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산프로 Feb 18. 2018

오랜만에 깨어있는 새벽 2시

 뭔가...내가 이런 저런 잡생각을 많이 하던 때가 22살때부터 26살 사이였던 것 같다. 대학교 3학년 시절부터 사회 초년생 시절이였는데..그때는 참..돈만 벌면 훨씬 행복할 것 같았는데..왜 그 때가 가장 행복했던 시기였다는걸 몰랐는지.. 아무튼!! 그 시절 집에 있는 술을 한 잔 하면서 노트북 앞에 앉아 노래를 들으면서 이런 저런 것들을 많이 봤다. 소녀시대 태연이 정형돈님과 함께 찍었던 우결을 보기도 했고... 그 당시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의 SNS를 확인하고, 책도 가끔 읽고 그랬었다. 어떤 일을 하면 재미있을지 찾아보기도 했고 내일은 뭐 하고 놀면 재미있을지 생각하기도 했다. 솔직히 그 시절의 나는 뭐...이런 저런 걱정 없이 살았던 것 같다. 그냥 오늘보다 내일은 더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그 생각 하나 뿐이였다. 특별히 갖고 싶은 옷이 있거나 그러면 부모님이 어지간하면 사주셨고.. 지금도 옷장을 보면.. 상식 밖의 비싼 옷들은 모두 그 때 부모님이 사주셨던 옷들이다... 지금은 와이프랑 내가 벌어 직접 사기때문에...그런 옷들을 사고 싶다고 할 용기가 잘 안난다. 양심이 생긴건지 모르겠지만..


 오늘 오전에 운동을 하고, 머리도 자르고, 백화점 구경도 하고 맛은 없었지만 수산시장에 가서 꽃게랑 꼬막도 사다가 집사람이랑 요리도 해먹었다. 그러다 보니 너무 피곤해서 초저녁에 잠이 들었고 11시쯤 잠에서 깼다. 이렇게 자고 싶을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으면서 하루를 보내는게 얼마만이던가!!! 냉장고에 있는 사케를 머그컵 가득 따라 물처럼 마시면서 브런치를 쓰고 있는 지금이 엄청나게 행복하다.


 가끔 24살의 내가 지금의 순간에 살고있다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물론 24살의 내가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지만... 그래도 7년이라는 시간동안 나름대로 변한게 있지 않겠는가!! 순간 이동이라도 한 것 처럼 갑자기 딱!! 24살의 내가 31살의 시점에 온다면 어떤 삶을 살아갈지 궁금하다. 나름대로 후배가 있는 직장 내 위치라는 것도 있고, 한 여자의 남편으로 살아가는 지금의 내 삶에 얼마나 적응할 수 있을까? 과연 24살의 나는 지금을 감당할 수 있을까? 24살이면...내가 뉴욕에서 1학기를 보내고 한국으로 귀국해 외국계 기업에서 인턴을 하고 있을 때다. 2012년...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어떻게 보면 가장 행복했던 시점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도시에서 보기 좋은 갤러리의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로 있으면서...실상은 맨날 늦잠자고 가끔 전시있을 때 출근해서 일 도와드리고.. 일주일에 두 번 한인 식당에서 알바를 하면서 방값을 벌고 부모님이 보내주시는 돈은 모두 여행가고 노는데 다 쓰고 살았으니...어찌 안행복할 수 있을까...그리고 한국에 와서는 당시 활동하던 기자단 신분으로 광주에 가서 1주일간 취재하고 친구들을 사귀고...돌아와서 바로 외국계 기업에 출근 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한 친구를 만났고..지금은 각자의 길을 걸어나가게 됐지만 그 친구가 내 인생에끼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엄청 크다. 물론 그 친구는 이런거 모르겠지만 아직도 종종 감사하게 느낀다. 그 친구가 아니였으면 함께 연인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삶의 중요성과 서로 맞춰간다는게 어떤 말인지 몰랐을 것 같다.(언제나 그 친구를 응원하고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지금이 안행복한건 아니다. 지금도 나중에 시간이 지나고 보면 그래도 행복하고 재미있을 시점일 것을 안다. 하지만...뭔가 아쉽다. 지금의 나는 뭔가..죽어있는 상태로 사는 것 같다. 무엇인가를 진심으로 느끼고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생각보다 많은 편견을 가지고 세상을 보고 있고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을 계산하고 있는 것 같다. 머리도 안좋으면서...틀린 계산으로 주변을 계속 판단한다.


 뭔가 아쉽다..결론도 없고 답도 없지만...계속 생각하게 된다. 나는 왜 사는 것일까? 내 삶의 목적은 무엇이고 내 시간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작가의 이전글 20살의 정신이 머무르는 31살의 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