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글쓰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데이터파머 DataFarmer Sep 27. 2024

요즘 함께 지내는 반갑지 않은 친구들~

#라라크루 #불면 #우울 #감성에세이

불면증이 찾아왔다. 8월의 마지막 주였을 것이다.


교통사고로 인한 후유증에 목/어깨 통증도 있고, 2개월째 낫지를 않으니 '대체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하는 마음에, 근무하는 병원의 척추센터로 가서 X-ray를 다시 찍고 보더니, MRI를 찍어보자 자고 한다.


병원  교직원이라  좋다. 원하면 병원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다 (감사)


강한 자기장이 있는 커다란 우주선 같은 곳에서 한 시간여 소음과 사투를 벌이고 나왔다.

이내 결과가 나왔다. 


"경추 3-4, 4-5번 왼쪽 추간판 탈출, 

경추 5-6번 오른쪽 추간판 탈출.."


올해 왜 이렇게 몸이 안 좋은 거지?? 디스크라니.. 올해는 유독 건강 이슈가 많은 해다.. 1월 1일부터...

지금까지 병원 한번 잘 안 가봤는데, 올해 종합병원을 동네 의원처럼 들락날락한다.


올해 내내 나를 괴롭힌 목/어깨 결림의 근원을 발견했다. 디스크였다. 

나를 1년 가까이 매주 도수 치료해 주던 물리치료사 선생님도 놀랐다. 단순히 승모근이 뭉친 줄 알았는데, 디스크였다니.


가끔 자다가 손이 저려 깰 때도 있었고, 목 / 어깨 통증으로 자면서 움직일 때 삐끗하며 깨곤 했던 것이 요 녀석이로구나~


그래서 수면제를 가끔 먹기 시작했다. 3주 전부터는 안 좋은 일이 연달아 생겨서 걱정이 많아졌다. 이는 곧 불면으로 이어졌다. 3주간은 거의 매일 같이 수면제를 먹으며 잠을 청했다.


상담 중인 의사는 지난 면담 시에 "너무 약물을 의지하지 말라"라고 권면해 주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3주 전부터 계속하여 먹어오던 수면제를 끊어 보리라..


나의 수면 상태는 초기에 잠은 잘 드는 편인데, 중간에 깨어나면 각성이 되어 잠을 잘 못 잔다.

하루는 3시간을 잤다. 중간에 잠을 깼을 때 시계를 보기 전에 마음속으로 바랬었다...


'지금 시간이 5시나 6시면 좋겠다'라고...


하지만 아쉽게도 시간은 3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평소에는 수면제를 찾고 다시 잠을 청하겠지만, 이틀 전 상담했던 의사 처방이 생각나서, 어제는 수면제를 먹어보지 않은 것이다.


새벽 3시부터 출근 전인 6시 30분까지는 여러 고민과 생각들로 혼란스러운 상태로 누워 있었다. 


"잠이 들고 싶다, 잊고 싶다, 잠이 들어서 6시 40분에 일어나면 좋겠다, 어떻게 잠이 들 수 있을까?"


이뿐 아니라.. 무의식 적인 생각들도 스쳐 지나간다. 주간 시간의 활동 상태일 때 보다 몽롱한 새벽녘에는 생각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생각의 속도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 좋겠는데, 신호등조차 없는 고속도로에 달린다. 5G 초고속으로...


진정을 시키고자 수면음악을 틀고, 크게 심호흡을 해본다. '이러면 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면서..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의 새벽은, 이와 같은 의미 없는 몸짓과 호흡과 생각들로 부산을 떨며 끝이 났고, 수면제의 금단 현상과 수면 부족으로 인해 아침부터 반갑지 않은 우울과 불안이란 친구들이 찾아왔다.


평소처럼 출근길 차에서 새벽 기도회를 하며, 가까스로 기도 제목을 같이 읽으며 기도했다. 불쑥 찾아온 나의 친구들로 힘이 없는 상태다. 그래서 기도할 마음의 힘도 없었지만, 기도 제목을 따라 읽으며 한 소절 기도하는 것이니 따라서 읽어본다. 읽는 기도다. 그리곤 평소와는 달리 힘없는 목소리로...


"오늘 하루 살 힘을 주세요"라는 기도로 마무리 지었다.


평소 같으면 새벽 말씀 듣고 난 후 기도할 때 여러 사람들을 떠올리며 중보하고, 가족들과 나의 상황, 현재 환경과 고난에 대해 기도했을 테지만, 오늘은 하지 못했다. 힘이 없는 오늘은 그저 "오늘 하루 살 힘을 주세요"였다.


오늘의 우울이란 친구와 이별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QT 책을 펴지만, 

예레미야 5:12절 말씀은 "재앙이 우리에게 임하지 아니할 것이고 기근이 임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반역한 이스라엘 백성에 대해 나온다. 하나님의 생각과 다른 그들 만의 생각을 외치는 것이다.


내 삶도 이제 재앙이 임하지 않고, 언제나 행복하고 좋은 날만 바라고, 고난이 오지 않으면 좋겠다는 마음인데..


이 말씀을 보니, 마음속 뿌리 깊이 이렇게 금 송아지 섬기는 이스라엘 백성과 다를 바 없는 나도 100% 죄인이란 것에.. 한 없이 실망된다. 왜 이렇게 태어나서.. 죄만 짓고 사는 건지..;;


하지만 100% 옳으신 분이 계시니 거기에 희망이 있다!

나에게서는 찾을 수 없지만 그에게서는 찾을 수 있다.


"하나님 제가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금송아지 돈 우상 이렇게 못 버립니다. 기복 신앙을 이렇게 못 버립니다. 회개합니다. 용서하여 주세요"라고 기도해 본다.


친구 1. 우울이

친구 2. 불면이

친구 3. 디스크


딱 9월까지만 있다가 가주렴. 내일은 다른 친구들을 만날 거야~


아아 대신 아이스워터라도 한잔 마시며 오늘 오후를 보내자.. 세 친구들과 시원한 이별을 준비하며..



매거진의 이전글 예민함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