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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산프로 Jun 06. 2018

이직이 답은 아니지만 고민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새로운 회사의 면접을 보러간다. 아직 최종까지 붙은건 아니지만 그래도...느낌이 될 것 같다. 여기서부터가 고민이다. 붙으면 가야하나 이게 걱정이다.(지금 떠나면 솔직히 여기 싫어서 도망가는 거지만...아 쫌...그러면 안되나? 도망가면 안돼? 어? 도망가도 뭐 큰일나는거 아닌데..)


 지금 회사는..딱 그냥 다닐 수 있는 만큼 싫다. 진짜 죽도록 가기 싫지만...회사(나한테 돈 주는곳)라는 점을 생각해보면..이만한 회사도 없다. 일반 기업처럼 매출 내라고 압박주는것도 아닌데...예산 기획하고 잘 쓰는것도 정말 어렵다. 난 나름대로 백원을 써도 신중하게 아껴 쓰는데...그걸 쓰기 위해 해야하는 각종 증빙과 신청 과정들이 진짜 너~~~~~~~~무 일이다. 사무용품 하나만 사도...사겠다고 결재 올리고, 샀다고 증빙하고, 돈 내야 하니 지출결의 하고...2만원짜리 하나 사도 팀장님 결재를 세 번은 확인을 받아야 한다...이런 일련의 쓸 때 없는 과정들이 너~무 싫다. 그리고 옆 팀에서 자기들(정확히 말하면 그쪽 팀장과 그 밑에 중간관리자 1명) 하고 싶은 일만 하려고 어떻게든 우리팀 엮어서 할 수 있는 일이면 맨날 도와달라고 한다. 그럴 때 한 번은 너무 열받아서

"솔직히 당신네 팀 담당 일 아니냐...우린 도와달란 말 한 번도 없이 진짜 우리끼리 해결해 나가는데...왜 맨날 니들이 안하고 같이 하자고 하냐?!"라고 물어보면(물론 존댓말 쓰고 최대한 애둘러서 얘기한다.) 자기 일만 신경쓰고 살지 말라고 만만한 우리 아래 직원들만 쥐잡는 것 처럼 잡아대는데..이 두 가지 요소만 없으면..지금만한 회사가 없다는걸 나도 안다.


 지금 내가 면접 볼 회사는...2013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스타트업에 가까운 회사이다. 사용자들에게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솔직히 말하면 그냥 [전도 유망한 작은 회사]다. 내가 옮기고 싶던 회사 성격에 직무도 딱 맞지만...걱정이 된다. 지금까지 누려왔던 연봉...그리고 여기서 오는 안정감...들을 포기하고 가도 되는건지... 면접보고 다 붙어야 알 수 있겠지만...의외로 연봉을 지금 수준에서 맞출 수도 있을 것 같아 더 고민이다. 연봉이 많이 낮아지면...나도 이제는 가장이라 내 꿈만 추구할 수 없다는 핑계라도 대면 되는데... 연봉도 얼추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핑계하나 댈 수 없이 온전히 내가 결정해야 한다.


 여기 다니면서 입버릇 처럼 했던 말이...진짜로 관심있는 분야의 스타트업 가서 일 하고 경험 쌓아야 나중에 회사 없어지고 나이 먹어도 내 일 할 수 있다며...무조건 가야 한다고 했던 나인데...막상 그런 기회가 오니까 걱정된다. 내가 여기를 버리고 가도 되는건지. 진짜 그래도 되는건지....


 내 친한 친구 중 한 명은 회사 그만두고 제주도에 갔다. 원래 와인바를 해보고 싶어 하던 친구인데...제주도 가서 식당에 취업해서 준비하고 5년 안에 와인바를 차릴꺼라고...그렇게 제주도로 떠나버렸다. 진짜 내가 그정도 모험을 하는 것도 아닌데...뭐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건지...


 오늘도 면접 준비를 하면서 계속 고민한다. 마음은 가고 싶다. 가서 재미있게 일해보고...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좀 더 생산적이고 즐거운 일을 하고싶다. 정말 돈을 벌 수 있는 일...남을 위한 일이 아닌 나를 위한 일... 솔직히 졸업하고 스포츠쪽으로 취업할 때는 아무런 생각도 없었으면서...왜 내가 추구하는 이상을 따라가는걸 두려워 하는지 1도 모르겠다. 나이 먹고 철도 안들었으면서 겁만 많아진 것 같다.


 내 성격상 지금 회사(두 번째)에서 잘 버텨도 5년이 최고 일 것 같은데...지금 딱 절반 지났다. 어차피 지금같은 성격의 회사는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다른 곳으로 가기 힘든걸 나도 안다. 그럴꺼면...미리 가는 것도 방법인데...뭐 그렇게 어려운거라고 아직도 결정 못하고 있는지 진짜 답답하다.

 

 물론 면접이나 다 붙고 생각할 고민이지만...그래도 붙기 전에 내 마음은 정해놔야 하지 않겠나?!! 진짜 연봉만 또이또이 맞춰지면 무조건 가고싶다. 주변 사람의 걱정...우려..간섭 이런거 1도 신경 안쓰던 나였는데..왜 나는 이렇게 바뀌었을까...아...고민된다.....면접 준비를 하면서 내가 그 회사를 가도 되는 이유만 계속해서 찾는 것 같다. 나중에 누가 물어보면 그런 근거를 대면서 설명하려고....아 한심하다.


 난 어떻게 해야 할까? 너무 어렵다...이런거 알려주는 곳은 어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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