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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산프로 Apr 02. 2020

결국 마음을 고쳐먹기로 결심했다.

 역시나 투자회사의 벽은 높았다. 아니? 생각보다 높지 않을 수 있는데...내가 엄청 낮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총 네 개의 지원 회사 중 단 한 번의 면접 그리고 세 번의 서류탈락으로 이번 이직 프로젝트는 막을 내렸다.


 투자회사 가보고 싶다고 이것저것 기웃거리다가 회사일에도 집중을 못하고 대학원 수업도 대충 들으면서 놓치는 것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마음이 딴 곳에 있다보니 내가 하는 모든 것들이 너무 하찮게 보여서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거기다가 재택근무라는 내 상황이 나를 더욱더 무기력의 구렁텅이로 끌어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내 일상을 헛된 공상으로 망쳐가던 중 내 와이프가 나한테 한 마디 했다.


 너...요즘 너무 건방져...지금 니가 있는 곳을 너무 우습게 보고있어...너 그러면 안돼...지금 니가 있는 곳들이 니가 그렇게 간보면서 적당히 해도 될만큼 너가 대단한 사람이 아냐...


 사실 단어 선택이 너무 강해서 밥먹다가 이 얘기를 듣고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곰곰히 생각해봤더니 뭐 하나 틀린말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나름의 반박을 했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란건 절대 아냐...하지만 내가 회사에서 그들이 원하는 모습을 보이면 나한테 뭐가 좋은데? 대학원은...내가 할 말 없어. 내가 그건 너무 대충하는 것 같아. 그렇지만 회사는 내가 열심히 한다고 승진이 빠를 것도 아니고 어차피 내가 벌 돈은 정해져있어. 그리고 내가 여기서 열심히 하고 좋은 성과 거둔다고 그게 더 좋은 곳으로의 이직을 약속할 수 없어.


 이렇게 얘기했더니 또 아래와 같은 얘기를 했다.


 너가 대학원에서 사람들이랑 잘 지내면서 좋은 인맥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지? 근데 사람들이 자기 일도 열심히 안하고 공부도 열심히 안하는 사람이랑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들겠어? 어떤 회사를 다니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도 그 사람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야 친해지면서 물어보게 되는거야. 요즘 니 모습은 정말 계속 불평만 하고 잡을 수 없는 목표만 운운하는 한심한 사람의 모습이야.


 .......할 말이 없었다. 왜냐면....구구절절 맞는 얘기기 때문이다.


 그렇다...난 내가 이룰 가능성이 거의 없는 목표를 보면서 지금의 내 모습을 끊임없이 부정하고 있었다. 더 좋은 곳에 가면 내가 가진 모든 능력을 쏟아 넣을 것이라고...그래서 지금 여기는 그럴 필요 없다는...혈압오르는 소리나 하고 앉아있었다. 여기서도 최고가 아니면서 무슨 더 높은 곳을 보겠다고...


일단...마음을 고쳐먹고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최고가 되보자는 마으을 먹었다. 자타공인 내가 이곳을 접수했다고 인정하면...그 때 그 다음 단계를 꿈꿔보자.


그리고 어린 나이도 아닌데...현실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목표를 세우자.


너무 쉽지도 않으면서...그렇다고 불가능한 건 아닌...적당한 목표


세상은 결국 모든 벨런싱의 싸움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코로나 사태에도...

아무런 걱정 없이 재택근무 누리면서 회사생활하는 내 현실에 다시 한 번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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