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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산프로 May 26. 2018

좋은 일을 위한 하기 싫은 일

 예전에 네이버 업무 제휴 도전기에 대해 이야기 한적이 있다. 지금은 업무협약에 대한 얘기가 다 끝나고 대표들의 서명만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다. 협약서를 보고 있자니 나름 뿌듯하기도 하지만 실제 개발에 들어가고 그 과정에서 일어날 문제들은...누가 대신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그래도 회사는 회사 역시나 싫은일이 함께 온다.


 내가 담당하고 있는 일은 크게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세 가지는 주제는 같은데 하는 방식과 대상만 다르다. 그래서 비슷한 시기에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데..나름 내가 가장 영혼을 담아 하는 일이다. 내가 하는 일이 생각보다 당사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지금까지 당연했던 문화에 내가 조금이나마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 같아서 좋다. 변화의 가능성 보다도...그냥 내가 생각하는 좀 거창한 표현으로 "IT기술의 발전을 적용한 방향의 전환" 을 했다고 본다. 아직도 확실하지 않은 것들을 맹신하고...불안함으로 인한 비리가 발생하고 그나마도 정확한 정보를 찾아보고 상담받을 곳도 없었는데...이런 문제를 IT기술을 활용해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내가 추구하는 업무의 기본 방향이다. 그래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쉽게 접근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네이버와 함께 하는 것이다. 힘들지만 나름의 보람을 느끼면서 하는 가치있는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나머지 한 개 이다...솔직히 일 자체는 싫지 않은데...여기 저기서 끼어드는 자문위원 같은 분들의 간섭이 너무 싫다. 그냥 가감없이 표현하면 자기들이 최고인줄 아는 꼰대들과의 일이다. 일단 이 인간들이랑 뭘 하자 한다면 쓸 때 없이 바쁜 사람들 일정 확인하느라 1시간은 쓴다. 그렇게 열심히 일정 잡으면 회의자료 만든다고 몇 일은 쓴다. 말이 좋아 회의자료지...이게 뭔지 설명하고 지금까지 이렇게 해왔습니다 라고 보고하는 문서이다... 막말로 진짜 이렇게 해서 기가막인 혜안이라도 주면 모르겠는데...이런 회의의 결과는 우리 실무선에서 생각했던 해결책의 당위성을 얻는 것이 전부이다. 우리도 다 생각했고 실행에 옮기기전 꼰대들 모아놓고 동의받는 일이다.


 진짜 직장 상사거나 그러면 내가 이해라도 하겠지만...이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혹은 우리가 하는 일을 위해 어떤 도움이 되는지 정말이지 1도 모르겠다. 회의를 하면서 졸면 어떻게하지 했는데 정말 1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왜냐면...너무 어이없고 화만 나는 얘기를 해서 잠이 오지 않더라...


 회의 중에 그 중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했던 말이 있다. "제발 일 좀 하자"라는 말이다. 나도 하고 싶은 말이다. 제발 이야기 그만하고 집에 가라...부탁이다...회의 끝나고 밥먹자는 얘기도 하지 말고...


 훨씬 가치있는 일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능력이 우리 실무에게는 다 있다. 내가 일하는 부서의 캐미는 매우 좋은 편이다. 각자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장/단점들이 나름대로 조화롭게 이루어져 다 같이 하나의 프로젝트를 하고 나면 결과가 괜찮다. 진짜 팀장님과 회식을 할 때도 일에 대한 얘기를 주로 한다. 각자 새롭게 생각했던 일들...그리고 이런거 한 번 해보고 싶다 혹은 왜 이렇게만 생각해주는지 모르겠다 등등...내용만 보면 업무 간담회 잡고 해야 할 진짜 일들에는 우리 사비를 쓰고 진짜 쓸 때 없는 이상한 일에 회사 경비를 사용한다. 내돈은 아니지만 너무 아깝다..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지금의 나도 언젠가 나이를 먹을 것이고...그러면 내 경험이 진리인냥 떠들어대고 젊은 사람들을 훈계하려고만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싫어하던 꼰대가 바로 내가 될 확률이 높다. 그리고 회사도 아무리 바꾸려고 해도 윗물은 바뀌지 않는다. 마치 조직개편 한다고 회사 전체를 뒤숭숭하게 해놓고 팀명만 바꾸는 그런 이상한 변화 정도만 있겠지...SNS에서 게시물 공유하고 좋아요가 뭔지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페이스북이 네이버에서 마케팅이 어쩌구...이런 얘기좀 안했으면 좋겠다. 마케팅이 뭐고 명분이 중요하니...수익만 쫒아가면 안된다..진짜 그런걸 회의라고 하고 앉아있으며..그 얘기 듣겠다고 몇 일을 고생해서 장소 준비하고 자료 만드는 우리가 너무 불쌍하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하지만 떠나면 지는거다..왜냐면 어딜가도 비슷할꺼니까...


좋은 것만 보자...내가 잘 하고 싶은 것만이라도 진심을 다해서 해보자...


그리고 나머지는...내 책임만 다하자..어차피 최선을 다해도 내가 진심을 담은 일보단 못할것이다...


이기적일지 몰라도 어쩔 수 없다...어떻게 다 잘하겠냐...다 잘하면 내가 이러고 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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