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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산프로 Sep 01. 2018

결국 인사발령이 났다.

 이전 글에서 아무것도 선택하고 싶지 않은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그때 말했던 세 가지 고민이 있었는데 결론적으로 모두 선택을 했고 지금 상태는... 뭐.. 고민이 해결된 상태이긴 하다. 문제는 딱히 다 원하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그래도 해결은 됐다.


 우선 팀 이동을 했다. 이전 사람은 그만뒀고 진짜로 회사를 나갔다. 업무 인수인계를 받고 그 팀으로 가서 첫 회의를 했다. 그냥... 오기 싫었던 것도 있었지만... 이게 내 운명이려니 생각한다. 우리 같은 스포츠 협회들은 그렇게 대규모가 아니기 때문에 특정 업무만 전담하는 팀이라는게 사실상 존재하기 어렵다. 그런 협회에서 마케팅팀을 새롭게 만들며 팀원을 꾸렸고 그렇게 뽑혀온 내가 다른 팀에서 지난 시간을 일하면서 나름의 역량을 키워왔다. 그냥 그러다 이제 다시 마케팅 업무를 하게 되었다. 사실 기획과 마케팅이라는게 같은 맥락이라서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팀명도 이제 확실히 마케팅이 되었다. 좋으나 싫으나 내가 그나마 제일 잘하고 관심 있는 분야로 다시 오게 되었고.... 이게 내 운명이려니 싶다.


 집도 계약을 했다. 진짜 내가 이런 집에 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완벽히 좋고... 집들이를 해서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좋은 집이다. 전세지만... 그래도 마음먹으면 매매를 할 수 있었다. 집주인도 정말 투자목적의 집으로 산거라서.... 얘기만 잘 되면 또 앞으로 4년 정도는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다. 이건.. 흠... 100점짜리 결과는 아니지만 내가 매매를 하지 않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거기서 나올 수 있는 결과 중에는 가장 좋은 결과이다. 이렇게 집 문제도 해결되었다.


 마지막 결론은.. 새로운 팀 가서 열심히 일하느냐와 새로운 회사로 옮기는 것이었는데... 일단 지금은 전자를 선택했다. 사실 흠... 이건 내가 딱히 선택할 수 있는 그런 문제가 아니다. 솔직히 다른 회사 원서 세 개를 썼는데 그게 붙어야 본격적으로 고민하는 거지.... 그 전에는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그런게 별로 없다. 뭐.... 다른 회사에 지원하는 행위를 하느냐 마느냐의 차이겠지만.... 난 이 회사에 계속 다니더라도 1년에 한 번 씩은 다른 회사 면접을 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면접에 대한 감도 익히고, 내가 지금까지 업무한 성과를 정리하고 이 사회에서 나라는 사람의 가치가 어느 정도 되는 것일지 한 번 확인해 보고 싶다. 일종의... 시장 조사랄까? 그러면서 이 분야에서는 이런 회사가 요즘 뜨고 있다 이런 것들도 자연스럽게 알아가고 싶다. 대신 예전처럼 무조건 여기는 나가고 싶다가 아니기 때문에...정말정말 좋은 회사만 골라 쓰고 있다. 그만큼... 떨어질 확률도 엄청 높고... 어느 회사에 들어가는게 인생의 최대 목표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여기 다닌다..라는 말을 하면 그래도.. 어느 정도.. 난 만족할 수 있겠더라... 하지만... 잘 알고 있다. 회사는 답이 아니다. 거기 가서도 지금이랑 비슷하게 살 걸 아니까... 그냥.. 이건 현실에서 할 수 있는 나름의 만족일 뿐이다.


 인사발령이 나고 자리를 다 옮기고 나서 나를 데리고 있던 팀장님이랑 잠깐 얘기를 했다. 얘기 말미에 거기 가서 에이스가 되라고 했는데.... 에이스가 되고 싶은 맘도 있지만.. 되면 뭐하겠나....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하는 게 맞는건 알지만... 그냥 그러면 살기 너무 힘들다....


 아무것도 선택하고 싶지 않았지만..난 모든 것들을 선택해서 그 문제들을 내 머릿속에서 지워냈다. 하지만 이게 진정한 끝이 아닌 새로운 고난의 시작이란걸...지난 삶의 경험을 통해 너무 잘 알고 있다.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나갈까? 그래서 난 타임머신이 있으면 무조건 미래로 가고 싶다. 미래의 난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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