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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산프로 Apr 11. 2020

책을 다시 읽는 것 부터 했어야 했다.

 예전에 사서 두 번 정도 읽었던 책인데 "기획자의 습관"이라는 책이있다. 훌륭한 사업 기획자들은 일상에서 영감을 얻고 이를 통해 업무로 연장시켜 뛰어난 성과를 낸다는게 주요 내용이다. 책의 세부적인 것들은 기획 업무를 잘 하기 위해 일상을 어떻게 화용하면 되는지에 대한 방법론의 설명들이다. 주말 저녁 우울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내 방에 앉아 이 책을 간만에 폈는데 눈에 들어오는 챕터가 있다.


"아담에게 사과를 파는 법"

 창세기 3장 4절을 보면 이라는 말로 시작하지만... 결국 뱀이 여자를 유혹해 선악과(사과)를 따먹게 하는 장면을 얘기한다. 뱀은 여자에게 이 사과를 먹으면 하느님과 같이 눈이 밝아져서 하느님과 같이 될 것이라고 속여서 먹게했다. 그리고 그 여자는 사과를 남자에게도 줘서 먹게 했다는 이야기다. 해당 챕터에서 저자는 뱀을 마케터로, 여자를 구매를 컨펌(사과를 남자에게 먹게하는)하는 결정권자로 설정하여 설명한다.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작업(마케팅)을 할 때 우리는 핵심 타겟이 누구인지 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이제 제목처럼 왜 내가 이 책부터 다시 읽었어야 했다고 하는지 설명해보겠다. 우리 부부는 와이프가 21살때부터 탔던 차를 지금 13년째 타고 있다. 물론 밟으면 잘 나가고, 더울 때 시원할 수 있고 추울 때 따뜻할 수 있어 기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냥 차를 바꾸고싶다. 그냥 솔직히 이유가 없다. 그냥 폼나는 차를 갖고싶은게 내 마음이다. 어차피 열심히 돈 모은다고 집을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그래서 폼나는 차를 사고싶다. 전에도 몇 번 매장에 갔지만 오늘은 가서 시승도 해봤다. 시승을 했더니 더욱 미치도록 갖고싶다. 사실 어떤 이성적인 이유를 갖다 대도 지금 상황에서 차를 살 필요는 없다. 그래서 와이프를 설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하다. 그래서 아까 보고왔던 그 차를 내 마음 속에서 지우고자 이 책을 꺼내들었는데 갑자기 책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강남 한 자동차 매장에서 서로 부부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 주제는 남자가 SUV를 사고 싶어 여자를 설득하는 것 이었다고 한다. 설득의 내용에 이런 말들이 등장한다.


 이 차를 사면 우리 주말마다 여행갈 수 있어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


 남자는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해 SUV의 구매는 최종적으로 "집안의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했다고 한다. 그래서 실제로 여러 자동차 회사들이 차량 광고를 할 때 여성들이 스토케 유모차를 선호하는 것을 활용해 "우리 차 트렁크에는 스토케가 들어갑니다!" 라는 어필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 자동차 트렁크가 이렇게나 넓어졌습니다 따위의 말은 필요없다. 구매의 결정권이 있는 경우가 높은 여성들이 느낄 수 있는 강점으로 엮어서 어필하는 이런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판교 전시장에 가서 시승을 하고 집에 오면서 나는 여러가지 어필을 했다. 내가 승진을 하면 사자. 우리 집이 생기면 사자! 아니면 사실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벌어서 진짜 집 하나 사자고 삶을 사는게 아니지 않냐? 너무 힘들고 무의미한거 아니겠냐? 집은 솔직히 어떻게든 될것이다. 막말로 우리가 가고 싶은 집은 평생가도 살 수 없을텐데 이번 전세계약 끝나면 적당히 대출 얻어서 집 사면 살 수 있지 않겠느냐...차 산다고 나가는 이 돈...물론 큰 돈이지만 인생 길게보면 별거 아니다. 어차피 미래를 대비 한다는건 현실적으로 6개월 정도씩만 준비해도 성공하는거다. 사자...우리 이거 사자. 그러면 나도 회사 열심히 다니고 일하는 이유도 느낄 것 같다. 나이거 너무 갖고싶다. 사자...


 난 이런 어필을 했다. 예상한대로 와이프한테는 씨알도 안먹히는 소리였다. 와이프도 사고 싶은거 안사고 참으면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나만 철없는 소리 하는거였으니까...와이프라고 안사고 싶겠는가...그렇게 힘든 와이프한테 이런 소리나 하는 내가 참 싫기도 하면서...솔직히 그냥 그 차가 너무 갖고 싶기도하다.


 꽤 오랜 시간동안 물질적인 것들에 욕심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점점 심해지는 물질적 욕심을 정면으로 대면할 자신이 없어서 잘 피하고 있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예전에는 어떤 신발, 어떤 옷 이런게 사고 싶었다면...요즘은 자동차, 집 이런게 사고싶어서 도저히 감당이 안되니까 말이다.


 하...인간의 욕심에는 끝이없다. 물질적인 욕심은 그것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욕심 자체를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게 효과적일 것이다. 잊자...잊어...저 차가 있어도 내 인생이 달라질 것은 단 한 개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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