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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산프로 Feb 17. 2018

20살의 정신이 머무르는 31살의 몸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겠지만...나는 20살때와 비교했을 때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정신적으로 성숙해진 것도 없는데..나이에 맞는 행동을 해야하는 시점이 왔다. 직장인 그리고 한 여자의 남편 역할을 부여 받을때면 과연 내가 이런 것들을 할 만큼 성숙한가에 대해 생각한다. 결론만 얘기하면 하나도 자격 없고 준비도 안돼있는데...해야하더라. 왜냐면 내가 지금은 내 위치에 맞는 행동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유가 없다. 그냥 해야 하더라..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려면 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


 난 진짜 20살때 아니 솔직히 말하면 고등학생때랑 비교해도 변한게 없다. 여전히 노는게 좋고 노는걸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31살을 먹었어도 오늘 아침에 집에가서 부모님께 세배 드리고 받았던 세뱃돈으로 저녁에 친구들을 만나 놀고싶다. 20살때도 그랬지만 30살때도 그랬고 올해 31살에도 변함없이 그러고 싶다. 20살때 세뱃돈 받아서 술마시고 놀았던 친구들은 아직도 똑같이 연락하고 살지만 벌써 그 친구들도 결혼을 하고 조금 있으면 아버지가 된다. 그 친구도 나한테 자신은 변한게 하나도 없는데 이렇게 됐다. 다 그렇게 사는거다 하지만... 난 생각보다 이런 것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난 어른이 되는게 무서워서 자녀도 없이 살고 싶은건지 모르겠다. 결혼을 해서 보니까 내가 책임지고 이끌어나가야 할 것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더 솔직히 말하면 내가 하고 싶은거 참고 하기 싫은걸 해야 할 때가 훨씬 많아져서 싫다. 그런데...내가 한 사람의 부모가 된다고 생각하면..도저히 자신이 없다. 사람들은 어떻게 애기도 몇 명씩 키우면서 회사다니고 그렇게 충실하게 사는지 모르겠다. 정말 대단하신 분들 같다.


 조금 있으면 처갓집에 가서 저녁을 먹어야 한다. 정말 좋은 분들으시고 나한테 잘 해주시지만..처가에 가서 인사를 드리고 밥을 먹는게 너무 불편하다.. 솔직히 말하면 재미도 없고 식습관도 나랑 너무 다르시다.. 가서 무슨 얘기를 하고 집에서 식사를 하면 또 접시라도 치우고 뭐라도 해야 할텐데 이런 것들이 신경쓰여서 가기 싫다. 내 와이프도 우리집에 올 때 그런 생각을 하겠지..그러면 서로 안가면 안되나? 하는 생각을 할 만큼  난 철이 없다. 이렇게 철도 없고 부족한 내가 남편, 사위의 역할을 해나가야 하니.....참 쉽지 않다. 솔직히 도망치고 싶다.


 남보기에 부족하지 않고..아니 오히려 더 잘 살고 있는 내가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게 배부른 소리겠지만... 내가 그렇다. 내가 지금 가지고 누리는 것들을 계속 유지할만한 자격이 되는지..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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