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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산프로 Sep 16. 2018

“갑”질이라니...새로운 “을”질에 당했다.

 토요일에 출장을 가서 "을"질에 당하고 왔다. 돈을 줬으면 그만이지 그걸 어떻게 쓰는지 뭐 그렇게 하나씩 간섭하고 있냐는 소리를 들었다. 그 당시 내가 했던 일은 아니지만 새로운 담당자가 되어서 방문한 그 자리에서 우리를 무슨 서자 취급하는 거냐는 소리를 들었다.


 대화의 상대는 할아버지 교수님이다. 교수를 하면서 어느 단체의 회장을 겸임하는 사람인데...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 이런 분들이랑 얘기하는게 세상에서 제일 싫다. 물론 그분들의 경험은 리스펙 하지만...바뀐 현재의 시스템에 대해서 전혀 알아보지도 않고 자신의 경험만 믿고 얘기를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단언코 우리의 갑질은 1도 없었다. 기본도 안되어있는 당신네 조직원들이 당신들을 그렇게 힘들게 많든 것이다. 모든 문제는 [e-나라도움] 에서 시작됐다. 대충 설명하자면 국토교통부, 교육부 같은 완전한 중앙조직이 아니고 그 밑에 소속되어 정부 중앙부처들의 업무를 도와주는 일종의 공공기관, 공기업 또는 각종 협회들이 많이 쓰는 예산집행 솔루션 [e-나라도움]의 기본적인 체계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겨난 문제이다.  


 정부 예산은 [사업계획-집행-정산]에대한 프로세스가 매우 철저하다. 그동안 얼마나 수없이 많은 나쁜 사람들이 중간에 돈을 가지고 장난을 쳤는지... 이 사업을 1억에 하겠습니다 하면, 그 안에서 3천은 어디에, 4천은 어디에 쓰겠다는 계획을 매우 철저히 지켜야 한다. 극단적으로 사업 진행 중 업무에 필요한 알바를 쓰려고 하는데 인건비에 쓰겠다 했던 돈을 다 써버리면 설령 나머지 부분의 사업 예산이 7천만 원 이상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인건비는 쓰지 못하는 형식이다. 물론 중간에 사업계획 변경을 신청하면 상위기관의 승인에 따라 다시 재조정할 수 있지만...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다...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어쨌든 나한테 갑질 한다고 했던 조직은 이런 계획을 엄청 못 세웠다. 자기들이 공부 좀 하고 했으면 그렇게 고생하지 않았을 것들을 시스템 탓도 아닌 우리 탓만 하더라... 그래서 내년 사업계획할 때는 한 번 사무실로 와달라고 해서 계획을 듣고 하나하나 알려줘야 하는 생각도 했다. 일을 열심히 잘 하려면 그래야겠지만... 흠... 일단 그 방법은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겠다.


 내가 진짜 궁금한 건... 우리도 작년에 e-나라도움을 처음 쓰면서 대 혼란이 있었다. 그래서 나도 출/퇴근 지하철에서 사용자 매뉴얼을 꼼꼼히 살피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대충의 흐름을 파악했다. 그러면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는데... 왜 당신들은 이 정도 노력도 안하면서 갑질이니 뭐니 그런 탓만 하는가... [e-나라도움]에서 흔히 말하는 "갑"은 "상위보조사업자"라고 불린다. 그리고 "을"은 "하위보조사업자"라고 불리는데 솔직히 국가 예산을 집행하는 시스템에서 진정한 의미의 상위 사업자와 하위 사업자는 없다. 왜냐면 다들 자기 기준으로 상위한테 받아서 하위한테 교부하기 때문에 [1차-2차-3차] 대강의 이런 구조에서 본인 조직이 어디에 끼어있냐의 싸움이다. 내가 속한 조직은 [2차]에 속하는데, 우리도 [1차]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1차가] 요구하는 모든 과정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1차]가 요구하는 과정은 흔히 말하는 갑질이 아니라 국가 예산을 쓰는 모든 기관이 공통적으로 따라야 하는 요구와 과정이다. 그래서 특별한 불만 없이 [1차]의 요구에 우리 [2차도] 따르는데... 왜 [3차]는 우리가 요구하는 행동을 갑질로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본인들이 [3차]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준비와 능력이 없는 것을 왜 우리에게 갑질 한다고 하는 것인지... 교수이자 회장을 겸임하는 할아버지는 니들 갑질이 문제라는 얘기만 계속 하고 계신다. 계속해서 본인도 다 해봐서 아는데 우리가 간섭하는 거란다. 2017년에 나온걸 언제 자꾸 다 해봤다는건지...실무는 본인이 하는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답답하다. 물론 정부예산의 집행과 정산이 지나치게 과정이 많아서 오히려 실무에 집중할 시간을 잡아먹지만 한 편으로는... 사람들이 그렇게 자기돈 아니라고 쉽게 쓰고 책임도 안지려고 하니 이런 상황까지 왔지...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더 객관적이고 예외 없는 규정을 적용해서 모두가 공평정대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인정에 호소하지 말고 진짜 규정에 따라 공정하게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규정 안지키는 인간들이 규정을 운운하는 이상한 사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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