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시절 친구가 거의 없는 편이다. 같은과 친구가 많이 생기는 1학년 시절에는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 끝나면 맨날 동네에 와서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놀았다. 신기한건 내 고등학교 때 친구들도 대학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 맨날 학교 끝나면 동네에 와있었다. 그래서 같은과 친구는 하나도 없다. 그러고 군대를 다녀와서 우연히 교양수업 같은걸 들으면서 친해진 친구(정확히는 1살 형 )가 있는데 그 사람과 아직까지도 인연을 이어오며 잘 지내고 있다.
그 형과 오늘 카톡으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형이 어제 밤 잠이 안와서 요즘 고민했던 것들에 대한 나름의 답을 내렸다기에 얘기해달라고 했다.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고민의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나름대로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주변을 둘러보면 내가 하고 있는 것들, 내가 해낸 것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럴 때 마다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고 무기력해져서 불행하다는 것이었다.
같은 시대를 살아오는 또래 남자여서 그런지...아니면 그냥 30대 중반이면 다 이런 생각을 하는건지...모르겠지만 나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브런치를 쓰면서 구독자도 늘어나고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분들도 많아 행복하지만...내가 재미있게 읽은 브런치 작가님들은 구독자 몇 백명은 그냥 가지고 계셔서..그 분들을 보면..난 뭐하는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이 시국에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을 하게됐지만...사람들이 들었을 때 모르는 작은 회사에 다니는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핑계로 크고 유명한 회사에 못다니는 것을 스스로 위로하는건 아닌가..
친구들 혹은 사람들 인스타 보면....큰 집 살면서 좋은차 타고 애들도 두 명씩 나아서 키우고있다. 정부에서 인스타에 나오는 사람들만 대출 규제 풀어준 것도 아닐텐데...저 사람들은 무슨 돈이 그렇게 많아서 다들 넓고 좋은 집에 살면서 수입차 타고 다닐까...싶다.
우리 부모님...나 하나만을 보고 그 누가 뭐라해도 나에게 무조건적인 믿음과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분들...다른 사람들이 볼때 모르겠지만...난 우리집의 자랑이자...우리 집안 최고의 아웃풋인데...난 왜 이럴까...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 끊임없는 불행의 늪에 빠지게 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다른 사람들한테 관심을 갖지 않고 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인스타도 보면 취미(RC카, 미니카 등), 남자 패션(출근 할 때 어떤 옷 입으면 좋을지 참고용), 스포츠 관련 계정만 팔로우하고 친구들 혹은 지인들 계정은 모두 팔로우를 취소했다. 이유는...자꾸 보면 비교하게 되니까...
위와 같은 극단적인 조치가 나름의 효과를 보이며 한....1~2년 전부터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내 삶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아직 완전하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남들의 좋은 것만 보는데...그 모든 좋은 것들을 내가 다 할 수 있는건 아니지 않겠는가...냉정하게 말해서 내가 그렇게 뛰어난 사람도 아닌데...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하고...작년 혹은 어제의 나보다 좋아지고 대단해지면 그걸로 되는게 아니겠는가 생각하며 살고있다.
이런 내 생각을 그 친구와 함께 공유했고 그 친구도 사실 그게 정답이라며 격하게 공감하고 카톡을 마무리했다.
삶을...어디 까지나 내 자신과의 싸움으로 이어가야 한다. 다른 사람과 싸우는 순간 패배해서 잃을게 생기고 성공해도 더 강한 상대를 찾아 나설 수 밖에 없게 된다.
내 자신과 싸우면...내가 KO패 당해도 잃는 것이 없고...이기면 또 이기는 대로 많은걸 얻게된다. 그리고 원한다면 그 싸움을 언제든 멈추고 휴식할 수 있다. 34살 애송이가 삶에 대해 나불거리는게 건방진 행동이지만...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
나는 항상 내 자신과의 싸움만 할 것이다.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오직 내 자신과 경쟁하고 싸워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오늘 제 브런치가 드디어 구독자 200명을 달성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사실 브런치 구독자 200명 만들기...2019년부터 세웠던 목표인데...드디어 이뤘습니다. 원래 목표보다 2배가 넘게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그래도 해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