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산프로 May 22. 2018

디자인에 대한 정답은 무엇인가?

 슬슬 회사에 행사 시즌이 다가온다. 행상때문에 회사 다니기 싫다고 해서 이직까지 말하고 다시 눌러앉은지 몇 달이 지났다. 이제 다시 그 시즌이 온다. 그래서 올해는 대행사도 쓰고 나름대로 개선을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작년보다는 편하겠지? 적어도 새벽에 짐 옮긴다고 비맞으면서 나 혼자 카트끌며 짐 다 떨궈서 빡칠 일은 덜하겠지...


 아무튼 행사 시즌이 오면서 책을 만들고, 메인 키디자인을 잡고, 홈페이지에 배너 올리고 홍보물을 만들면서 디자인에 대한 논쟁이 생기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논쟁이라기 보단 [디자이너-나(담당자)-결정권자]로 이루어지는 컨펌의 프로세스가 모두를 힘들게 하고 있다.


 난 디자인에 대해 1도 모르는 실무자이다. 전공도 하지 않았다.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겠지..디자인과 마케팅이라는게 아무것도 몰라도 다 같이 모여서 한 마디씩 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는게 너무 열받는다. 어쨌든 나는 대강 이런 식으로 디자이너 분들에게 업무를 요청한다.


"이런 컨셉으로 몇 가지 샘플을 드릴께요, 비슷한 느낌으로 해주세요"


 어디서 봤는데 디자이너 분들과 최대한 많이 이야기 해야 좋은 결과물이 탄생한다고 하더라. 근데 나도 내 나름대로 일을하면서 찾은 최선의 방법이 위의 방법이다. 나도 처음에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어봤다. 그런데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 나눌수록 서로에게 불필요한 시간만 낭비되는 기분이 들더라. 왜냐면...이 디자인에 대한 컨펌을 내가 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디자인을 컨펌할 수 있는 사람이랑 같이 이야기 하면 되지 않냐는 질문을 하신다면..."왜 나라고 그런 생각을 못해봤겠습니까...그게 안되니까 이러고 있는거지" 라고 답하고 싶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런거 하나하나 까지 관리할꺼면 결정권자가 직접 하는게 편하지 왜 내가 있겠냐는거다. 나랑 몇 시간 동안 얘기해서 열심히 만들어 주시면 뭐하냐.... 결정권자 맘에 안들면 다시 시작이다. 작년에 있던 행사에서는 별것도 아닌 색깔과 폰트 바꾼다고 행사 3일전까지 키디자인을 안잡았다. 솔직히 그 분이 이쁘다고 하는 디자인을 봐도 난 그게 좋은지 1도 모르겠던데 그 분은 자신의 주관에 대한 확신이 굉장하다. 나도 그런 자존감이 있으면 좋겠다. 이와 같은 이유로 디자이너 분들과 함께 일을 할 때는 초반 내 의견은 최대한 간단히 드리고 나중에 수정이 많이 될 수 있음을 꼭 알려드린다. 내 나름대로 이렇게 배려를 해드려도 진짜 열받을 것이 너무도 훤히 보인다. 왜냐면 이럴꺼면 처음부터 회의 들어와서 같이 하지 지금와서 이렇게 바꾸냐는 말이 내 입에서도 나오기 때문이다.


 내 직무 분야에서 제일 싫을 때가 웹/모바일 서비스 테스트 시즌이다. 그 이유는 기획자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대부분의 윗 분들이라는게 일정, 디자인 보고 드릴때는 어 그래그래 좋다 해놓고 다 나오면 거기서 부터 지적질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홈페이지나 어플은 더 그렇다. 다들 전문가다. 이게 이렇고 저게 그렇고... 그 중에서 제일 열받는게 글씨 작다고 뭐라고 하는 것이다. 나도 언젠가 나이가 들겠지만...뭐 얼마나 글씨를 크게 만들어야 만족할지 모르겠다. 나도 처음에는 디자이너와 함께 얘기했던 컨셉으로 인해 지금의 디자인이 맞음을 설득하려고 노력도 했지만 지금은 안한다. 그래봐야 내 입만 아프고 런칭 일정만 맞추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내가 기획하고 운영한 프로젝트가 네이버나 애플같이 여백의 미를 잔뜩 가지고 있는 멋드러진 디자인이였으면 좋겠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맥북 디자인이나 네이버 로고를 내 윗 분들이 자신이 컨펌해야 할 디자인으로 봤다면 과연 어땠을까?"


  정답이 있는 분야는 아니지만...제발 자신의 말이 진리있는 말하는 윗 분들은 좀 없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대한민국 곳곳에 있는 결정 못하는 담당자들이여...하....힘은 안나지만...그래도 오늘 하루라도 푹 쉬어봅시다!!!

작가의 이전글 직장 생활을 버티게 만드는 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