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온전히 아는 사람들이 나에게 가끔 하는 말이 있다.
"너의 진정한 취미는 이직 시도하기 같아"
듣고있자면 참 어이없지만...딱히 부정하지도 못하겠다.
왜냐면...내가 하고 있는 짓을 보면 그렇다.
지금 회사에...
특별히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도 이만하면...정말 좋은거고...
다만...내가 기대했던 폭발적인 성장은 없을 것 같지만
솔직히 직장인이...
월급 꼬박꼬박 잘 들어오고...
자리에 큰 위협 없으면...
문제 없는거 아니겠는가?
뭐 이런저런 작은 문제들이 있지만...
이직을 고려해야 할 만큼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나는 지난 추석 연휴를 활용해 다시금 이직을 시도했고
그 중 한 개 회사에 최종 합격했다.
심지어...작년에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던 회사에 재도전해 합격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아직 면접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 1개가 더 있다.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며
내 자신에게 아주 솔직하게 질문해봤다.
"이렇게 계속 이직을 시도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일까?"
진짜 아주아주 솔직한...
이유가 무엇일까?
뭐 미래의 성장 이딴거 말고 진짜 솔직한 그런 이유가 뭘까?
이렇게 아주 근본적인 고민에 대한 답을 찾게 된 것 같아
어떻게든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됐다.
나름의 답을 찾게된 과정은 아래와 같다.
2주 전 쯤...장시간 진행이 예상되는 회의에 들어가기 전
회사 옥상에서 핫식스 한 캔을 땡기며 강남 경치를 보고 있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시점에서 왜 이직을 하려고 하는걸까?"
기대하던 폭발적인 성장이 없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더 오래 했을 때 업계에서 생각보다 메리트가 없어서?
너무 한 분야에 집중된 일을 하기 때문에 다음 커리어패스가 걱정돼서?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어서?
사무실이 멋있지 않아서?
클라이언트를 위해서 일하지 않고 우리 회사를 위해 일하고 싶어서?
컨설팅 업무가 생각보다 적성에 맞지 않아서?
낭만이 없어서??
업무가 지루해서??
뭐 사실 다 맞는 말이다.
위에서 말한 대략 9가지 정도의 이유로 이직을 시도했다.
그러나 옥상에 올라 핫식스 하나를 때리던 그 시점에
갑자기 떠오른 내가 이직을 하려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아래와 같았다.
내 삶이 너무 재미없고 지루한데
지금의 내 삶에 가장 큰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이
이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자마자...
혼자 소름이 끼쳤다.
뭐랄까....
정말 근본적인 진실을 직면했을 때 느껴지는
약간의 공포감이랄까?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지금의 내 생각이 맞는 것일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 보면 가장 정답에 가까운 것 같다.
30대 중반 / 남자 / 결혼 7년 차 / 딩크족 / 직장생활 9년 차
위와 같은 특징을 가진 내가
지루하고 답답한 내 삶에서 유일한 변화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한게
"회사"였던 것이다.
코로나19도 생각보다 큰 영향을 끼쳤던 것 같다.
6월까지만 해도 주말에 야구도 하고
나름 즐거운 생활을 했지만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내 삶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끼쳤다.
좋아하는 것도 못하고....
가끔 친한 사람들과 만나 곱창에 소주도 못땡기고
맨날 회사-집 무한 루프만 있으며...
그나마 회사도 이직을 하며 팀장이 됐기 때문에
예전처럼 같이 바닥부터 고생했던 선/후배들이 있는것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농담하면서 히히덕 거리는 일도 없고...
내 삶이 너무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이렇게 사는게 무슨 의미인가 싶었다.
그래서 뭔가 변화를 주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내 삶에서 변화를 줄 수 있는 것이
회사박에 없다고 생각한 것 같다.
아무리 딩크족이어도...
총각때의 삶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ㅎㅎㅎ
연휴가 끝나는 날
최종합격한 회사와 연봉협상을 한다.
연봉협상의 결과에 따라
진짜 이직을 할지 아닐지 결정된다.
그리고 현재 전형중인 회사에도 합격한다면
또 다른 길이 생길지 모른다.
나름대로...
문제를 인식하고 그에 대한 나름의 합리적인 해결책도 찾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너무 잘 알고있다.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이런 생각이 찾아올 것이란걸...
그러나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왜냐면...
미래에 내가 다니고 있을 회사보다
더 좋은 성장성 혹은 더 좋은 처우를 약속한 회사가 아니라면
난 옮기지 못하고 그 회사에 계속 다니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잦은 이직이 내 커리어 패스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냥 살아지는대로 살자...
어차피 인생에 답은 없다. 지금 행복한게 최고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내가 회사 때려치고 놀겠다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어차피 그렇게 용기 있는 사람도 아니라...
막살겠다고 해도 별거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