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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산프로 Jul 22. 2018

이제 한계가 왔다

 토요일날 내가 담당하는 일의 행사가 있었다. 원래는 연 3회였는데 올해는 연8회를 하라고 하더라. 그리고 다른 일들에도 행사가 있어 실질적으로 하는 행사는 엄청나게 많아졌다.


 전에도 회사를 한 번 그만두려고 할 때 말했던건데 난 행사라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없게 느껴진다. 행사를 하는데 정작 중요한 참가자를 위한 프로그램보다 그 놈의 인사말이 뭐가 중요하다고...인사말 환영사만 3명이 넘는 그런 이상한 일들이...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팀장은 이정도면 됐다고 만족하는 것과  대행사가 못한 일들을 내가 뭐라고 하지 않는 것에 매우 화가나있었다. 욕을 오지게 먹을 때 보니까 입술이 부들부들 떨릴정도로 화가나있더라. 행사가 다 끝나고 10분에서 15분정도 1:1로 혼나고있는데...솔직히 내 영역 밖의 일들로(정말이지 이게 왜 중요한지 도무지 모르겠는 일들) 혼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난 별로 화나지 않았다. 다만 여기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어야 자연스럽고 혼나는 사람의 모습이냐 이런 고민을 했다. 내가 잘했다는건 절대 아니다. 팀장이 화내는 것도 이해하고, 팀장 말이 틀린건 하나도 없다. 근데...내 변을 하자면 난 그렇게 까지 일 할 시간이 없었다.


 올해 처음으로 대행사를 두고 행사를 진행하는데  나도 그 대행사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 해올지 길게 얘기를 할 시간이 없었다. 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했던 수 많은 다른 업무들도 다 잘 쳐내야 하는데...대행사가 어떻게 해서 가지고 오는지 보면서 고쳐주고 맞춰갈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 막 뭐라고 할 시간과 여유도 없었다. 그래도 뭐 다 현명하게 쓰면 있겠지만..난 내가 못나서 그런지..그럴 여유가 없더라. 이걸..못했다고 뭐라고 하고 앉아있으면..난 내가 해야 할 다른 일을 할 시간이 없었다. 그리고...난 제작물이 어디에 어떻게 걸려있고..잘 되어이 있는지..그런게 안보인다. 안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정말 안보인다. 얘가 어느 부분이 울고 있는지..잘 안붙어서 바람에 펄럭이고 있는지...까지 살필 여유가 안생긴다. 도착하자마자 겁나 나를 찾아대는 전화들과..내가 담당자라는 미명하에 거의 모든 결정과 의문이 몰려온다...문제가 있을 때 대행사 직원이 바로 해결해 줄 수 없어보이거나..도저히 방법이 없다고 말할때(나도 사리분별이란걸 해서 백 프로 그말을 다 믿는건 아니다.) 그래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해두라고 말하기가 싫다. 왜냐면...그 일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할만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서 그렇다. 그거보단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는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회사에서 근무한게 2년 7개월 정도 되어가는데...매년 항상 행사에서 문제가 터진다. 다른팀과의 문제도 마찬가지고.. 그 근본은 항상 행사였다.


 결론적으로 난 밥먹으면서 얘기를 했다. 솔직히 나도 다 맡기고 어떻게 해오나 보고 싶은데..그렇게 맡기기에는 나한테 시행착오를 겪을 시간이 없다고. 그러다가 엄청 못해오면 다 내탓이고 행사도 망가진다고. 그리고 난 이일 말고 다른 일도 해야하는거 아니냐고... 


  내가 힘들다는걸 알아달라는게 아니다. 어차피 회사고 윗사람이 맘에 안들면 그게 무조건 맞는 것이다. 근데..진짜 솔직히 얘기해서 내 능력에선 지금 이게 한계인데..이걸 어떻게 더 잘 하냐는 말이다. 진짜 이게 나의 한계이고 그것밖에 안되는 사럄이냐고 묻는다면 그런 것 같다. 내자신에게 실망스럽기도 하지만..진짜 이게 내 한계인 것 같다.


 어차피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면...내가 진짜 힘들고 어려운 부분은 얘기하는게 좋겠다는 와이프의 조언이...맞는 것 같지만...답도 없이 해결될 문제도 아닌데...얘기하면 뭐하나 싶다...절이 싫으면 중이 나가야지....


 세상을 살아간다는건 생각보다 너무 힘든일인 것 같다. 내가 원해서 태어는 것도 아닌데..왜 난 이 모든 어려움과 난관을 극복하고 살아야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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