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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산프로 Feb 24. 2018

실무자가 느끼는 평창올림픽_1편

 첫 번째 브런치에 말했던 것 처럼 나는 스포츠 협회에서 일하는 기획자이다. 이번에 이런 저런 일로 세계인의 축제 평창올림픽 현장을 가게됐다. 이번 글에서는 동종업계 실무자가 느끼는 평창올림픽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 싶다. 사실 1박 2일동안 현장을 보면서 느꼈던 내 감정들을 정리하는 일종의 감상문 같은 느낌이 맞을 것이다.


 스포츠 분야에 종사하고 있거나 관심있으신 분들은 이 글을 보면서 내가 기획하고 운영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이런 부분은 잘 할 수 있었을까? 하면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공유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정말로 나쁜것만 보면서 말하는게 아니고 내가 실무자였으면 이런 부분들까지 다 할 수 있었을까? 이런건 내가 좀 더 잘했을텐데를...진짜 객관적으로 평가해 볼 수 있는 그런 계기 말이다.



 2018 평창올림픽 참관 소개 일정

1편: 평창 올림픽플라자 -> 메달 시상식 -> 봅슬레이 경기 관람

2편: 강릉 올림픽플라자 -> 아이스하키 경기 관람


1. 평창 올림픽플라자(메달 시상식 포함)

솔직히 올림픽프라자 최고의 소득은 레드벨벳이지......웬디...웬디...

 올림픽 메달 시상식 무대가 웅장하고 멋있었다. 자원봉사자 분들도 추운 날씨에도 언제나 웃는 얼굴로 친절하게 방문객을 맞이해주셔서 관람객의 입장에서 매우 즐거웠다. 그러나 셔틀버스를 타고 내려서 올림픽플라자로 가는 입구까지 길이 너무 안좋았다. 뭐 안내가 어쩌고 저쩌고의 문제가 아니고...제대로 된 길이 없다. 인도랑 차도랑 같이있는 대한민국 특유의 주택가 골목길 같은 느낌이다. 매우 큰 주택가 골목... 그리고 길이 포장이 되있을꺼면 다 되어있으면 좋겠는데 바로 옆은 흙바닥이고 뭔가 정리가 안된 느낌이다. 하지만 단점은 이게 전부였다. 기업별 홍보관에는 사람들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위해 10분 이상 줄서서 기다리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 않아보였다. 또한 질서도 잘 지켜주시는 성숙한 시민의식 덕분에 전반적으로 깨끗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평창 올림픽플라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슈퍼스토어"였다. 솔직히 나는 캐릭터 상품에 큰 관심이 없지만 대회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실무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상품을 구성해놓고 운영하는지 확인해야 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평창 머천다이징은 초대박 성공을 달성했다고 생각했다. 잠실에 있는 롯데월드몰에서도 다 파는것들을 평창까지 와서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이 사고 있었다. 그리고 마스코트 수호랑 인형, 노스페이스 대한민국 팀복, 장갑 이렇게 세 개는 정말 초대박 아이템이였다. 그리고 더 대박인 점이 있었다. 모든 음식, 물건의 결제는 비자카드만 가능했다. 이 무슨 공산당 같은 일인가 했더니 비자가 올림픽 공식 파트너라서 파트너사의 카드만 사용할 수 있었다. 관객들의 불편함은 당연히 나올 수 밖에 없지만...이만큼 파트너사에게 강력한 의리를 지키는 행사를 본 적 있던가? 진짜 IOC의 파트너사 권리 제공은 사랑이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후원사님 저도 이런 사랑 드릴 수 있는데...저에게도 찾아와 주세요..어디계신가요?)


노란색 부분이 왼편 국기계양대 / 우리나라 선수의 은메달 시상식

 실무자로써 가장 대단하게 느껴진 것은 자원봉사자 운영이였다. 자원봉사자를 모집해서 인력별 특징에 따라 업무를 배분하고 일정을 기획해서 한 치의 오차 없이 현장 배치를 완료한다는게 정말이지 신기했다. 물론 언론에서 한 번 버스를 놓치면 엄청 오래기다려야 하고 자원봉사자들의 처우 문제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다. 내가 볼 때 이정도면 그래도 정말 잘 운영되고 있다. 적어도 내가 담당했으면 지금보다 더 많은 실수들이 나왔을 것이다. 정말 잘하고 계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 신기했던건 메달 수여식 장소에 있는국기계양대이다. 한 번에 여러 종목의 시상이 진행되는 행사를 운영하기 위해 국기 세팅 시간을 고려해 두 개의 계양대를 만들어 운영했다. 예를들어 스피드스케이팅 시상식때 오른쪽 계양대를 쓰고 있으면 그 사이에 왼쪽 계양대에서 다음 행사 메달 수상 국가들 국기를 세팅하고 있더라... 이런 치밀함... 감동이다...나는 언제쯤 이런 모든 상황을 고려한 행사 세팅이 가능할까...적어도 하나는 보고 왔으니까 내 행사에도 적용하리라.. 생각했다.


