났을 사람인데 인간적으로 싫어할 필요 있겠는가? 작은 일 하나도 쉽게 결정하지 못해서 이것저것 다 물어보고 이 사람 저 사람 엄청 귀찮게 하면서 결국 자기 마음에 드는 선택하는 이 사람을 안 보니까 참 좋다.


 두 번째로 좋은 것은 회사와 내 삶이 거리를 더욱 멀리 하게 된 것이다. 이건 내 마음속 거리를 의미한다. 전에 친한 동료들이랑 저녁을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내 선배 한 명과 후배 한 명은 회사를 거의 본인 자체와 동일시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 느껴지는 스트레스를 온전히 주말까지 이어가고 집에서도 집과 회사와 삶의 단절 없이 고민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참 안타까웠다. 나 역시 솔직히 퇴근 후 회사 일을 완벽히 손절하지 못한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직장에서 뭔가 하겠다!! 혹은 뭔가 되겠다!!라는 생각을 지우고 나니까 회사생활 자체에 큰 미련이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퇴근 후의 내 삶을 만들어가면서 회사는 말 그대로 "돈 벌기 위해 가는 곳"으로 내 마음속에 의미를 축소시킬 수 있었다. 이렇게 조금씩이나마 내 온전한 삶을 만들어 가는 중 생긴 것이 재택근무이다. 내 삶으로부터 회사를 좀 더 멀리 떨어지게 만들어준 재택근무... 나에겐 참 고마운 존재이다.


 결국 코로나는 언젠가 해결될 것이고 다시 일상은 찾아올 것이다. 그러나 이번 재택근무는 나에게 있어 회사 그리고 직장생활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게 만들어준 좋은 기회였다.


 앞으로도 회사에 있는 순간만큼은 열심히 할 것이다.(내가 가진 모든 능력을 다 써도 부족한 것은 항상 생기기 마련이고 실수도 하기 때문에 내가 일을 하는 동안만큼은 내 모든 것을 녹여내야만 한다.)  다만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시키거나 무엇인가 얻기 위한 억지스러운 행동들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회사는 회사일뿐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좀 더 마음을 비우는 것이 회사와 나의 인연을 더 오랫동안 유지시켜 줄 것이다.


 남은 재택근무야.... 우리 남은 3일 동안 더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가자!!

매거진의 이전글 재택근무자의 출퇴근 그리고 무기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