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특구는 왜 실패했는가?

비트코인

by 이필립


한때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블록체인은 미래 산업의 핵심 기술로 각광받으며 다양한 국가와 지역에서 블록체인 특구를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흐름을 놓치지 않으며 블록체인 특구를 설립하기 위해 민관학(民官學)이 한데 모여 특구 사업의 청사진을 그렸다. 정부, 기업, 학계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댔고, 처음에는 모두가 기대와 열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블록체인 특구 사업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성과를 남기고 조용히 사라졌다. 이 실패는 과연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특구의 초기 방향은 명확하고 이상적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사업 초기부터 특구와 관련 없는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불거졌다. 본래 블록체인 특구의 취지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거나 이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을 지원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블록체인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기업들이 특구에 참여하여 그들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기존 사업의 연장을 꾀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특구의 방향성을 함께 논의해야 할 공공기관 또한 이러한 기업들과 손을 맞잡고 사업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들은 특구 사업의 방향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블록체인의 본질과 특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 어긋난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 제기는 관의 무관심 속에 묻히고 말았다. 관은 이러한 기업들을 달래며 “차기 사업에서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약속만 남긴 채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다. 이렇게 핵심을 놓친 채 표면적인 성과만 쫓는 특구 사업은 이미 실패를 예고하고 있었다.


특구 사업이 시작된 지 1~2년 차에는 표면적인 성공을 자화자찬하는 행사들이 열렸다. 성과보고회와 홍보 자료는 특구가 마치 대단한 발전을 이루고 있는 듯한 환상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특구의 본질적인 목표가 실종된 채 방향을 잃고 있었다. 결국 3년 차가 지나자 대부분의 특구 사업이 실패하거나 중단되었다. 특구가 추구하던 혁신과 성장은 찾아볼 수 없었고, 일부 성공을 거둔 사례들조차 그 성과가 특구의 지원 덕분인지 아니면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인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4년 차에 접어들면서 특구 사업이 실패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시행착오를 거쳐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고, 이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리라는 희망이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동일한 기업들과 동일한 전문가들이 그대로 사업을 이어갔다. 변화는커녕 문제를 반복하는 모습에 더 이상 특구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볼 수 없었다.


블록체인 특구의 실패는 단순히 한 지역의 사업이 무너진 이야기가 아니다. 이는 정부 주도의 사업이 어떻게 실패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기술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 그리고 장기적인 비전을 갖춘 협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고, 표면적인 화려함만 추구하며, 비판과 문제 제기를 묵살한다면 어떤 사업도 성공할 수 없다.


블록체인 특구의 실패는 단순히 과거의 일이 아니다. 앞으로의 정부 주도 사업들 역시 이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똑같은 결과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배우지 않는다면 실패는 그저 또 다른 실패를 낳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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