2. 봅슬레이 경기 관람

솔직히 2초 보면 많이 보는거지만 그 속도감은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 절대 모를 것이다.

 메달 시상식을 보고 나와서 셔틀버스를 타고 슬라이딩 센터로 이동한다. 솔직히 이 때 버스를 되게 오래 기다린다. 날씨도 되게 춥고 왜이렇게 오래 기다려야 하는지 불편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셔틀버스가 문제야!! 형편없는 운영이야!! 하기 전에 주위를 조금만 더 둘러보자.. 셔틀버스를 오래 기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쉽게 생각하면 버스가 부족해서? 라고 할 수 있는데 일단 그 말은 이번 올림픽에 적용할 수 없다. 진짜 거짓말 하나도 안보태고 우리나라 전국 버스는 평창에 다 와있는 것 같다. 자원봉사자들의 안내에 따라 버스는 쉴 새 없이 들어오고 사람들이 다 타면 바로 출발한다. 그 다음 버스가 내 앞으로 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진짜 10초도 안걸리고 그 다음 버스, 다다음 버스, 다다다음버스 뭐 말 할 것도 없이 다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해서 버스를 타고 10분정도 가니까 경기장이 나왔다. 스키점프대 뒷 편에 있는 슬라이딩 센터 입구로 가는데... 오마이갓... 사람이 진짜 엄청 많다. 보안검사를 하기 위해서 30분은 기다렸다. 보안검사를 생각보다 엄청 철저하게 했는데..당연히 그래야 한다. 보안검사 하느라고 시간 늦어져서 입장 못한다고 불평하는건 안된다고 생각한다. 첫 째도 안전, 둘 째도 안전이다. 경기를 못보면 못봤지 보안 검사는 철저히 해야한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보안 검사로 인해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으니 경기장에 조금 더 일찍 도착하라는 안내를 홍보 영상이나 티켓에 조금씩 써주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지만...내가 실무자여도 못했을거다. 이건..생각하기 힘들다. 솔직히..


슬라이딩센터 현장_저렴한 입장권 덕분에 사람이 많았다.


 전반적으로 슬라이딩 센터에 있는 브랜딩 물품의 디자인이나..사람들의 관심과 이동동선 통제는 잘 되고 있는것 같았다. 셔틀버스 운행, 안내자 배치, 스토어 위치 조정, 경기 운영, 결과 업로드, 보안 관리, 시설 정비 등등 이런 모든 것들을 총괄하고 기획하는게 얼마나 어려울까...아직까지 이런 메가톤급 대회 및 행사는 진행해본적이 없어서 엄두도 안난다. 솔직히 그렇게 해보고 싶은 생각도 없다...배우는건 진짜 많겠지만 정말 죽도록 힘들 것 같다...대회 끝나고 관련 콘텐츠 업로드 하는걸 생각해봐도 그렇다. 경기가 11시에 끝나는데 다음날 오전에 SNS랑 공식 페이지에 콘텐츠 올라오려면 난 언제 잠을 잘 수 있을까? 대회 끝나고 현장 마무리 하고 내일 경기 준비하면 못해도 2시는 될꺼고 그 때 다시 사무실 가서 콘텐츠 검수하고 위에 컨펌 받아서 준비해두면...최악이다....


 내가 스포츠 업계에 종사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난 월드컵이고 올림픽이고 하면 이런 것만 보인다. 물론 아쉬운 부분들 엄청 많다. 나도 사람이니까 지적만 하는건 진짜 잘 할 수 있다. 그러나..실무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난 이번 올림픽..진짜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이것보다 어떻게 더 잘하리...까지 생각까지 든다. 진짜 현실적으로... 조직위 관계자, 현장 운영 요원 및 자원봉사자들 까지...정말 한 분도 빠짐없이 너무너무 수고해주셔서 우리가 즐겁게 즐길 수 있었다.




 이렇게 1편(평창.ver)을 마치고 다음 글에서 2편(강릉.ver)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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