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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산프로 Sep 08. 2018

회사는 과연 무엇일까?

 요즘 외부일정으로 사무실에 앉아서 일을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매일 비교적 빨리 퇴근하는 것이 업무를 다해서 가는것이 아니다. 하자고 시작하면 정말 끝 없이 해야 할 일인데...당장 이번주에 큰일 날 것들은 아니라서 그냥 집으로 도망왔다. 그래서 그런지 집에와서도 계속 생각난다. 불안한 것이다...이건 어떻게 하지? 저건 어떻게 하지? 팀을 바꿨더니 업무의 성격이 너무 달라서 쉬운 일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그리고 다른 팀에 왔기 때문에 같은 회사여도 묘하게 업무 스타일이 다르다. 그러면서 문뜩 생각이 든다. 나는 왜 이곳에서 열심히 하려고 하고 시키지 않을 일까지 해가면서 무언가를 어필하려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솔직히 초반에는 윗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일을 열심히 했지만 지금은 전혀 아니다. 열심히 잘 해서 내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그걸 이용해서 언제든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갈 수 있기 위한 준비를 위해 잘하고 싶다. 사실 평생 직장이라는 것이 요즘 시대에 어디 있겠는가...그래서 내가 살기위한 방법으로 일을 잘 해서 성과를 올리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요즘 보면 나도 이 분야에서 일을 시작한지 6년째가 되어가다 보니...직종을 옮기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느껴진다. 못해도 1년에 5개 이상의 이력서는 항상 쓰는 편이다. 평소에 가고 싶었던 회사들의 채용 공고는 항상 지켜보면서 수시채용으로 이루어지는 것들에 대해서 지원하는데...사실 내가 속한 스포츠 분야에 지원을 하게 되면 서류 통과의 확률이 비교적 높더라...하지만 내가 옮겨가고 싶은 IT분야의 성적은...정말 절망적이다..하긴 내가 인사담당자여도 이제 내 경력을 보면..안뽑을 것이다. 내가 이 곳에서 아무리 IT에 관련된 일을 해도 IT분야의 회사에서 나보다 더 전문적인 직무를 한 사람이 넘쳐날 것 이니까..


 그런데 문제는 이제 스포츠 분야에서는 딱히 옮겨보고 싶은 회사가 없다는 것이다. 더 괜찮은 페이를 주는 회사들도 분명 있지만...큰 차이가 없다. 명성에 비해 페이가 우리보다 낮은 곳도 있고...또 어떤 곳은 경력사원은 절대 뽑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언젠가 꼭 옮겨가고 싶었던 협회 한 개가 있었는데...올해 그 곳에서 공고했던 경력직 채용에 떨어졌다...그것도 서류에서...그거 발표날은 날은 그냥 회사도 하루 쉬었었다. 낮에 너무 신경쓰여서 낮술을 시원하게 마시고 잠을 자고 일어났었는데..결과는 탈락이였다.


 정말 딱 맞았다고 생각했는데....내가 볼땐 내가 스포츠 마케팅으로 쓸만한 이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보통 대형 광고대행사에서 전문적으로 광고주를 유치하고 브랜드 관리를 했던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스포츠 분야에서 구단이나 흔히 하는 메이저 협회에서 스폰서 관리를 했던 사람들도 있는데...아무래도 이런 쪽이 좀 더 마케팅 쪽에서 인정을 해줄 것이다. 왜냐면 직접 집행하는 광고비의 규모나 스폰서의 차이가 다르니까 진짜로 돈을 굴리고 벌어오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어쨌든..이렇게 더 좋은 회사로 옮길 생각도 하고, 지금 있는 회사에서 더 좋은 퍼포먼스를 달성해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가지면서 회사를 다닌다. 하지만 매일 아침 일어나면 진짜 확 죽어버려서 회사를 안갔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만큼 그냥 회사 자체가 가기 싫다. 하지만...11월에 이사갈 우리 집도 있고 나만 잘 살아나가면 괜찮을 우리 가족들의 기대와....내 삶을 유지시킬 원동력이 되는 돈....을 생각하면 안갈수가 없다. 물론 알바하면서 조금 벌어 조금 쓰고 살아도 되겠지만....난 우리 부모와 내 와이프의 일부이다...남들이 보기엔 어떨지 몰라도 난 한 사람의 남편이고...또 누군가의 하나뿐인 자식이다....오직 나를 위해 고생하고 희생하는 그들을 위해서라도 더 버티고 살아남아야 하는 곳이 회사인 것 같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오락가락 한다. 진짜 여기서 정점을 찍고 최고의 능력자로 인정받고 싶다가다도...말도 안되는거에서 딱 막혀버리면...진짜 확 때려치고 싶다. 이게 무슨 의미인가 하면서....회사는 그런 곳 인가보다. 애증의 관계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다. 단 한 번도 사랑해본적은 없으니까. 하지만...회사는 꼭 필요하더라. 사회 속에서 정의되는 내 역할을 수행하면 내 삶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돈을 주는 곳이니까. 흠...그냥 회사는...내 인생의 절반 인 것 같다. 전부는 절대 아니고 딱 절반....회사라는 내 인생의 50%가 나머지 내 자신 50%를 이끌어 나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인 것 같다. 10년 뒤에는 회사나 내 직업이 내 삶에서 더 작은 부분을 차지했으면 좋겠다. 그럴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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