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산프로 Aug 11. 2018

영상 중심 콘텐츠_죽어나는 실무자

 다음주 도저히 못버티겠어서 당장 급한 행사 4회를 끝내고 무작정 휴가를 냈다. 어제 네 번째 행사를 마무리하고 오늘부터 휴가를 보내고 있는데...이런 저런 마케팅 관련 글을 보다보면 네이버에서 유튜브 중심으로 온라인 플랫폼의 중심이 옮겨간다는 말이 많다. 뭐 맞는 말이다. 콘텐트가 맞니 콘텐츠가 맞니 그러면서 마케팅을 울부짓고 네이버도 영상중심으로 블로그 콘텐츠를 개편하려고 한다는데..그래 뭐 다 좋다 이거다. 영상이 더 재미있고 몰입도 있는건 맞으니까..하지만 그 누구도 그 안에서 영상을 만들고 기획하는 실무자들은 점점 더 죽어난다는 말을 안하더라....난 이번 글을 통해서 영상 중심의 콘텐츠 속에서 죽어나는 실무자들의 비애를 말해보고 싶다.


 물론 내 브런치가 그렇게 영향력있는건 아니지만...그래도 좀 변해가는 세상속에 죽어나는 실무자들의 애환을 좀 얘기해보고 싶다.


 일단 영상이란게...문제가 많다. 오늘은 제작 비용, 영상 퀄리티, 담당자의 만족 그리고 윗 사람의 컨펌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직접 찍고 수정할줄 모르면 무조건 돈주고 만들어야 하는데...여기엔 정찰가라는게 없다. 대략...촬영없이 텍스트 애니메이션이나 사진, 각종 영상활용해서 3분정도 만들면 300~500만원이 들더라.. 영상에 대해 정말 1도 모르는 내가 이런 저런 영상 제작업체와 함께 일하며 느낀 견적이다. 300만원이면 배경음악에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널리 배포하기는 힘든 영상을 만들었다. 단순 행사용으로 현장에서만 치고 빠지는 영상으로 나쁘지 않지만...영상의 본 목적인 홍보와 배포는 진행할 수 없는...일종의 그림의 떡이다. 500정도 들면 영상, 폰트 같은거에 전혀 구애받지 않는 영상을 만들 수 있는데...뭐 다른 문제점 들이 있다. 어쨌든!! 500만원 정도면 3분 길이정도의 영상을 만들고 각종 플랫폼에 배포할 수 있는 저작권 문제가 해결된 영상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솔직히 우리 회사랑 엄청 자주하는 회사니까 묻고 따지지 않고 대강 이정도 예산에 항상 해왔으니 또 해주세요 해서 가능한거다. 완전 처음하는 업체랑 얘기하기 시작하면...비용이란 답이 없더라..있는 예산에 맞춰 만들어준다는데....우리가 아무리 돈이 없어도 눈은 TV CF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있는대로 만들어드릴께요 하는 업체랑 일을 시작하면...참 힘들다...


 두 번째 문제는 영상 퀄리티다. 아까 얘기했던 대로 우리 눈이 TV CF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실무자가 기획환 영상을 보면..답이 없다. 그도 그럴것이...TV CF는 그거 하나 만들려고 수많은 사람들이 머리싸고 앉아서 영상을 어떻게 하면 잘 만들 수 있을까 그 생각만 하는데...일반 사업의 실무자들이 영상을 만들면 그게 되겠는가... 다른 회사도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고 생각하는데...자기가 담당하는 사업 혹은 업무에 대한 홍보영상을 기획하면...나름대로 하게된다. 내 나름대로는 굉장히 고민도 하고 괜찮은 샘플도 찾아서 제작사와 회의를 하게된다. 이런 컨셉에, 이 화면에는 이 내용으로 해달라고...그리고 내가 만들고 싶은 거의 똑같은 샘플 영상까지 찾아서 준다....그러고 일주일 정도 걸린다기에 기다리고 있다가 메일로 도착한 초안을 보면....욕이 나온다 솔직히...사람마다 생각하는게 다 다르니까 이쁘고 자시고는 둘 째 치더라도 회사 CI 비율 깨져있고 자막에 오타있고...초안을 가지고 오는 회사마다 다 다르겠지만..보통 완전 처음 하는 업체랑 하거나 돈에 맞춰준다는 제작사와 하다보면 이런 경우가 많이 나온다. 그리고 나랑 같이 기획했던 사람이 아니고 그 밑에 있는 편집 감독이라는 사람들이랑 보통 수정하게 되는데....진짜 아...영상 왜만든다고 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것들이 나온다. 진짜 그대로 썼으면 하는 부분은 자기 마음대로 바꾸어버렸고, 아니였으면 하는 부분들은 그대로 배껴와 뭐가 다른거야...라는 생각이 들만큼 구린 영상이다.


 세 번째 문제는 내 맘에 들 때 까지 수정을 해야 하는데...수정은 새롭게 만드는것보다 더 어려운 작업이다. 전화로 어떤 부분을 어떻게 수정해달라고 설명하는 것도 어렵고...그걸 상대가 이해할 수 있게 메시지를 전달하는게 어지간히 힘든 일이 아니다. 예를들면...텍스트 폰트도 다른 걸로 바꾸고 배경음악도 좀 더 생동적으로 바꾸고 싶은데...이걸 무슨수로 설명하고....제작자는 어떻게 알아듣고 바꾸냐는 것이다..그렇다고 내가 준 샘플이랑 똑같이 할 수도 없는거 아닌냐....하...생각만 해도 짜증난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이렇게 저렇게 노오오력을 해서 제작 1주일, 수정 4일의 기간을 통해 완성된 영상을 결정권자한테 가지고 가면.....대대적인 수정이 일어난다. 보통 이 과정에서 그전의 11일을 다 날려버리는 수정들이 나온다....텍스트 본인이 다 컨펌했던거면서 너무 길고, 핵심은 다 빠져있다는거다. 텍스트는 짧게 하면서 핵심은 다 넣으라고 한다...그렇게 저 인간이 원하는 대로 힘들게 만들어 내다보면..제작사 편집자랑은 거의 세상 둘 도 없는 원수지간이 된다. 의뢰하는 사람은 하는대로 답답하고 수정하는 사람도 맨날 바꿔되니까 진짜 암걸릴 것 같이 열받는다..


 어찌저찌 하여 이런 과정을 다 거치면 영상 만드는데 최소 2.5주는 걸리더라....하..그렇게 해서 어디에 올리고 행사 때 쓰면...유용하긴 한데....내가 원하던 영상도 아니고..사람들의 호응도 없고 하다보니....진짜 일할 맛이 안난다...


 다른 회사 영상들은 이쁘기만 하던데,....나도 언제나 그런 이쁜 영상 만들어보려나....몇 억을 써서 만들어도 딱 내 맘에 드는 영상은 못만들 것 같다. 제작사가 구리던, 내가 모지리건, 내 윗 사람이 이상하든 간에 이 세 가지 요소들이 죽이는 영상을 못만들게 할 것이다.


 하..힘들다.



 

작가의 이전글 출근하기 싫어 죽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